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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 청춘 스케치 [1] - 마케팅 권미경

TV 볼 때도 분석하는 버릇이 마케팅 권미경

더 물을 필요도 없는 당연한 진리.‘모든 일에는 시작이 있다.’ 그러나 <씨네21>은 갑자기 그 시작점에 서 있는 사람들의 일면이 궁금해졌다. 여기에 어떤 거창한 예측과 기대가 숨어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앞으로 한국영화의 현장을 이끌어갈 그들의 살냄새나는 생활의 발견을 놓고 대화하고 싶어졌다. 그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어떤 동력으로 현재를 살아가는가? 그래서 마련한 질문은 다소 짓궂기도 하고, 엉뚱하기도 하다. 우리는 그들을 ‘초보 영화인’이라고 부르기로 한다. 이 자리에 초청된 ‘초보 영화인’은 연출, 촬영, 녹음, 미술, 배우, 마케팅, 제작, 영사, 좀더 넓혀 영화과 신입생, 고등학생 감독에 이르기까지 모두 10명이다. 한국영화의 재목들과 나눈 솔직한 10문10답의 대화를 여기 싣는다.

권미경(23)씨는 한달 반 정도 인턴사원을 거친 뒤, 지난주부터 영화사 씨네와이즈필름의 정식 사원이 됐다. 우연한 기회에 한 잡지에 난 공모를 보고 이 길로 들어서게 됐다. 하지만 이미 ‘영화홍보관리사’라는 선배들도 잘 모르는(?) 자격증을 갖고 있다. 그러나 그것 때문에 오히려 놀림도 받는다고 토로한다. 대학에서는 록음악 동아리 보컬도 했었다는(물론 그 실력은 의심받고 있다) 씩씩한 그녀의 요즘 슬로건은 “앞만 보고 달릴 거예요 파이팅!”이다. 회사에서는 그 말 한마디로 예쁨을 독차지하는 눈치다. 실수담도 많지만, “저희 이번에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반 헬싱> 하는 거 아시죠?”라며 잊지 않고 묻는 걸 보면 앞만 보고 달리는 건 확실한 듯싶다.

-01 어쩌다가 이 일을 시작하게 됐나.

=한 잡지사에서 인턴사원해 볼 수 있는 공모지면을 보고 응모했다. 그중 영화사는 두 군데가 있었는데, 여기는 제작부터 마케팅까지 같이 하는 곳이어서 배울 것이 많을 것 같았다.

-02 일을 시작하고 예상했던 것과 너무 달랐던 점은.

=한 영화사에서 한 작품만 하는 것이 아니고, 그 과정이 길다는 것을 알았다. 또, 마케팅이라는 개념이 홍보만 말하는 게 아닌 것도 알았다.

-03 일하면서 욕먹었던 일이나 칭찬받았던 일은.

=크게 혼난 적은 없지만 소소한 실수를 좀 많이 한다. 언젠가 <씨네21> 기사를 보던 중에 전화받은 적이 있는데, 평소에 하도 힘없이 말한다고 해서 얼떨결에 수화기에 대고 “예 <씨네21>입니다” 하고 크게 대답한 적 있다. 또, 잘 못 알아듣는 경우도 많다. 회의 때였는데 실장님이 감기가 걸리셨는지 코를 만지면서 무슨 계획인지 ‘휴지화’됐다고 했다. 그 말을 못 알아듣고 ‘휴지’를 건네준 적도 있다. 컴맹이라 사무적인 서류 만들 때 애먹은 적도 많다. 신문기사 관리 안 해서 혼난 적도 있고. 하지만, 작품 분석하는 과정에서는 인정까지는 아니지만, 점수 많이 딴다.

-04 친구들이 내가 하는 일을 부러워할 때.

=친구들은 영화사하고 매니지먼트 회사하고 좀 헷갈려 한다. 친구들에게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가서 김태우 봤다. 사진도 찍었다”고 자랑하면, “야, 네가 짱이다, 연예인하고 사진찍은 애 너밖에 없다”면서 다들 부러워한다. 그러고나서 “다음에는 꼭 권상우하고 사진찍고, 사인도 받아달라”고 한다.

-05 친구들이나 가족이 쯔쯔 혀를 찰 때.

=보다시피 내가 외모가 좀 얌전하게 생기지 않았나? (웃음) 가족들은 얌전한 애가 그런 거 잘할 수 있느냐고 묻는다. 지금 큰언니하고 같이 사는데 늦게 들어가면 형부가 더 걱정한다. 술먹고 늦게 들어가면 쟤 술먹고 또 아무 데서나 헤롱거리는 것 아닌가 걱정한다.

-06 그때 엎어버리고 싶었다.

=이런 적은 있다. 기자, 방송사, 평론가까지 목록 정리할 일이 있었는데, 사람들이 하도 많이 바뀌는 거라 일일이 찾아서 목록에 올려야 되는 일이었다. 컴퓨터도 서툰데 그걸 하려니 완전 중노동이었다. 그때 속으로 이건 자기들 일 아닌가 하고 생각한 적 있다. 하지만 지금은 동생처럼 너무너무 잘해주신다!

-07 힘들 때 위로하는 방법은.

=요즘 생긴 나만의 비법이 있다. 얼마 전 회사에서 워크숍 갔다 왔는데 거기서 번지점프를 했었다. 대표님이 여자 중에 뛰어내리는 사람 5만원 준다고 해서 ‘5만원’ 하고 소리치면서 뛰어내려 돈벌었다. 뛰기 전에 발등을 조금 내놓아야 하는데 그때 생각하면 지금도 정신이 좀 든다.

-08 혹시 벌써 직업병이.

=텔레비전에서 하는 영화 프로그램 보는 걸 좋아했는데, 예전하고 달리 요즘은 저거하고 저거하고 비교하면 상대 영화가 별로 안 돋보일 텐데, 하는 생각도 한다.

-09 로또에 당첨돼도 계속 이 일을 할 생각인가.

=내가 차리고, 부리고 싶다. 나는 보고 감상하는 수준에서의 대표만 하고 싶다. 즐기고 싶다.

-10 당신이 지금 갖고 있는 이상은.

=일을 빨리 배워서 제대로 해보고 싶은 것이 당장의 꿈이고, 멀게는 내가 쓴 시나리오로 영화가 만들어져서 극장에서 눈물 흘리면서 그걸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