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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 청춘 스케치 [2] - 녹음실 김미라

‘소리’가 만져지는 거 같아요 녹음실 김미라

녹음스튜디오 라이브톤의 신입사원 김미라(26)씨는 지난 3월23일 첫 출근을 했다. 회사를 다닌 지 딱 1주일째 만난 그는 아직 모든 일이 조심스럽다. “인터뷰 잘 못해서 저 잘리는 거 아니에요?”라는 걱정부터 새내기답다. 김미라씨가 맡은 일은 대사 편집. 테이프에 녹음된 대사를 편집된 그림에 맞게 이어붙이는 일을 한다. 아직은 일거리가 없지만 조만간 <인어공주> 대사 편집작업에 투입될 예정이고 녹음실 특성상 일감이 들어오면 밤샘 작업도 꽤 많을 것으로 보인다. 김미라씨의 어린 시절 꿈은 영화평론가가 되는 것. 고등학생 시절 정은임의 영화음악실에서 영화평론가 정성일씨의 말을 필기하며 들었다는 그는 이론전공으로 영상원에 입학했다 영화 사운드에 흥미를 느껴 전공을 틀었다. 취직을 했지만 아직 영상원 전문사 과정을 다니는 학생이기도 하다.

-01 어쩌다가 이 일을 시작하게 됐나.

=영화평론가가 되고 싶어 영상원에 갔지만 공부를 잘 못해서 다소 방황했다. 어린 마음엔 평론가가 되면 공짜로 영화도 실컷 보고 좋을 거 같았는데 막상 학교에서 공부해보니까 이론적인 게 너무 많고 애정도 좀 식더라. 그러다 2학년 때 단편영화 후반작업을 하는 데 영화에 소리를 넣는 작업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소리가 만져지는 거 같더라. 그때부터 사운드에 관심을 갖고 부전공을 했고 대학원 전문사 과정을 다녔다.

-02 일을 시작하고 예상했던 것과 너무 달랐던 점은.

=별로 없다. 학교에서 했던 일이라 어느 정도 익숙한 탓일 거다. 한 가지 있다면 바깥에서 봤을 때보다 분야가 굉장히 세밀하게 구분된다는 점이다. 학생 때는 작품 하나 맡으면 모든 일을 혼자 했으니까.

-03 일하면서 욕먹었던 일이나 칭찬받았던 일은.

=예전에 일하는 속도가 느리고 퀄리티도 높지 않다고 욕먹은 적 있지만 그건 회사 다니기 전 일이다. 회사에선 아직 욕먹은 적도 칭찬받은 적도 없다.

-04 친구들이 내가 하는 일을 부러워할 때.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월급 받으니까 그건 부러워한다. 하지만 상대적인 거 같다. 영화 일이라고 다른 회사 다니는 것과 크게 다르진 않을 거 같다. 어딜 가나 인간 관계를 잘 맺는 게 중요할 거다. 남들은 이런 일 하면 상사와 허물없이 지내고 자유롭게 일한다고 생각하겠지만 다 마찬가지 아닌가. 다만 연출부나 촬영부로 들어간 영상원 동기나 선배들 보면 내가 월급 받는다고 부러워하는 것 같다. 선배 중에 어렵게 사는 분이 워낙 많으니까.

-05 친구들이나 가족이 쯔쯔 혀를 찰 때.

=집에 매일 늦게 들어가니까. 여기선 아직 그런 적 없지만 영화 작업 하면 밤새는 일이 많잖나. 라이브톤도 오전 9시30분 출근해서 밤 12시까지 일하는 게 대부분이라고 들었다. 밤새는 경우도 많고. 부모님은 처음에 영상원 갈 때 반대하셨지만 지금은 좋아하신다. 정식 회사에 들어간 거니까. 사실 라이브톤에 어렵게 들어왔다. 녹음실에서 사람 구할 때는 대개 아는 사람 특채로 뽑아쓰는데 이번엔 공채였다.

-06 그때 엎어버리고 싶었다.

=그런 적 없다. (웃음) 아직은!

-07 힘들 때 위로하는 방법은.

=잘 아는 친구한테 죽도록(웃음) 전화한다. 1명 붙잡고 1시간30분씩. 이 일이 다소 전문적인 거라 일을 아는 사람하고 통화하게 된다.

-08 혹시 벌써 직업병이.

=지금은 없는데 워낙 오래 앉아서 하는 일이라… 뱃살을 조심해야 된다더라. (웃음)

-09 로또에 당첨돼도 계속 이 일을 할 생각인가.

=물론. 경험 좀 쌓고 마음에 맞는 사람들끼리 회사를 하나 차리겠다.

-10 당신이 지금 갖고 있는 이상은.

=어떤 영화든 소리를 적절하게 아우르는 안목을 갖고 싶다. 설치미술하는 친구랑 영상과 소리를 따로 틀어서 전시하는 작업도 해보려 했는데 둘 다 취직해서 무산됐다. 새로운 소리를 만드는 일도 하고 싶고 해외에 나가 공부를 좀더 하고 싶기도 하다. 그래도 지금은 공부보다 일을 할 시기인 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