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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네프 2004 가이드 [4]
오정연 2004-09-14

심야상영 ‘디지펀 미드나잇’(Digifun Midnight)과 ‘주크박스 미드나잇’(Jukebox Midnight)

밤새 뮤직비디오 100편 보기

<기계적 발레>

<여행으로의 초대>

밤을 잊은 그대를 위해! 세네프영화제에서도 2개의 심야상영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다. 디지펀 미드나잇에서는 번쩍이는 아이디어와 자극적인 장면들이 가득한 4편의 디지털영화를 관람할 수 있다. 영국, 캐나다, 멕시코, 아르헨티나에서 온 4편의 작품들은 디지털카메라만이 가능한 독창적인 잡식성의 B급 감수성을 선보일 예정이다. 주크박스 미드나잇은 100여편의 뮤직비디오를 6시간 동안 쉼없이 상영하는 전례없는 형식의 프로그램. 그야말로 ‘빛과 음악의 야화’라 할 수 있는 이 상영회는 두개의 코너인 미러볼과 웨이브렝스04로 나누어져 있다. 미러볼은 에든버러영화제 프로그램을 초청한 것으로, 세계 각국에서 수집된 뮤직비디오 71편이 준비되어 있다. 뮤직비디오 마니아들에게는 잘 알려진 이름인 마크 로마넥(미국)과 미셸 공드리(프랑스)의 작품들로부터 독창적인 감수성으로 서구 뮤직비디오 감독들에게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 일본(그중에서도 주로 도와 데이를 비롯한 시부야 계열의 아티스트들) 작품이 먼저 눈길을 끈다. 주목해야 할 것은 미국과 영국의 뮤직비디오를 만들어내는 가장 창조적인 젊은 피가 요즘은 프랑스에서 공급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앞서 말한 미셸 공드리 외에도 그의 동생인 올리비에 공드리, 앙투안 바르두 자케, 알렉스 & 마틴 등은 앵글로 색슨 문화권이 지닌 묘하게 정돈된 뮤직비디오의 정형성을 ‘자유롭게’ 파괴하는 쾌감을 보여준다. 웨이브렝스04 코너에서 선보이는 것은 영국을 중심으로 제작된 지난해의 가장 혁신적인 뮤직비디오 22편. 한국계 조셉 칸이 장철의 <소림과 무당> 장면들을 절묘하게 재활용해 만들어낸 케미컬 브러더스의 〈Get Yourself High>, 기발한 몽타주의 쾌감을 보여주는 영국 거라지 록의 신성 프란츠 페르디난드의 〈Take Me Out> 등 창의적인 영상들이 줄을 잇는다. 다만 뮤직비디오 100여편을 쉬지 않고 6시간 동안 관람하다가는 구토나 어지러움증을 유발할 수 있으니 마음에 들지 않는 뮤직비디오가 상영될 때 잠시 눈을 감고 휴식을 취할 것을 권한다.

삼성 미디어 라운지-디지털을 매개로, 영화의 경계를 넘어

<이파네마 이론들>

<소프트 시네마>

영화는 반드시 필름을 통해서만 찍어야 한다거나, 디지털카메라로 촬영된 영화가 필름영화와 똑같은 룩(look)을 재현해야 한다는 믿음은 더이상 유효하지 않다. 하지만 디지털영화가 처음 등장할 당시, 이러한 고민은 제법 진지한 것이었다. 이제는 영화가 지닌, 극장이라는 공간의 한계도 극복할 만하지 않냐는 것이 세네프 2004의 제안이다. 세네프 삼성 미디어 라운지는 인스톨레이션, 퍼포먼스 혹은 필름 영사를 넘나들면서, 영화가 ‘상영되는’ 공간의 모델을 새롭게 고민하는 세네프영화제의 야심찬 부대행사(?). 필름에서부터 웹아트를 기반으로 한 디지털 매체까지 다양한 포맷의 작품들이 포진된 일종의 전시회다. 다양한 형식의 영상물은 이미지와 사운드의 도시적 환경을 제시하고, 시간의 흐름을 적용해 공간을 확장시키는 등 기존 영화와 첨단의 설치미술 사이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품들이다.

세네프 개막일인 15일보다 1주일 빠른, 9월8일부터 22일까지 일민미술관 전시관에서 진행될 미디어라운지는 ‘집중과 확장’이라는 세네프 2004의 전체 모토에 맞추어, 1층과 2층으로 각각 차별화된 전시를 선보일 예정이다. 1층의 주제는 ‘디지털 집중’. 조각, 페인팅, 연극, 영화 등 다양한 예술 영역들이 디지털을 매개로 교차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안토니오니의 <일몰>의 마지막 장면을 재구성하고 해체하는 <이파네마 이론들>(도미니크 곤잘레스-포에스터), 관람자 각자의 개인적 계절 경험을 가능케 해주는 인터랙티브 프로젝트 <메타 사계절>(김희영) 등이 전시된다. ‘아티스트 확장’이라는 주제를 가진 2층에서는 디지털적으로 확장된 영화들을 볼 수 있는데, 우리에게 익숙한 영화언어들이 첨단의 기술을 통해서 새롭게 해석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를 선사할 것이다. 미디어 이론가이자 아티스트인 레프 마노비츠(<소프트시네마>), 실험영화 감독인 알 라주티스(<아메리카> <웨스트-코스트 아티스트 인 라이트> 등)의 최근작을 감상할 수 있다. 레프 마노비치와 알 라주티스는 직접 방한하여 작품을 소개하고 뉴미디어에 관한 강연회와 워크숍을 가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