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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VD시대, 어디까지 왔나 [2]
이영진 2000-02-29

외국의 DVD 동향과 전망

독점보다는 비디오와의 악수를 꿈꾼다

2000년, DVD를 둘러싼 할리우드의 고민? <버라이어티> 최근호는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 관계자들이 밝힌 향후 전망을 싣고 있다. 일단 미국 내 상황은 실용적인 DVD 플레이어가 속속 선보이고 있는데다 가격도 저렴해지는 추세라 DVD 타이틀 시장을 형성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는 상태. 문제는 국내시장과 맞물려야 할 해외시장이 할리우드의 기대를 만족시키지 못한다는 것이다. 저조한 유럽시장 성적에다 아시아지역의 불법복제가 겹치면서 <매트릭스>와 <미이라>가 전세계적으로 100만개 정도 팔렸는데도 전체적인 할리우드의 해외 판매시장 수익은 겨우 5% 상승을 기록했다.

하지만 할리우드는 낙관적인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워너브러더스 홈비디오 대표 워런 리버파르브는 “DVD 플레이어의 가격이 계속 하락하고 더 많은 스튜디오들이 DVD 시장에 참여하면서 소프트웨어가 늘어날 것이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과 유러피언컵 축구대회 기간중 공격적인 마케팅을 구사한다면 유럽 소비자들의 매체 인지도를 높이는 것도 별 문제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DVD 시장에 뒤늦게 뛰어든 디즈니의 브에나비스타 홈엔터테인먼트도 10여편의 애니메이션 타이틀을 유럽에 펼치고, 가을에 <타잔>과 <토이 스토리2>를 이어서 배급할 예정이다. 국제마케팅 수석대표인 크리스 브라운은 “2000년 DVD는 거대한 성장세를 기록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하지만 1999년 극장 수입 1, 2위를 기록한 디즈니나 워너와 달리 파라마운트, 20세기폭스쪽은 다소 조심스런 입장이다. 이들도 1997년 미국에서 출시되기 시작한 DVD 플레이어가 기존의 비디오와 오디오 CD를 비롯해서 최근 30∼40년 동안 개발된 어느 매체보다도 초창기 보급률에서 월등히 높다는 점을 인정한다. 하지만 1999년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던 유럽시장에서 DVD 플레이어 판매량이 독일과 프랑스를 제외하고는 저조했으며, 일본 역시 하드웨어 판매율이 둔화하면서 DVD 타이틀 제작이 고작 1만개에 그쳤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렇게 부진한 상황을 만회하기 위해선 오히려 DVD가 비디오시장을 완전히 대체한다는 전략보다는 두 매체의 관계를 시장 상황에 맞게 조절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비디오가 70% 정도를 차지하는 대부분의 나라들의 상황을 무시하고 무리하게 돌파하려는 시도는 자칫 LD와 VCD, VHS 와이드 스크린의 전철을 밟을지도 모르는 위험을 불러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20세기폭스 홈엔터테인먼트의 스티븐 무어는 “2000년을 기점으로 향후 3년 동안 가장 중요한 이슈는 DVD와 비디오의 관계를 어떻게 유지하고 지켜내느냐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리우드 메이저들은 아시아에서 특히 VCD 보급이 활발한 중국시장에는 모두 군침을 흘리는 눈치다. 현재 중국 내 VCD 겸용 DVD 플레이어 보급대수가 어림잡아 100만대라고 추정한 20세기폭스는 올해 판매 목표를 300∼400만대로 올려 잡았다. 대신 큰 도시를 제외하고는 광범위한 시장을 묶어낼 수 있는 유통, 배급 구조가 전무하다는 점이나 이를 이용해서 불법복제품이 기승을 부린다는 점이 할리우드 입장에선 골칫거리. 1996년에 워너를 시작으로 20세기폭스 등이 직접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중국에 진출한 것도 이런 사정 때문이다. 이들 회사는 앞으로 중국쪽 협력사와 대책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