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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한국영화 신작 프로젝트 [3] - <인터뷰> 外

<인터뷰>

이런 영화

단편영화 <호모비디오쿠스>로 이재용 감독과 함께 클레르몽-페랑영화제 심사위원상을 받았던 변혁 감독이 프랑스 국립영화학교를 졸업하고 돌아와 만드는 장편데뷔작. 사랑에 관한 짧은 인터뷰로 이뤄진 다큐멘터리에서 출발해 차츰 극영화에 가까워진 기획이다. 주인공은 6mm카메라로 <인터뷰>라는 다큐멘터리를 찍고 있는 영화감독 은석. 프로듀서인 병권이 운영하는 카페에서 인터뷰를 진행하던 어느날 영화배우 민중과 그의 친구 영희를 만난다. 병권은 영화배우인 민중에게 관심을 갖지만 은석은 영희의 사랑이야기가 궁금하다. 미용실 보조로 일하고 있다는 영희는 카메라 앞에서 군대 간 남자친구 이야기를 꺼낸다. 헤어지던 날 눈물흘렸던 얘기, 미용실에서 일하면서 힘들었던 얘기, 매일 꾸는 꿈 얘기까지. 하지만 은석의 호기심은 사적인 감정으로 발전하고 영희는 자신이 더이상 인터뷰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느끼게 된다. 다큐멘터리와 극영화를 뒤섞은 형식에 특별한 애착을 갖고 있는 변혁 감독은 <인터뷰>를 통해 여러 가지 이야기를 동시에 던지고 싶어한다. 카메라가 어디까지 포착하는가에 따라 사랑도, 진실도, 영화도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현재 세트촬영을 진행중이며 1월 말까지 촬영을 끝낼 계획.

감독 한마디

“영화 만드는 이야기가 시작이었다. 영화를 만들면서 픽션이냐 다큐멘터리냐를 고민하지만 알고보면 별 차이가 없다. 진실처럼 보이는 거짓말과 거짓같은 진실을 대하다보면 픽션이나 다큐멘터리같은 형식 자체가 무슨 의미가 있냐는 생각이 든다. 카메라를 통해 재현된 걸 진짜라고 보는데 거짓인 경우가 허다하다. 표면적으로 보면 <인터뷰>라는 영화를 찍던 감독이 여자를 만나 사랑하게 되고 그 때문에 작업이 망가지는 이야기다. 영화냐 사랑이냐를 놓고 갈등하는 감독의 이야기도 되는 셈이다. <인터뷰>를 형식적 실험에 주안점을 둔 영화라고 보는 시각이 많은데 영화의 내용 자체가 형식에 대한 실험과는 거리가 멀다. 형식 파괴가 중요한 게 아니라는 이야기를 하는 거다. 표면 아래 숨은 걸 보고싶은 사람에겐 진실이란 무엇이냐는 질문을 던지는 것이겠지만 진실한 사랑이란 무엇인가라고 묻는 영화이기도 하다. 사랑을 관념으로만 갖고 있던 감독이 몸으로 사랑을 겪으면서 작업을 망가뜨리는 과정이니까.”

<오! 수정>

이런 영화

홍상수 감독의 세 번째 작품인 <오! 수정> 역시 이야기만으로는 어떤 영화일지 윤곽이 잡히지 않는다. 총 5부로 구성된 <오! 수정>은 나이 차이가 많은 한 남자와 한 여자가 만나서 사랑하게 되는 과정을 그린다. 두 사람의 시점과 기억을 통해 이 과정이 드러난다는 점이 이채롭다. 1, 2부는 처음 여자를 만났을 때부터 운명적 느낌을 가진 남자의 시선에 의해 이야기가 진행된다. 3, 4부는 여자의 기억을 통해 한 타인에게 매혹되어가는 과정을 보여주다가 5부에선 성향의 차이와 각자의 결함을 이겨내고 서로를 확신하게 되면서 이야기는 완결된다.

<오! 수정>은 흑백영화다. 컬러의 많은 정보량이 자칫 인물들의 섬세한 감정선을 무디게 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홍 감독이 말하는 이유. 눈 내린 겨울을 배경으로 낯선 남녀가 서로의 존재를 인지해가는 과정이 단순하고도 간결한 흑백화면으로 표현된다. 홍상수 감독은 두 전작에서 전통적 드라마의 인위적 장치를 파기한 독창적인 영화언어를 제시했지만, 세 번째 영화에서 좀더 철저히 반인위적 이야기를 시도하고 있다. 그래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 어떤 메시지도 전제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은 자신도 알 수 없다는 게 홍 감독의 대답이다.

감독의 한마디

“내가 안정되게 가졌다고 생각하는 것을 버리고 싶었다. 물론 나를 완전히 버릴 순 없겠지만, 불안정의 상태에서 할 수 있는 것을 하고 싶었다. <강원도의 힘>은 이야기를 갈라놓고 나중에 끼워맞추는 방식을 택했다. 그게 너무 이성적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두 사람의 생각의 차이는 있지만, 영화 전체엔 두 사람의 차이를 통합하는 눈에 띄지 않는 우월한 시선이 있다. <라쇼몽>도 같은 사건에 대해서 다른 이야기를 병렬하지만, 전체를 통합하는 심리적 시선이나 철학적 시선 같은 게 있다. <오! 수정>에선 각자의 생각과 차이를 끝까지 밀고가려고 한다. 그게 과연 어떤 것으로 받아들여지 모르겠지만, 나로선 꼭 시도해보고 싶다. 신인배우들만 썼다가 이번엔 중견급을 쓴 것도 바뀐 거고, 카메라도 많이 움직이면서 변화를 줄 생각이다. 전체적으로 인위성을 가능한 한 없애려고 한다.”

<종합병원 The Movie 천일동안>

이런 영화

한동안 장안을 떠들썩하게 한 TV드라마 <종합병원>에는 여느 드라마에서 보기 힘든 매력들이 있었다. 한순간에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병원만사를 현실감있게 그려냈고, 종합병원이라는 또 하나의 사회에서 벌어지는 인간들의 갈등을 예리하게 짚어냈으며, 전형적이면서도 개성이 살아 있는 인물들을 여럿 만들어냈다. 드라마 <종합병원>을 영화화한 <종합병원 The Movie 천일동안>은, 병원이 아니라 사랑이 주제인 멜로 영화다. 레지던트인 은수(신은경)와 그가 남몰래 사랑하는 동료 시완(최철호), 레지던트 칩인 승현(진희경)의 엇갈린 사랑이 영화의 중심축이다. 말하자면 <…천일동안>은 한동안 주춤하긴 했지만 멜로 영화의 붐에 뒤늦게 동승해 만들어지는 영화다. 그러면서도 <…천일동안>은 종합병원이라는 공간에 의지해 한국 멜로 영화가 등한시해 온 등장인물의 사회적 존재감을 부각시키려고 한다. 또한 그간의 한국 멜로 영화가 여성을 주요 관객으로 하면서도 여성성에 대한 성찰이 부족했다는 반성을 하나의 출발점으로 삼는다. 드라마에서 오욱철이 그려냈던 독사 같은 레지던트 칩의 자리를 진희경에게 맡긴 것도 그래서인데, 진희경과 신은경을 대비시켜 서로 상이한 사회적 욕망과 가치관을 지닌 여성들의 갈등을 통해 우리시대 여성의 참모습에 접근하겠다는 것이다. 드라마를 연출했던 최윤석 PD가 이 영화로 극장가를 노크하며, 일본영화 <링>을 한국판으로 만들어 관객몰이 성공했던 AFDF가 제작자로 나섰다.

감독 한마디

“이 영화와 TV드라마 <종합병원>과는 병원이 배경이라는 것만 같다. 무대가 같아서 느낌이나 분위기가 비슷하게 여겨지겠지만 구체적인 스토리는 다르다. 굳이 드라마와 영화를 연관시키면 혼돈이 올 거다. 멜로를 찍으면서 병원을 택한 건 단순한 사랑 얘기만이 아니라 등장인물의 직업적 성취나 충실도를 그리는데 내게 병원이 익숙하기 때문이다. 단순 멜로보다는 인물의 꿈과 열망을 담아보려고 했다. 그래서 비교적 잘 알고 제대로 묘사할 수 있는 병원을 배경으로 택했다. 이 영화는 심리 묘사가 중심이다. 병원이란 공간을 역동적이고 치밀하게 묘사해야 하지만 이는 인물의 내면을 잘 전달하기 위한 장치일 따름이다. 인물의 내면을 얼마나 충실히 전달하느냐가 관건이다. 영화라고 해서 애써 흥행요소나, 영화적이어야 한다는 생각에 매달리고 싶지 않다. 등장인물의 감성과 사상, 지향점, 캐릭터가 관객에게 명확하게 전달된다면 좋은 영화가 될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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