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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장드라마의 모든 것] 찝찝하지만 어차피 다 엉터리잖아
장미 2009-01-20

아줌마 3인에게 직접 물었다, 막장드라마 왜 보십니까?

궁금했다. 막장드라마, 왜 보는 건지. 저런 악랄한 설정이 정말 통하긴 하는 건지. 보면서 화는 안 나는지. 그래서 물었다. 흔히들 막장드라마의 주시청자라고 생각하는 아줌마들에게. 직업은 모두 주부이나 40대 중반, 50대 중반, 60대 초반으로 나이대는 제각각인 아줌마 셋을 붙잡고 직접 질문을 던졌다. 흥미로운 답변도 있었고 애청자임을 애써 감추려는 기색도 엿보였지만 남김없이 정리해 재구성했다.

난 삼류라고들 하는 드라마를 좋아하는 주부야. 요즘 인기라는 <너는 내 운명>은 매일 봤어. 그전에 같은 시간 같은 채널에서 했던 드라마도 계속 봤거든. <조강지처클럽>은 중간부터 봤지. 그건 이름이 재밌어. 캐릭터에 맞는 이름을 갖다가 붙여놓으니까 처음 보는 사람도 이해하기 쉽더라고. 원수는 정말 원수 같은 짓만 하고 이기적은 이기적이고 복수는 남편한테 복수하려고 딴 남자랑 재혼하고. 한창 방영 중인 <아내의 유혹>도 얘기 듣고 보기 시작했어. 왜 문소리 나오는 거 있잖아, 주말드라마. <내 인생의 황금기> 그것도 봐. 재벌이 나오는 드라마는 나랑은 다른 세계라 호기심이 생겨서 보고. 아침드라마는 시간이 남을 때만 보고 저녁드라마를 즐겨 보는 편이지.

<에덴의 동쪽>

대체 드라마를 왜 보냐고? 사실 오후 8시부터가 텔레비전 보기 좋은 시간대거든. 저녁밥 먹고 대충 치운 다음이니까 좀 한가해. 그때 텔레비전 틀면 하는 게 드라마잖아. 어떤 드라마든 한번 보다보면 다음 내용이 자꾸 궁금해져서 또 틀어놓게 되고. 왜, 드라마 보는 거 습관적이잖아. 뭐가 재미있는지 확실하게 집어서 얘기할 순 없지만 중독성이 있어. 젊은 애들처럼 어떤 배우를 좋아해서 보는 것도 아니고. 주위에 그런 사람 있긴 하더라만. 그런데 <에덴의 동쪽>도 그렇고 <너는 내 운명>도 그렇고 갈수록 별로인 것 같아. <너는 내 운명>의 시어머니는 진짜 이상하더라. 자기 자식이 마치 분신인 것처럼. 완전히 병이지 병. 근데 진짜 그런 사람 있어. 자식한테 집착해가지고 떠나보내지 못하는 사람들. <아내의 유혹>은 너무 착하기만 한 며느리라고 함부로 대하는 게 조금 속상했는데 조금씩 신원을 바꿔가지고 복수의 칼을 가는 중이야. 오늘 재미있던데. <내 인생의 황금기>는 일단 가족드라마인데 그 여자가 결혼하기 전에 임신해서 아기 아빠가 아닌 사람하고 결혼했다고. 그것도 출생의 비밀이긴 하지만 드라마에선 안 다뤘던 문제 같아서 신선해. 설정이 파격적이더라고. 아, 듣자하니 <너는 내 운명>은 할머니들이 많이 본다던데?

물론 공감하면서 볼 때도 있지. 슬픈 장면이 나올 땐 애절하기도 해. 눈물 연기할 땐 나도 모르게 같이 울기도 하고. 주책이라고 남편한테 구박도 받고. 멜로드라마에선 내가 안 겪어봤던 것도 나오고 하니 감정이 아릿하더라. 약간 맘적으로. 너무 착한 남자 보기 좋긴 하지만 현실적이진 않잖아. 계속 착한 남자가 어디 있을 수 있나. <에덴의 동쪽>은 가족애라는 끈끈한 사랑과 정, 형제라면 최선을 다해서 뒷바라지해주는 모습이 흐뭇하더라고. 드라마에 항상 나쁜 놈만 나오는 건 아니라고.

요즘 나오는 독한 설정은 어떠냐고? 난 솔직히 이해가 안되던데. 내용도 천박하고 사악하고 그렇잖아. <에덴의 동쪽>의 신태환만 봐. 말도 못하게 나쁜 사람이고 그 간호사는 더 사악하고. 명예와 부를 위해서라면 누구든 이용한다는 생각에 경악하게 되지. 삼각관계도 짜증나고. 보면서도, 보고 나서도 정말 찝찝해. 조금 잘나가는 드라마다 싶으면 작가들이 질질 끄는 것도 싫고. 비비 꼬면서 궁금증 유발시켜가지고. <너는 내 운명>도 그렇잖아. 골수를 이식하네 마네. 그런데 그게 그 드라마를 안 보는 이유는 안돼. 다들 한번 보면 끝까지 보려고 하지 않나. 어차피 다 엉터리잖아. 게다가 잔인한 면만 있진 않거든. 동기간 우애도 있고 모성애도 있고. 그래서 계속 볼 거냐고? 일단은 그렇지. 하지만 자꾸 이렇게 악랄하게 나오면 텔레비전 꼴도 보기 싫어질지 누가 알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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