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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와 악마> ‘갈릴레이 코드’의 황홀경
김용언 2009-03-31

<천사와 악마> Angels & Demons 감독 론 하워 출연 톰 행크스, 이완 맥그리거, 아예렛 주어 개봉예정 5월

스위스의 유럽입자물리학연구소(CERN)의 과학자 베트라가 가슴에 ‘일루미나티’의 상징 낙인이 찍힌 채 살해당한다. 교황청은 종교 기호학 교수 로버트 랭던(톰 행크스)에게 도움을 청하고, 랭던은 18세기에 사라진 비밀 결사대 일루미나티가 가톨릭을 향한 복수를 꿈꾸며 부활했음을 감지한다. 베트라 박사의 살인자는 유력한 교황 후보인 추기경 네명을 차례대로 살해할 것을 예고한다. 랭던 박사는 로마 바티칸에 숨겨진 강력한 에너지원 ‘반물질’과 일루미나티의 정체를 24시간 내에 밝혀내야 하는 긴박한 상황에 처한다.

“연이어 르네상스 시대를 재현하게 됐네요. 처음엔 다빈치, 이번엔 갈릴레이입니다.”(톰 행크스) 사건의 시작과 진행 방향은 <다빈치 코드>와 비슷하지만, <천사와 악마>는 <다빈치 코드>보다 훨씬 더 정통적이고 흥미진진한 팩션의 코드를 풀어나간다.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으로부터 믿을 수 없을 만큼 대담한 가설을 끌어내 교회의 진노를 자아냈던 <다빈치 코드>의 상상력은 어찌 보면 지나치게 허무맹랑해 보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천사와 악마>는 17세기 교황청과 정면으로 대립하며 ‘신 중심’이라기보다는 ‘인간 중심’ 계몽주의의 극단으로 이끌린 천재적인 과학자들과 예술가들의 투쟁의 역사를 일루미나티라는 수수께끼 조직에 겹침으로써 ‘신의 역사’가 아닌 ‘인간의 역사’를 풀어나가기 때문에 좀더 안전하고 좀더 흥미진진하다.

엄밀하게 말하면, 여기 등장하는 일루미나티의 설정을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그리고 그것을 믿게 하는 설득이야말로 이 팩션 스릴러의 과제이자 티핑 포인트일 것이다. 팩트상으로만 말하자면 일루미나티는 1776년 5월1일 예수회 수사 아담 바이스하우프트가 창설한 모임이다. 계몽주의 자유사상가들과 진보적 정치인들로 구성되었으며, 괴테라든가 헤르더 같은 문인들도 일루미나티의 가르침에 심취했지만 1784년 국가의 탄압으로 사라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댄 브라운은 이 조직의 기원을 좀더 거슬러 올라가 갈릴레이와 코페르니쿠스처럼 유명한 과학자들로부터 찾으며 가톨릭을 둘러싼 거대한 팩션을 상상한다. 문제는 갈릴레이가 17세기 사람이라는 점. 그가 어떻게 18세기 일루미나티 조직의 멤버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해 어떻게 설득력있는 근거를 댈지가 열쇠다.

UP/ 가톨릭에 대한 은근한 페티시가 있는 사람이라면 눈이 황홀할 만큼 온갖 신비롭고 장중한 의식과 제복의 향연이 펼쳐진다. <다빈치 코드>의 <최후의 만찬>처럼, 베르니니의 그 유명한 <하박국과 천사>와 <성 테레지아의 법열>이 스릴러의 절묘한 단서로 사용되는 순간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는 스릴도 있다. DOWN/ 설마, <다빈치 코드>보다 더 재미없는 건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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