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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 어디서 하세요?] 11. 만화가 정훈이의 아파트

경기도 파주시 교하읍 정훈이의 아파트. 문을 열자, ‘정훈이의 콘도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란 유머러스한 멘트가 이어진다. “여기 오시면 다들 왜 이렇게 깨끗하냐고 핀잔을 줘요.” 엉뚱한 남기남을 연상하고 온 기자가 머쓱하도록 정훈이는 먼저 선수를 친다. 그럴 정도로 작업실이 딸린 그의 아파트는 깔끔하고 정갈하다. 한쪽 벽면으론 책장, 나머지 한쪽 벽면으론 그림을 그리는 컴퓨터가 전부다. 설명이 필요한 건 필요 이상으로 두꺼운 커튼뿐. “해가 있으면 아무것도 못해요. 심지어 낮엔 노는 것도 부담스럽다니까요.” 야행성 라이프 스타일을 반영, 햇빛 투과율 제로의 커튼으로 그는 낮밤 가리지 않고 작업할 수 있는 작업 환경을 조성했다.

물론 그렇다고 결코 늦어지는 원고 마감을 되돌릴 수 있는 건 아니다. “와이프가 옆에서 많이 도와줘요. 제대로 안 하면 바로 태클이 들어오거든요.” 결혼 전, 어시스턴트와 함께 북적거렸던 작업실을 떠나 채색작업을 도맡아 해주는 아내의 도움으로 그는 집에서 모든 걸 해결한다. “파주는 서울보다 한가로워서 여기서만 계속 있게 돼요. 산책로도…”라고 말을 떼는 순간, 창밖으로 시끄러운 불도저 소리가 들린다. “처음엔 좋았는데 이사 오고 나서 얼마 안돼 재개발 공사예요. 또 떠나야 하나….” 영화 보는 남기남을 그린 지 어언 13년. <씨네21>은 이사 오면서 비에 젖어 대부분 유실됐지만, 여전히 남기남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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