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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타> 기계문명의 매혹 또는 아이러니

듀나가 말하는 SF 장르영화로서의 <아바타>

SF영화에 대해 이야기하라는 의뢰를 받으면, 장르 내부의 사람들은 그 작품의 아이디어가 얼마나 진부한지 설명할 의무감을 느낀다. 그것은 그 진부함 때문에 작품의 수준이 떨어지기 때문이 아니라 그 진부함의 정도를 올바르게 인식해야 장르 내에서 그 작품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분명히 인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디어를 놓고 보면 <아바타>는 아주 안전한 영화다. 어느 정도냐면 <매트릭스>가 처음 나왔을 때 전통적인 사이버펑크물이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안전한 영화라는 뜻이다. 우선 외계 생물의 몸을 조종하는 조종사의 이야기는 폴 앤더슨의 <콜 미 조>에서 이미 사용되었고 그 때문에 표절 논란도 있다. 하지만 인간이 다른 생명체의 몸을 빌려 미지의 행성을 체험하는 이야기는 그외에도 많은데, 클리포드 시막의 <도시>가 그 대표적인 예가 될 것이다.

<아바타>에서 주목할 만한 또 다른 것은 지구인을 악역으로 놓고 자연과 평화를 사랑하는 외계인을 공감할 수 있는 주인공으로 놓는 것인데, 이 역시 60, 70년대 이후 거의 서브장르화된 태도이다. 이는 특히 미국적이라고 할 수 있는 것으로 베트남전의 영향과 미 대륙 개척사에 대한 재해석에 바탕을 두었다고 할 만하다. 이런 태도는 SF뿐만 아니라 다른 장르에서도 보편적이었는데, 그중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것은 수정주의 서부극이다.

<아바타>의 아이디어에서 가장 흥미로운 것은 그것이 영화를 만드는 제작 방식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지구인이 외계인의 모습을 빌린 아바타를 조종하며 신세계를 배운다는 이야기는 인간 배우가 이모션 캡처 기술을 통해 자신의 연기를 가상 세계의 3D 캐릭터에 투영하는 영화제작 과정과 놀랄 만한 유사성을 보인다. <아바타>는 특수효과 자체가 곧 내용의 일부가 되는 드문 예이다.

영화의 과학을 보자. 이 영화에서 무대가 되는 판도라 행성은 지구에서 4.4광년 떨어진 태양계의 목성형 가스행성을 도는 위성이다. 만약 카메론이 여기에 엄격한 과학적 추론을 도입했다면 판도라는 결코 영화에서 볼 수 있는 것과 같은 모습을 취하지 않았을 것이다. 태양과의 거리, 행성과 위성 사이의 조석력만 고려해도 우리가 익숙한 지구와는 전혀 다른 종류의 환경을 상상할 수 있다. 하지만 카메론은 그러지 않는다. 대신 그는 판도라를 우리와 조금 다르긴 하지만 그리 많이 다르지 않은 세계로 만든다. 판도라는 창조된 세계가 아니라 상상력에 의해 변주된 제2의 지구이다. 이 세계에서 하늘 위에 떠 있는 거대한 행성은 전망 이상의 의미가 없다.

그 상상력의 재료들은 장르팬들에게 익숙하다. 예를 들어 SF의 무대가 되는 행성은 지구보다 중력이 작고 대기는 오히려 농밀한 경우가 많다. 그런 경우 외계 생물들의 덩치가 커지고 용처럼 생긴 큰 동물이 하늘을 날 수 있기 때문인데, 아니나 다를까, 판도라에서도 그렇다. 만약 장르팬들에게 인간에게 매력적으로 보일 만한 외계인을 그리라고 하면 놀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인간의 모습을 고양이화하거나 곰인형화하는데, 아니나 다를까, 나비족도 그렇다. 외계인의 대부분은 문화적 다양성이 부족하고 지구의 특정 문화를 과장해 확대하는 경우가 많은데, 나비족의 문화도 그렇다. 이 영화에서 가장 나태한 부분은 지구인의 침공 목적을 판도라에 묻혀 있는 정체불명의 광물질이라고 설명하는 것이다. 이 광물질을 언옵타늄(Unobtanium)이라는 친숙한 농담조의 별명으로 불러 알리바이를 만든다고 해도 아이디어의 게으름이 용서되는 것은 아니다.

영화에서 카메론의 미학적 개성이 가장 잘 드러나는 부분은 판도라의 생태계가 아니라 지구인의 기계들이다. 이들에게는 모두 SF적 전통이 있지만(지구 용병들이 타고 다니는 이족 병기에서 SF작가 로버트 하인라인(<스타쉽 트루퍼스>)의 영향을 무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지난 20여년간 제임스 카메론이 쌓아온 고유의 개성이 더 강하다. 기계 문명의 위험성을 경고하면서도 그에 대한 매혹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 카메론 특유의 아이로니컬한 태도 역시 <아바타>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SF영화 <아바타>에서 가장 집중해야 할 부분도 여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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