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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에서 발원한 판타지 세계
주성철 사진 최성열 2010-07-06

박성용의 <아스란영웅전>

<아스란영웅전>은 요즘 한창 주목받고 있는 박성용 작가의 판타지 웹툰이다. 추리물 형식으로 현재 25회까지 진행됐는데 회를 더해가며 댓글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만 봐도 그 인기를 가늠할 수 있다. 얼핏 귀엽고 명랑만화처럼 느껴지는 캐릭터들이 등장해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가운데 가벼움과 어두운 진지함이 공존하고 있는 독특한 분위기의 작품이다. 포악한 드래곤이 사라지고 평화를 찾은 대륙, ‘레드 스타’란 이름의 마법사 길드의 마스터가 죽는 일이 발생하고 이제는 별 볼일 없는 왕년의 용사 ‘아랑’이 우연히 살인사건에 휘말려들어 추리력과 마법으로 사건을 해결해가는 이야기다. 특징이라면 구체적인 사건에 마법 요소가 윤활유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박성용 작가는 “판타지를 기대한 사람들은 왜 모험을 안 떠나냐고 하고, 추리 팬들은 왜 중요한 순간에 마법으로 해결하냐고 질책한다. (웃음) 두 팬을 모두 잡으려고 했는데 동시에 배신한 건 아닐까 싶다”며 “그래도 작품 자체가 좋으면 결국 인정받을 것”이라고 말한다.

박성용 작가는 미대에서 순수미술을 전공한 뒤 프랑스 유학을 다녀왔다. 그 기간 동안에도 만화와 영화에 미쳐 시간을 보냈고 국내로 돌아와서는 웹툰이라는 새로운 영역으로 진로를 모색했다. “웹툰이 활성화하기 시작하던 초창기에는 조악한 작품들도 꽤 됐다. 잘만 하면 해볼 만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게 그의 얘기다. 그렇게 블로그 등을 통해 개별 작업을 진행해오던 중 <아스란영웅전>이 네이버 웹툰에 실리며 ‘처음으로 돈을 벌며’ 전업 작가의 길을 걷고 있다. 보통 전문서적을 보며 이야기를 구상하고 부족하다 싶을 때는 관련 인터넷 카페에 가입해 자료들을 모은다. 작품 속 자브리드, 타이탄실드, 파갈론시티 같은 작명법은 중학교 때 빠져 지냈던 게임과 판타지 소설에서 온 것이다. 가령 살해된 마스터 ‘제라투스 번’같은 이름은 판타지 만화 <타이의 대모험>의 미스트 번과 게임 <스타크래프트>의 제라투스를 합쳐서 만든 이름이다.

이처럼 웹툰에서 판타지 장르를 시도한다는 것 자체가 흔치 않은 시도다. 말하자면 <아스란영웅전>은 게임세대 혹은 디지털세대라 할 만한 젊은 작가가 웹툰과 조우한 경우다. 물론 여타의 작품들에 비해 판타지 장르가 영화화될 가능성은 희박한 편이지만 분명 웹툰의 다양한 갈래 중 하나를 보여주고 있다. 서서히 인기를 얻어가면서 팬카페도 생겼고 게임으로 만들어지는 것도 한 방법이다. 그렇게 콘텐츠의 생산기지로서 웹툰은 무한한 가능성을 안고 있다.

-자신의 작품을 영화화한다면 희망 감독과 배우 캐스팅은.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 <헬보이>를 보면 판타지 장르에서 기대하는 것들이 아낌없이 담겨 있다.

-좋아하는 웹툰이나 만화, 만화가를 꼽는다면. =억수씨의 <연옥님이 보고계셔>. 난 머리만 굴리는 편인데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풍부하고 실감나는 표현과 연출이 인상적이다. 그리고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내 인생의 영화 한편을 고르라면. =창작자의 입장에서 보자면 프랑스 유학 당시 <이치 더 킬러>를 보고 완전히 충격 먹었다. 그리고 <7인의 사무라이>와 <올드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