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agazine > 스페셜 > 스페셜1
딸랑딸랑~ 아부를 잘해야 잘 산다
김성훈 사진 최성열 2010-07-06

이익수의 <아부쟁이>

샤바샤바를 우습게 봤다간 큰코다친다. <아부쟁이>의 주제를 한줄로 요약하라면 이렇게 정의할 수 있겠다. 이런저런 문제를 일으킨 학생들이 마지막으로 정착(?)하는 풍랑고. 주인공 박건 역시 친구에게 폭력을 행사한 대가로 이곳에 온다. 마지막으로 주어진 기회인 만큼 얌전하게 살아가려 하지만 마음처럼 되지 않는다. 소년원을 제집처럼 들락날락거리던 같은 반 형들이 그를 한시도 가만 놓아두지 않기 때문이다. 컵라면 심부름은 기본이요, 뺨 한두대 맞는 것은 예사다. 이런 수모는 그간 천상천하 유아독존으로 살아온 박건에게 도저히 견딜 수 없는 것이리라. 하지만 그라고 별수있으랴. 힘으로 안되면 줄이라도 잘 서야지. 그러기 위해서는 아부가 필수다.

<아부쟁이>의 배경은 말만 학교지 사회와 다름없다. 강한 아이들은 약자를 괴롭히면서 자신의 세를 과시하고 약한 아이들은 어떻게 해서든지 강자에게 잘 보이려고 애를 쓴다. 철저하게 힘의 논리로 분화된 세계를 이익수 작가는 경쾌한 학원물로 풀어나간다. “원래 회사가 배경이었다”는 이익수 작가는 “네이버에서 청소년들이 많이 본다고…. (웃음)” 학교생활을 지극히 현실적으로 묘사할 수 있었던 것은 <아부쟁이>가 작가의 자전적인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작가 역시 박건처럼 사춘기 때 사고를 쳐서 문제아들이 모인 시골의 고등학교로 전학갔다. “그때 많이 울고불고했다. 실수로 살짝 건드렸다는 이유로 엄청 맞았다”는 그는 “본의 아니게 왕따가 됐고, 성격에도 없는 아부를 하게 됐다”고 한다. 작가가 말하고 싶은 아부도 이 지점에서 발생한다. “흔히 ‘아부’ 하면 나쁜 의미를 떠올린다. 아부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자기밖에 모르는 박건이 아부를 하면서 주위를 둘러보게 되고, 결국 한 단계 성장하는 이야기를 그리고 싶다.”

이제 겨우 25화를 진행하고 있는 <아부쟁이>는 영화화를 염두에 둔 웹툰이다. 전작인 웹툰 <새끼 손가락>으로 영화·드라마화 진행을 해본 경험이 있는 작가는 “처음 그릴 때부터 (영화화를) 생각했다”고 말한다. 등장인물이 단 두명이었던 전작과 달리 박건, 종칠, 박태산 등 주요 인물만 어림잡아 5명 정도로 늘린 것도, 무조건 웃겨야 한다는 개그 강박증을 버리고 최대한 현실적인 상황 묘사에 중점을 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익수 작가가 바라는 영화 <아부쟁이>는 어떤 모습일까. “자잘한 에피소드를 모두 덜어내고 이야기를 빠르고 경쾌하게 전개해야지. 무엇보다 아부의 의미만 살리면 내용이고, 형식이고 다 필요없다. 재미와 교훈만 준다면야.”

-자신의 작품을 영화화한다면 희망 감독과 배우 캐스팅은. =조근식 혹은 이석훈 감독님. 박건-김범 또는 장근석, 종칠-봉태규, 박태산-삭발한 오지호 혹은 삭발한 정의갑, 농사꾼 용호-차승원 혹은 임창정, 여선생 빈이-김민정.

-좋아하는 웹툰이나 만화, 만화가를 꼽는다면. =허영만 선생님의 <타짜>. 요즘 즐겨 보는 만화는 스바르탄 작가의 <060특수부대>.

-내 인생의 영화 한편을 고르라면. =임순례 감독의 <와이키키 브라더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