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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에서 만난 영화인들③] <교환일기> 임흥순·모모세 아야 감독 - 현실과 형식의 공명
김소미 사진 박종덕 2019-05-15

모모세 아야, 임흥순 감독(왼쪽부터).

여성 노동자의 역사를 기록한 <위로공단>(2014)의 임흥순 감독과 일본의 영상 아티스트 모모세 아야 감독이 3년간 각자 찍은 일상적 풍경을 주고받으며 상대방의 영상을 편집하고 내레이션을 더했다. <교환일기>는 두명의 화자, 두개의 내러티브가 내는 상호작용을 관찰하고 이미지와 사운드 사이의 작은 틈새를 살피는 진귀한 경험을 제공한다. “그동안의 작품이 가능한 한 정제하는 작업이었다면 이번엔 만드는 과정의 고민이 그대로 묻어난 경우”라는 임흥순 감독의 말처럼, 두 감독과의 대화를 통해 결과물만큼이나 흥미로운 창작 과정을 확인할 수 있었다.

-두분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됐나.

=임흥순_ 2015년 한·일 국교정상화 기념으로 국립현대미술관(서울)과 국립신미술관(도쿄)이 공동 전시를 기획했는데, 이왕이면 두 나라 작가가 한 작품을 같이해보는 게 의미가 있을 것 같았다. 어쩌다보니 참여 작가 중 가장 나이가 많은 사람과 가장 어린 사람의 조합이 됐다. (웃음) 조금씩 영상을 추가해서, 최종적으로 나와 모모세 작가가 각각 5개씩 주고받은 총 10개의 영상 클립으로 완성됐다.

=모모세 아야_ 작가들끼리 경쟁하는 구도에서 벗어나 협업을 제안해주셔서 기뻤다. 교환작업을 통해 두 나라의 역사적 맥락에 관한 오해나 오독도 더 관용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았다. 처음 <교환일기>를 공개했을 때 전시관이 아닌 그 사이에 있는 휴게실 같은 공간에 설치했는데, 복잡한 역사적 내러티브를 가진 한·일 두 나라의 협업 작품이 설치되는 장소로 꽤 흥미롭게 느껴졌다.

-상대방의 영상 소스를 확인하고 처음 어떤 인상을 받았나.

모모세 아야_ 개인적인 이미지도 있었지만 세월호 참사 1주년을 맞이해 광장에 모인 사람들의 모습처럼 사회적인 의미가 반영된 영상이 많았다. 한 나라의 역사적 비극에 대해 일본인인 내가 한국인만큼 온전히 슬퍼한다고 말할 수가 없을 텐데, 그런 풍경 위에 자의적인 내러티브를 추가해도 되는 것일까 처음엔 조금 주저하기도 했다.

임흥순_ 공식 석상이든 개인적으로든 세월호 참사에 대해 제대로 이야기한 적이 없고, 나는 아직 관련 영화도 잘 보지 못한다. 그런데 속으로는 어떤 식으로든 이 사건을 작품에 녹이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에, 오며 가며 촬영한 광장의 모습을 <교환일기>에 담았다. 그곳의 풍경, 음악, 사람들의 표정이 모모세 작가에게도 충분히 전달되었다는 인상을 받았다.

-쉽게 촬영하고, 편집하고, 또 교환할 수 있는 시대를 반영한 영상 실험이라 관객에게도 흥미로운 질문을 남긴다.

모모세 아야_ 촬영은 내가 하지만 편집은 상대방에게 맡긴다는 게 작가의 권력을 자유롭게 한다고 느꼈다. 촬영 시점 자체에 작가성을 부여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가 교환한 소재는 요즘 사람이면 누구나 스마트폰으로 쉽게 찍을 수 있는 일상적 풍경이기 때문에 그것에 권력을 부여할 마음은 없다. 언제든 자신이 사는 세계를 쉽게 이미지화할 수 있는 시대의 지향을 최대한 따르며 만든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임흥순_ 맞다. 촬영된 대상이든 교환 방식이든 <교환일기>에 담긴 건 사실 우리 시대에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 그렇게 쉽게, 많이 생산된 이미지들이 사실상 한번 찍히고 난 뒤에는 그냥 날아가버리는 것 같다. 이번 작업은 그 이미지를 아카이빙해서 동시대를 들여다보는 데 중요한 의미가 있다. 관객의 입장에서는 이 작품을 통해 이미지를 대하는 자기만의 대안적인 방식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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