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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에서 만난 영화인들⑤] <이사도라의 아이들> 다미앙 매니블 감독 - 예술이 된 일상의 몸짓
이주현 사진 백종헌 2019-05-15

현대무용의 창시자로 불리는 이사도라 덩컨은 자동차 사고로 어린 두 아이를 잃었다. 이 일은 덩컨의 삶에 큰 비극으로 남았고, 개인사적 비극은 독무 <마더>로 탄생했다. 이 작품에 감동받은 다미앙 매니블 감독은 네명의 여성을 통해 <마더>를 재현하는 <이사도라의 아이들>을 만든다. 브레이크 댄스, 애크러배트를 한 댄서로서의 경험 때문인지 그의 영화에서 두드러지는 건 서사가 아닌 신체의 언어, 이미지, 미장센이다. 전주시네마프로젝트(JCP) 네편 중 한편으로 선정돼 전주에서 처음 공개된 <이사도라의 아이들>은 고요하지만 격정적인 감정을 품은 아름다운 영화다.

-전주국제영화제와 인연이 깊다. 이번이 세 번째 방문이다.

=<공원의 연인>(2016), <타카라, 내가 수영을 한 밤>(2017)에 이어 연이어 전주에 오게 됐는데, 올해는 JCP를 통해 제작지원을 받아 만든 영화를 들고 오게 돼 더 특별한 것 같다. 독립적으로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에게 이런 지원은 귀한 기회라 JCP를 적극 알리고 싶다. (웃음)

-지난해 ‘전주시네마프로젝트: 넥스트 에디션’에 선정될 당시 프로젝트 제목은 <어느 무용수의 일기>였다. 어떻게 지금의 이야기로 발전시켰나.

=우선 일기 형식의 영화를 만들고 싶었고, 춤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그 과정에서 이사도라 덩컨의 <마더>라는 독무를 보게 됐는데, 거기에 감동을 받았다. 소설이나 책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 작업과 비슷했던 것 같다. <마더>를 원작 삼아 거기서 새로운 이야기들을 발전시켜 나갔다. <마더>라는 춤 자체에 감동을 받은 것도 컸지만 이 춤이 만들어지게 된 배경, 이사도라 덩컨이 두 아이를 잃고 비극을 예술로 승화시킨 이야기가 강렬하게 다가왔다. 100년 전에 창작된 춤을 2019년에 영화로 불러옴으로써, 그 당시의 솔과 동작을 스크린에 펼치는 게 의미 있겠다고 생각했다.

-영화에는 젊은 무용수, 다운증후군 소녀와 그녀에게 춤을 가르치는 선생님, 무용을 관람한 노년의 흑인 여성, 이렇게 네 여성이 등장한다.

=각 인물은 이사도라 덩컨과 교감을 하고 영향을 받는다. 첫 번째 파트에서 등장하는 젊은 무용수가 이사도라 덩컨의 책을 읽고 그 내용을 공책에 적는데, 그런 식의 교감과 감정의 전이가 세대를 초월해 일어나는 것이다. 그리고 같은 춤이어도 사람마다 표현하는 방식은 다 다르다. 또 영화는 프로 배우나 아름다운 사람들만이 아니라 모두를 비출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영화에 소녀와 선생님의 파트를 제외하곤 거의 대사가 없다.

=무언가를 표현하기 위해 언어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어쩌면 말보다 중요한 건 여백일 수 있다.

-신체 언어와 이미지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무용을 했던 경험에서도 연장되는 것 같다.

=영화를 만드는 과정은 춤을 추고 공연을 하는 과정과 유사하다. 춤을 추면서 내 공연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자연스럽게 카메라를 들어 친구들과 영화를 찍기 시작했다. 자기를 표현하고자 하는 의지의 표현이란 점에서 춤을 추는 것과 영화를 만드는 것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내 영화를 보면서 무용을 관람하는 것과 비슷한 느낌을 받았으면 한다. 우리의 몸짓은 영혼을 표현하는 하나의 방식이라 생각하고 그걸 영화에 담으려 했다.

-표면적으로는 고요하지만 그 안에 감정이 요동치는 영화를 꾸준히 만들었다.

=앞으로도 비슷한 스타일의 영화를 만들 것 같다. 만약 호러영화를 만들더라도 그렇지 않을까. (웃음) 내게는 사소한 디테일 하나하나가 중요하다. 아주 작은 몸짓에도 의미를 담으려 한다. 관객이 그 디테일을 느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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