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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시네마] 폭력의 재연을 고민함 '내일'

지상파 방영, OTT 공개작을 가리지 않고 학교 폭력의 잔혹한 재연이 넘친다. 반드시 나온다고 장담할 만큼 반복되는 연출도 있다. 발치에 있는 상대를 제압하는 가해자와 짓밟히는 피해자 두 사람의 시야를 오가는 시점숏이다. 피해자의 공포를 극대화해 전달하려는 의도가 가해자의 전능감을 증폭시킬 때, 이 연출은 피해자와 가해자 어느 쪽에 봉사하는 걸까?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는 자들의 죽음을 막아 본래 수명대로 살게 하는 일을 맡은 저승 대기업 ‘주마등’ 위기관리팀의 이야기인 MBC <내일>의 첫 에피소드 ‘낙화’도 학교 폭력을 다룬다. 원작 웹툰에서 고등학생이었던 노은비(조인)는 29살의 방송 작가가 되었고 은비를 괴롭히던 같은 반 김혜원(김채은)은 학폭 가해자를 응징하는 인기 웹툰의 작가로 은비가 맡은 방송에서 재회한다. 자신을 괴롭히던 사람이 학폭 피해자들에게 위로를 건넨다면서 다시 예전의 폭력을 행사하는 지독한 기만이 은비를 벼랑 끝으로 몰고, 사람 살리는 저승사자 구련(김희선)이 은비의 기억 속으로 들어간다. 둘의 고교 시절 역시 위의 시점숏으로 재연되고 이런 연출이 피해자를 착취해 공감을 사는 혜원과 뭐가 다른가 싶어 긴 한숨을 쉬다 퍼뜩 생각이 달렸다. 다르지 않다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면? 은비의 기억을 더듬어간 구련은 은비가 무너지지 않으려 스스로를 다독이던 많은 밤을 지켜본 이가 되어 현재의 은비가 과거의 자신을 부정하지 않고 살아가도록 돕는다. 그다음 앞서 시점숏은 은비의 자리가 현재의 혜원으로 대체되어 다시 쓰인다. 현재의 가해자와 과거의 가해자끼리 공포와 멸시의 시선을 주고받는 이미지는 상당히 강력하고, 피해자를 분리해 연쇄반응을 끊는 연출의 의지를 읽기 충분하다. 이성간이나 아동 대상 폭력은 그나마 표현 수위를 염두에 두던 제작진이 동성 또래 집단 안에서의 폭력 묘사를 일종의 해방구 삼고 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던 차. 뭘 만들고 반복하고 소비하는지 되돌아본다. 무뎌지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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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갑포차> / 티빙, 넷플릭스

‘주마등’의 회장 옥황상제(김해숙)는 사원들에게 유산균 음료를 권하는 푸근한 아주머니의 모습과 드레스를 떨쳐입고 위엄을 뿜는 모습을 오가는데 매회 은근히 기다려지는 매력적인 캐릭터다. 그리고 세계관을 겹쳐 만났으면 하는 이가 있다. <쌍갑포차>에서 염라대왕을 연기한 염혜란은 ‘옥황 개새’라고 톡을 잘못 보냈다가 기겁한다. 저승 세계관에선 옥황이 염라보다 계급이 위다.

<자귀모> / 티빙, 웨이브

김희선의 지난 작품들을 돌아보다 새삼 놀란다. 트렌디 드라마, 주말 가족극, 사극, 멜로, 미스터리, 스릴러, SF, 판타지까지 거르는 장르가 없다. 자살을 막는 저승사자 역을 맡기 23년 전인 1999년 세기말 영화 <자귀모>에서 ‘자살한 귀신들의 모임’에 가입하기도 했다. 사실, 지금 권하기는 어려운 영화인데 괴작이든 수작이든 성실하게 업데이트하는 배우의 발자취로 기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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