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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냥 간다, <목포는 항구다>의 조재현

“극 초반에 나오는 권투신 생각이 난다. 촬영이 열 시간쯤 진행됐을 때 재현이 형이 고통을 호소했다. 특수분장 위로 계속해서 부었던 가짜피가 실리콘과 재현이 형의 피부 사이로 타고 들어가서 눈 안으로 많이 들어간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촬영을 일단 중단하고 실리콘을 제거하자고 했고, 분장사인 윤예령씨도 가짜피가 인체에는 무해하지만 오랫동안 눈 안에 침투해 있으면 위험할 수 있으니 실리콘을 제거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만약 실리콘을 제거할 경우 오늘 촬영은 여기서 접어야 될 상황… 재현이 형은 어떤 결정을 내렸을까?…. (<목포는 항구다>의 공식 홈페이지에 차인표가 올리고 있는 ‘목항일기’ 중 한 부분을 편집해서 퍼옴)

“그냥 가자.” “내가 원래 좀 미련하다. 잘못하면 실명될 수 있다고 겁을 줬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아까보다는 좀 나은 것 같았다. 사실 떼었다 다시 붙일 생각 하니까 좀 귀찮기도 했고.” 그의 천성은 “이렇게도 저렇게도 일단 부딪혀보자. 플러스인지 마이너스인지는 나중 문제다”라고 생각하는 식이다. 영화 속에 가오리로 출연하는 박철민이 “저 이 영화 800만 안 되면 죽어버릴 겁니다”, 했을 때도 “그러면 나는 벌써 몇번 죽었겠다” 대답하면서 무심하게(!) 용기를 줬다. 그렇게 여기까지 왔다.

그가 이번에 부딪힌 <목포는 항구다>의 선택은 우선 감독 때문이었다. “이 영화가 잘되면 좋겠지만 감독이 잘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더 크다” 고까지 말한다.

“내가 둘을 보여줬을 때 셋을 보여주고, 셋을 보여줬을 때 넷을 보여주는” 그 태도가 마음에 들었고, “클래식 듣고 옛날책 보던 사람이 갑자기 압구정동에 온 것 같은” 그런 의심이 없었기 때문에 믿고 시작했다.

따라가서 본 목포의 첫인상은 조금 ‘섬뜩’했다. 처음에는 소개시켜달라고 안달하던 사람들도 막상 만나면 “날 좀 봐주세요”라는 눈빛을 보내기 전까지 먼 산 바라보며 아는 척하지 않는 그 ‘목포식 남자 인사법’이 희한했다. 하지만 화투판의 빚도 까먹고 안 준 것이 있으면 온라인으로 붙여주는 걸 목격하고는 그 ‘정’에 감동했다. “열 중 아홉이 무뚝뚝했고, 아홉 중 여덟이 순박했다.” 애정을 느꼈다. 그래서 촬영이 없는 날에도 낚시를 하며 그곳에 머물렀다.

아마도 처음부터 목포 건달 백성기 역을 하고 싶어 감독을 꼬드겨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더 뚜렷이 새겨진 목포 인상일 것이다. 처음 조재현은 조직에 잠입하기 위해 서울에서 목포로 간 서울 형사 ‘이수철’보다 그곳에 뼈를 묻고 살고 있는 건달 백성기가 더 하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은 한마디로 “인표가 참 잘했다”고 잘라 말한다. 차인표를 추천한 사람 역시 조재현이었다. 처음 욕심대로 만약 그가 백성기를 했다면 “조금 더 사실적이고 다큐적인 요소가 강했을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인표가 갖고 있는 것 중에 약간만 비틀리면 더 재미있을 수 있겠다”는 자기추천의 변이 확인됐음에 더 흡족해한다.

배역은 제대로 자리잡았다. 그 느낌은 영화의 마지막에서 찾을 수 있다. 이수철(또는 목포에 와서는 남기남)은 가정을 이루지 않는다. 그저 가족을 이뤄 행복해하는 백성기를 웃으면서 바라볼 뿐이다. 괴상한 비유를 하자면 조재현에게는 아직까지도 떠돌이 악어의 이미지가 뚜렷하다. 안정과는 거리가 멀다. 20대 후반에 했던 <에쿠우스>를 지금 다시 도전하는 그 혈기가 이해된다. 그런데, 왜 지금 갑자기 코미디를 선택했냐고? 왜 갑자기 코미디 과잉의 영화 안으로 뛰어들었냐고? 아니다. 그게 아니라, 조금 웃길 뿐이다. 우리의 질문이 형편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의 행보는 ‘그냥 간다’이다.

“오히려 작정하고 하는 건 잘 안 된다. 내가 택한 배우의 길은 탄탄대로를 걸어서 여기 와 있는 게 아니다. 옆길로 빠지기도 했고, 뒹굴고, 코피 터지고, 발길로 차이고. 비유 아니다. 진짜 그런 적 있다. 엑스트라 반장인지 배우인지 모를 그런 경험도 겪었다. 계속 두들겨맞고 걸어가는 거다. 어느 순간엔 그것이 나도 몰랐던 비장의 카드가 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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