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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중년이 된 <사랑할 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의 다이앤 키튼

<애니 홀>의 주인공, 멋진 중년 되다

20여년 전 우디 앨런의 <애니 홀>로 유니섹스 패션 돌풍을 일으켰던 다이앤 키튼. 넥타이에 바지를 입은 그녀의 모습을 기억하는 많은 영화팬들은 아직도 “뉴욕에서 애니 홀처럼 멋지게 살아보고 싶다”는 판타지를 간직하고 있을 정도다. 이후 지금까지 다양한 영화에 출연해온 키튼은 80년대 말부터 연기 외에도 제작과 연출에까지 발을 넓혔다. 특히 지난해 칸영화제에서 돌풍을 일으킨 구스 반 산트 감독의 <엘리펀트>를 제작한 것으로 알려져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키튼의 매력은 약간은 새침해 보이지만 마음은 따뜻한 도시여성을 연기할 때 발산된다. 우디 앨런이 키튼의 실제 성격을 바탕으로 쓴 <애니 홀> 이후 이같은 ‘맞춤 배역’을 맡지 못했던 그녀는 오랫동안 친구로 지내온 낸시 마이어 감독 덕분에 또 한번 기억에 남는 연기를 선보였다.

키튼은 마이어가 감독한 <사랑할 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로 올해 코미디 부문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을 이미 수상했고, 아카데미상 후보에도 올라 다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사랑할 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에는 잭 니콜슨과 키아누 리브스가 키튼의 연인으로 출연하지만, 관객의 호응은 중년의 나이에 뒤늦게 ‘참사랑’을 찾는 여인을 연기한 키튼에게 쏟아지고 있다. 얼마 전 이 작품의 홍보를 위해 뉴욕을 찾은 다이앤 키튼을 만났다.

“내 나이가 벌써 58살이다. 이 나이에 사랑 때문에 가슴 들떠하고, 사랑에 모든 것을 맡겨버리는 배역을 다시 할 수 있었다는 것이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솔직히 그런 역할을 맡은 지도 참 오래됐었다.”

<마빈의 방> <레즈> <애니 홀>에 이어 이번 작품으로 키튼은 4번째 아카데미상 후보에 올랐다. 그녀에게 트로피를 안겨준 것은 그녀만의 특유한 매력을 발산했던 <애니 홀>. <사랑할 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에서는 <레즈>에서 함께 출연했던 잭 니콜슨과 호흡을 맞춘다. 50대 이혼녀 극작가 에리카와 20대 여자만을 사귀는 바람둥이 음반제작자 해리의 이야기는 어긋난 듯 시작되지만, 키튼과 니콜슨의 연륜만큼 부드럽게 맞아 들어간다.

이번 작품에서 전신 누드로 출연하는 그녀는 “따로 준비는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각본에 나와 있는 장면이기 때문에 망설이지는 않았다. 어차피 내 나이의 여자의 몸을 영화 속에서 보여줘야 한다면,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전신 누드 촬영 장소에는 최소 인원의 촬영팀만 참석했고, 니콜슨은 물론 없었다고 한다. “누드장면이라지만 멀리서 와이드숏으로 몇초 만에 찍어 그렇게 어렵진 않았다. 베드신 촬영할 때가 오래 걸렸지.” (웃음) 베드신 촬영에 걸린 시간은 무려 3주에 이른다고.

이같은 ‘자연산 몸매의 노출’로 중년 여성팬들의 환호가 쏟아지는 데 대해 “요즘 여성들 사이에는 성형수술이 화장의 일부처럼 인식되는 것 같다”는 키튼은 특히 할리우드와 TV에서 보여주는 모습에 크게 실망했다고 한다. “요즘 TV에는 시청자들에게 성형수술을 시켜주는 프로그램이 있다. 그런 프로그램이나 성형수술한 배우들이 등장하는 영화들을 보면서, 미의 판단 기준은 과연 무엇이고 누가 세우는 것인지 무척 궁금했다. 그냥 건강하게 살아 있다는 것이 가장 큰 행복이 아닐까.”

키튼 자신은 심각한 드라마에 출연하는 걸 사람들이 원하지 않는 것 같다고 생각하지만 “배우이기 때문에 배역을 가리진 않는다”고 말했다. 결혼을 한 적은 없지만 두 아이를 입양해 키우고 있는 키튼은 그동안 출연한 작품 중 실패한 것도 많았다. 자기처럼 성공과 실패의 곡선이 심한 배우도 드물 것이라며, “난 그저 연기자라는 직업을 가진 보통 사람”이라는 그녀는 자신은 절대로 아이콘이 아니라고 말한다.

유머가 가장 섹시하다고 생각하는 키튼에게 “잭은 가장 환상적인 파트너”다. 어색하기 쉬운 베드신에서 니콜슨은 유머와 이야기 보따리로 키튼은 물론 스탭도 편하게 해주었다고. “잭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어찌나 이야기를 재미있게 하는지… 누군가 쫓아다니면서 녹음을 해야 할 것 같아.” 그녀가 개인적으로 가장 아끼는 장면은 레스토랑 밖에서 니콜슨과 싸우는 신이다. “사랑하면 다치게 마련이다. 사랑에는 반드시 아픔이 따라온다. 하지만 아무런 준비없이 긴장감과 경이로움을 동시에 느끼면서 무엇인가에 열정적으로 빠져든다는 것은 참 멋진 것 같다. 에리카는 결혼도 해봤고, 딸도 있지만 50대 중반이 될 때까지 진정한 사랑을 못해본 여자이기 때문에 뒤늦게 찾아온 사랑이 더 소중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또 다른 연인 줄리안 역으로 출연하는 키아누 리브스와의 키스는 어땠냐는 질문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키튼은 가까이에서 본 키아누 리브스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아느냐고 반문했다. “꼭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신 같다”는 그녀는 “키스하기 전에 창피하고 조마조마하기도 했지만 시나리오를 열심히 따라가면서, 소녀 같은 수줍음은 머릿속 한구석에 잘 숨겨두었다”며 웃었다. 잘생긴 젊은 의사와 60대의 플레이보이를 비교해달라는 요청에 키튼은 “키아누와 잭의 캐릭터를 비교하자면. 키아누는 판타지고, 잭은 현실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판타지는 아름답지만, 서로의 교감을 찾지는 못한다. 반면에 잭의 캐릭터는 에리카에게 어울리는 친구 같은 애인이다. 개인적으로도 에리카가 해리와 맺어지는 것이 더 좋다.”

오는 2월29일 열리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키튼은 <몬스터>의 샤를리즈 테론과 대적하게 된다. 그러나 <타임> 매거진 등 일부 미디어에서는 키튼의 환상적인 컴백에 몰표가 쏟아질 것으로 예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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