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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친근하고 낯선 페이소스, 양동근 [2]
김도훈 2004-04-06

1. 그냥 겉늙은 거지 뭐

진리에 진짜와 가짜로 구분할 수 있는 법.

모두 진짜를 말하니 어쩔 순 없어도 중요한 건 자신을 똑바로 밝히는 것.

그리고 비교된 남을 의식하고 우습게 말한 것 우습게 무지 속에 자신과 대화하는 것.

-양동근 1집의 <선문답> 중에서-

-늑대 좋아하는가.

=늑대? (거울을 쳐다보며) 음. 사실 평소에는 늑대를 좋아할 일이 없지 않나. 늑대를 아무 데서나 그냥 막 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마지막 늑대>의 최 형사 역할. 당신과 닮았다. 싫은 것들과는 죽어도 함께하지 않고 조용히 자신의 무리들 안에서만 혼자 노는 늑대 같은 이미지.

=처음 최철권 역할을 받았을 때 생각하길, 일하기 싫어하는 형사니까. 그리고 내가 원래 일하기 싫어하니까. 그냥 그렇게 하면 되겠다 싶었다. 결국 그것도 일이지만. 뭐.

-일하기 싫어하는구나. 예를 들어 이렇게 생면부지의 귀찮은 기자들과 인터뷰하는 일 같은 거.

=전부 다 내가 뭐 그리 달가워하는 일은 아니지만. 어떡하나. 휴우(목소리에 힘이 빠지며) 하라는 데 해야지 뭐.

-<마지막 늑대>는 봤나.

=내가 본 건 가편집본이라 음악도 없고 제대로 된 건 아니니까. 제대로 된 걸 보고 나야 정말로 이야길 할 수 있을 것 같다. 가편집본을 본 감이라면, 글쎄 영화가 좀 난해하기도 하고. (웃음) 엇박자의 코드? 그런 식의 영화라고 알고 했다. 막말로 이 영화가 ‘개코미디’는 아니니까. 막 웃기고 그런 영화는 아니라고 알고 있었다.

-감독과는 허물없이 잘 지냈나.

=뭐, 감독님은 생각이 되게 많으시고, 뭐 굉장히 급한 상황이지만 빨리빨리 그렇게 절대로 안 찍으시고, 배우들하고 얘기하는 거 되게 좋아하시고. 허물없이? 음. 허물없이 친구같이 지내고 싶어하셨던 것 같기는 하다. (웃음)

-이만큼 배우로서 성장한 지금. 영화를 찍으면서 이젠 자기 나름의 애드리브 같은 것도 넣고 싶지 않은가? 자기만의 해석 같은 것들.

=음… 시나리오 그대로, 나는 언제나 거의 시나리오 그대로만 하기 때문에 애드리브는 그렇게 많이 하지 않는다.

-그래도 이제는 욕심이 생길 때도 됐지 않았나.

=애드리브란 게 내가 하는 그 자체가. 그 연기를 이렇게(손으로 왼쪽을 가리키며) 할 걸 요렇게(손으로 오른쪽을 가리키며) 하는 것도 애드리브일 수 있는 거고 그런 거 아닌가?

-황정민씨와의 작업은? 실제로 친하지 않고서는 영화 속이라도 서로를 바라보는 그윽한 눈빛은 나오질 않지.

=정민 형이 많이 도와줬다. 분위기 메이커 노력을 많이 했고. (웃음) 정민이 형이 워낙에 성격이 좋아서. (웃음)

-<마지막 늑대>와 <와일드카드>의 두 형사 중 누가 더 양동근인가.

=둘 다 내가 아니다. (목소리 높아지며) 내가 형사가 아닌데 어떻게 가까울 수가 있겠나. 나는 그냥 역할만 충실히 한다. 둘 다 나와는 전혀 다른 인간들이다.

-영화 전체적으로 보면, <마지막 늑대>는 코미디영화인데 사실 어떨 때 영화가 빛나냐면 카메라가 얼굴을 비출 때의 양동근씨 표정 같은 것들. 좀 구멍이 뚫린 것 같은, 페이소스가 살짝 엿보이는 장면들.

=겉늙은 거지 뭐. (폭소) 워낙 피곤한 일을 많이 겪으면 그렇게 되는 거 아닌가? (웃음) 휴우. 정말 계속 일이었다 내 젊은 날은. 일. 일. 그런데 뭐(설명하려다 멈칫하고) 그냥 그렇게 되더라. 그냥 이리저리 많이 겪고 하다보면.

2. 사는 거? 재미없는데 재미있는 거지 뭐

촬영장에 서너 시간 시속 200km

때려밟고 다니며 가사 쓰기도 이젠 질려

배우하랴 가수하랴

기진맥진 일보직전

밥이 밥인지 내가 밥인지

먹히고 먹히네

-양동근 2집 <착하게 살어> 중에서-

-2집 앨범을 들어보면 ‘혼자 있는 이 길이 너무 쓸쓸해’ 하던 양동근이 ‘쓸쓸하지 않기로 열심히 매진해’라고 랩을 한다. 쓸쓸함이 줄어든다는 건 사는 게 재밌어진다는 건데, 나이가 들수록 사는 게 재밌어 지는 것 같은가.

=우헤헤헤헤헤헤. 나이? 사는 거? 사는 거(한숨). 질문이. 질문이 왜 이래. (같이 폭소) 사는 게 어때? 뭐. ‘재미없는데 재미있다’ 그게 맞는 말이겠다. 사는 건 재미있는데 부차적으로 따라오는 게 재미없다. 아니. 사는 건 별로 재미없는데 부차적으로 따라오는 게 재미있다는 거지. (미소) 부차적으로 따라오는 재미있는 것들. 종교적인 것들도 있고. 음악하는 것도 그렇고. 사는 거에 연관된 것. 그러니까 돈문제 같은 것, 그런 것들은 다 재미없는데 내가 하는 음악 같은 것은 재미있고.

-뭔가 비어 있는 듯한 그런 역할들이 계속 자신에게 맡겨지는 게 좀 재미없지 않나.

=그냥 요즘은 그런 거 생각하면서 일할 틈이 없다. 그냥 있는 거 빨리 해치워야지. 앞에 깔려 있는 게 너무 많아서 그거 해치우기도 바빠서 생각하면서 살 수가 없다.

-지금의 양동근이 예전의 아역배우 양동근에서 갑자기 성장했다라고 스스로 느끼는 작품이.

=(고민없이) <수취인불명>! 그거 찍을 때가 참 재미있긴 했던 것 같다.

-그때도 김기덕 감독, 굉장히 빨리 찍었나? 그래서 재미있었나.

=아유. 그때도 다른 거랑 겹치기 출연하던 때여서 그건 잘 모르겠고. 김기덕 감독이랑 영화찍는 거. 연기자로서 한번 해볼 만한 작업인 것 같다. 하면서 배우는 거 그런 게 있다. 그분이 대단히 특이하시고 독창적이시니까 한번 더 같이 작업하면 또 다른 게 이루어지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네멋대로 해라>를 다시 이야기하는 것도 좀 늦긴 했지만. 그래도 ‘고복수’ 역할은 잊지 못할 것 같다. 그 몸에 딱 맞는 역할에 그토록 몰입해서 연기하고 나서 느낀 허탈함 같은 것은 없었나.

=(조금의 고민도 없는 단호함으로) 난 끝나고 너무 좋았다. 정말 고생했으니까. 그냥 끝나고 나니까 너무너무 좋기만 했다. 그런 생고생 다시는 하고 싶지 않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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