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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친근하고 낯선 페이소스, 양동근 [3]
김도훈 2004-04-06

3. 양동근, 나는 언제나 나인 거지 뭐

연예인이란 게 그리 좋지만은 않아

내가 공인이란 것이 그리 자랑거린 아냐(알어)

여기서든 저기서든

개인일 수 없는 것이

권리보단 의무를

나보다 먼저 팬들을

내 웃음을 선사하고

나의 몸을 부식부식

-양동근 2집 <착하게 살어> 중에서-

-친구들은 많은가.

=다 음악작업 같이 하는 사람들이다. 영화쪽보다는 음악쪽 사람들. 같이 음반작업 스튜디오에서 하는 사람들.

-그러니까 힙합의 브러더 후드(brotherhood) 같은 정신.

=음. 그건 무슨 특별한 정신 같은 게 아니다. 그냥 밤새고 작업하고 녹음하다 같이 밥먹고 하다보면 친해지게 되어 있는 거지 뭐. 밖에서 영화찍거나 드라마할 때는 카메라 앞뒤에서 긴장하고 하는 일이 많지 않나. 그런데 음악작업은 그런 게 아니거든. 항상 같이 지내잖아. 같이 일하고 쉴 때는 같이 놀고 그러니까 영화작업 같이 하는 사람들과는 달리 나한테는 편한 사람들이 되는 거지.

-남자팬이 더 많을 것 같은데. ‘우리우리 동근이 형님’하는 남자애들. (웃음)

=남녀노소(웃음) 가리지 않고 많다. 아줌마들 팬이… 아우… 특히 많다. 일본에서도 아줌마들이 찾아오고. (웃음) 일본 아줌마들 대단하다 정말.

-이전의 인터뷰들에서는 ‘나는 솔직히 팬들에 대해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라고 했었는데. 지금은 어떤가.

=(골똘히 생각) 근데 팬이라고 하면 말이지. 어느 특정한 팬클럽에 있는 그 사람들말고 날 보고 있는 사람들이 모두 다 팬이 아닌가? 그렇기 때문에 신경을 쓸 수가 없다는 거다. (손가락으로 작은 원을 만들며) 요만∼큼 있는 사람들이 다가 아니잖나. 어디서든 구석에서든 어디서든 나를 보는 사람들이 있을 텐데. 어느 특정한 팬들만 어쩌고저쩌고 좋다하기는 좀 그런 거 같다. 내가 받아들이는 팬은 나를 알고 TV나 영화로 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니까.

-어느 특정한 팬들에게 등급을 주고 싶지는 않다.

=주자면 등급을 줄 수는 있지. (웃음) 그런데 그게 좀 웃기잖아. (웃음)

-보통 젊은 배우들 인터뷰 보면 항상 그러잖나, 어떠어떠한 배우가 나의 목표다. 양동근은 그런 롤모델 없을까.

=(주저없이) 양.동.근.이 되야지. 언제나. 배우라는 사람들이 원래 항상 이런 얘길 많이 하지. 누구는 연기를 이렇게 하고 누구는 이런 식으로 한다. 그러나 나는 언제나 나인 거다.

4. 장사가 끼니까 골 아파지는 거지 뭐

말로 표현 안 돼 말도 안 돼

내가 평범한 놈이었음 말도 안 해

심장을 빨래 짜듯 쥐어짜고파

또 콧구녕도 목구녕도 막아다가 물에 던지고파

-양동근 2집 <청춘> 중에서-

-연기와 음악이 인간 양동근을 살아있게 만들어주는 것들이 분명한데. 솔직히. 아주 솔직히. 둘 중 뭐가 더 재미있나.

=연기는 즐겁게… 즐거… 즐거… 운 면이 근데 좀… 좀… 힘들지. 아직까지 연기는. 그러니까. 왜냐하면. 먹고사는 수단이 이거, 연기하는 것이기 때문에. 또 언제나 힘들게 연기를 하고 있으니까… 아무래도 즐겁기 힘들지. 즐거운 거는, 음악할 때다. 그런데 음악도 장사가… 휴우… 이거 뭐 돈하고 장사가 끼니까 그냥 막 골 아파져서.

-돈은 둘째로 치고, 대체 1집과 2집의 사이. 그 기간 동안 어떤 일들이 있었던 건가? 어떻게 그렇게 음악이 푸욱 숙성된 건가.

=모르겠다. 1집 때는 앨범 하라니까 그냥 무작정 갖다 들이받은 거였다. 1.5집은 그 과도기였고. 2집 때는 아무래도 앨범을 두개를 해봤으니까 느낌을 좀 찾은 거 같다. 그러니까 모니터를 한 거지. 일단은 뭔가를 집어내지 않나. 이 사람은 이 영화 저 영화 찍었을 때 연기 못했는데 다른 영화에서는 연기가 좀 나아졌다. 뭐 그런 거랑 비슷한 거지.

-가사의 영감은 어디서 가져오나.

=강원도 왔다갔다 하다가도 쓰고. 혼자 밖에 있다가 갑자기 ‘어!’ 하고 생각나면 그대로 쓰고. 음악 들으면서도. 왜냐하면 전체 음반 분위기에 맞아야 하니까. 음악은 어둡게 가는데 혼자 신나서 가사는 ‘너무 좋아 너무 좋아’ 그럴 순 없으니까. 거의 음악 틀어놓고 그 음악에 그 기분에 휩싸이면서 자연스럽게.

-어떤 음악 제일 자주 듣나.

=양동근의 앨범들. 제일 자주 듣는다. (웃음) 정말이다.

-양동근의 랩에 대해서 그것을 듣는 아이들이 어떤 식으로 받아들이는 게 좋은가.

=그런 건 생각하고 있지 않다. 그건 나오는 그대로 하는 거지, 누가 어떻게 받아들였으면 좋겠다, 이렇게 생각하고 쓰는 일은 없다.

-배우로서 양동근이랑 래퍼로서의 양동근. 솔직히 어디에 더 애정이 가나.

=애정?… 근데. 그게 래퍼다 배우다 하고 그냥 밖에서 나눠진 거지, 그게 다 양동근인데 어디에다 더 애정을 두고 그럴 순 없지.

-하지만 힙합 가수로서의 양동근에 더 개인적인 애정이 실린 것은 아닌가.

=(의아하다는 듯이) 애정? (목소리 살짝 높아지며) 그러니까 겉과 속이 공존해 있는 거다 지금의 양동근은. 화면에서 보여지는 그 모습이 겉모습이면 나는 나의 속사정도 랩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거다. 어떤, 일찍 포장이 돼서, 상품이 돼서 텔레비전에 ‘짜잔’ 하고 나오는 겉모습뿐만 아니고 그 화면에 보였던 사람말고도 양동근은 있는 거니까. 인터뷰 같은 데서 사람들이 이랬다저랬다 떠들어대는 그 양동근은 양동근이 아니다. 진짜 양동근은 이렇다라는 것을 나는 음악으로 보여주는 거다. (잠시 침묵) 연예인이라면 연예인으로서의 자신만 보여주는 게 아니라 나는 진짜 양동근으로서의 나 자신도 얘길 같이 한다. 그런 것 같다. 그런 게 정말로 가치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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