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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 살벌한 연인>의 박용우·최강희
사진 이혜정이영진 정재혁 2006-03-27

최강희_ “큰일에 대범하고, 작은일에 집착해요”

<러브 미 이프 유 대어>의 소피 역, 꼭 해보고 싶어요. 엉뚱한 게임과 질투에 빠지는 모습이 좋았어요. 저랑 안 어울린다고요? 그래요. 사람들은 다 제가 매우 밝고 명랑하기만 한 줄 알아요. 그런 이미지를 좋아하시고요. 라디오 프로그램(현재 최강희는 <최강희의 볼륨을 높여요>를 진행한다)에 나오신 게스트 분들도 “강희씨, 생각했던 거랑 달리 성격이 내성적이에요”라고 하세요. 제가 내성적이죠. 먼저 누군가에게 다가가서 말을 거는 성격이 못 돼요. 새로 사람을 만나는 것도 싫고요. 물론 ‘얇고 넓게’는 할 수 있어요. 그건 누구나 할 수 있죠. 하지만 그건 싫어요. 차라리 그 시간에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열심히 할래요.

그렇다고 제가 어둡기만 한 건 아니에요. 저는 낮과 밤의 모습이 매우 다르거든요. 낮에는 활발하기도 하고 사람들과 웃고 잘 지내요. 그런데 밤에는 칙칙해요. 그냥 방 한쪽에 웅크리고 있어요. 아니면 저녁에 잤다가 새벽 4시쯤 일어나요. 그리고 편의점에 가서 사고 싶은 것들을 사요. 외로워 보인다고요? 어릴 땐 그게 싫다고 느꼈거든요. 근데 이제는 좋은 것 같아요. 상상하기도 하고. 아참, 요즘은 도서관에 가요. 가서 뭘 하는 게 아니라 거기에 있는 사람들과 같이 앉아서 드라마의 한 장면처럼 있는 게 좋아요. 혼자 노는 거죠. 그런 거 되게 잘해요.

미나(<달콤, 살벌한 연인>)를 하겠다고 결심한 건, 그냥 (시나리오를 본 뒤) 이건 내가 해야 할 거였어요. 내일 일어나서 ‘한다고 해야지’ 생각했어요. 저와 비슷한 면을 발견한 거죠. 제가 큰일에는 대범하고, 작은 일에는 집착하는 편이에요. 차사고가 나면 그냥 웃고 집에 가는데, 볼펜을 잃어버리면 찾으려고 애를 써요. 미나도 그렇잖아요. 더 ‘큰일’을 벌이면서도 사랑엔 힘들어하고. 그게 참 비슷하다고 느꼈어요. 물론 흥행도 되면 좋죠. 하지만 하기 싫은 거 하면서 떠밀리듯이 하고 싶진 않아요.저는 사실 제 위치에 만족하거든요. 오히려 주위 분들이 더 만족 못하시는 것 같아요. 친구나 가족들이. 근데 왜 스테디셀러 있잖아요. <청춘 스케치>나 <시네마 천국> 같은. 저는 그렇게 되고 싶어요. 시간을 초월해 사랑받는 것, 잊혀지지 않고 꾸준히 기억에 남는 것.

박용우_ “패턴에서 벗어나 있어 신선했죠”

저 할 말 하는 사람이에요. 제가 출연하는 영화라고 해도 시나리오가 싫으면 싫다고 말하거든요. 그런데 <달콤, 살벌한 연인>은 좋았어요. 주위에서는 <혈의 누>의 인권보다 더 ‘쎈’ 역할을 해야 한다면서 반대를 많이 했는데, 제가 우겼죠. 하고 싶다고. 코미디, 스릴러를 굉장히 좋아하는 편인데. 좀 주의깊게 읽다보면 어떤 패턴이 보여요. 그런데 <달콤, 살벌한 연인>은 그 패턴을 벗어나 있더라구요. 신선했죠. <조용한 가족> 같은 느낌이에요. (최)강희는 나보고 황대우가 딱이라고 하는데. 전 대우처럼 연애에 서툰 것도 아니고, 또 고질적인 허릿병이 있는 것도 아니고.(웃음) 사실, 촬영 들어가기 전에 손재곤 감독님하고 자주 만났어요. 극중 황대우의 엉뚱함은 다 감독님의 기질에서 나온 것이거든요. 어디로 튈지 모르는 분인데. 농담도 장난 아니에요. 한번은 저를 왜 캐스팅했냐고 한 기자가 묻는데, 가격도 싸고 잘 안 풀려서 안쓰럽기도 해서 그랬다고 답하시더라구요. 이틀 밤 꼴딱 새고 그런 말 들어봐요. 안 삐질 수 있나. 그래서 한동안 째려보기만 했어요. (웃음) 그래도 고맙죠. 촬영하다보면 감독하고 배우하고 하루에도 몇 차례씩 전쟁을 치르는데, 이번 영화 하면서는 감독님이 멍석을 떡 하고 깔아주시니까 저로선 많은 걸 해볼 수 있는 거죠. 촬영 들어가기 전에 긴 리허설을 통해서 제가 프리(pre) 액팅을 하고 나면 본인 생각을 조심스럽게 내놓으셨는데. 왜 감독들이 대개 고집이 세잖아요. 그런데 손 감독님은 이번에 많이 져주셨어요. 배우가 예민한 동물인 것도 깎듯이 챙겨주시고. 편하게 작업할 수 있었던 이유가 그게 아닌가 싶어요. 요즘이오? 바쁘죠. <혈의 누> 끝나고 연달아서 작품을 만나고 있으니까. 알다시피, 전에는 이런 적 없었잖아요. 얼마 전엔 방송 녹화하다가 졸기도 했어요. 지금이 행복하죠. 두려움이야 물론 있지만, 그렇다고 내가 하는 모든 시도의 결과들이 어떻게 다 만족스럽겠어요. 그런 기대는 안 해요. 대신 ‘배우’라는 끝없는 계단을 꾸준하게 오르는 즐거움이 있으면 되는 거라고 봐요. 곧 개봉할 <호로비츠를 위하여>도 그런 마음으로 찍었고, 지금 찍는 <조용한 세상>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런 마음가짐으로 하나씩 다시 배워볼 생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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