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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지먼트사 나무엑터스 김종도 대표

가장 중요한 건 믿음과 의리다

매니저치고 자신의 이름과 얼굴을 알리고자 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건 진정 대중 앞에 나서야 하는 주인공인 배우들의 그림자 안에서 지내는 생활이 몸에 뱄기 때문일 터. 매니지먼트 업체 나무엑터스의 김종도 대표 또한 그런 부류에 속한다. 그가 그동안 좀처럼 매체에 얼굴을 비추지 않았던 건 다소 험악한 분위기의 외모 탓은 아니었을 것이다. 하긴 문근영, 김태희, 김주혁, 김지수, 김민정, 도지원, 유준상, 홍은희, 김효진, 김강우, 송지효, 김혜성 등 30명 가까운 톱클래스 연기자를 돌보다보면 그림자 밖을 벗어날 시간도 별로 없어 보인다. 창립 3년 만에 싸이더스HQ 등과 함께 한국 매니지먼트 산업의 정상권에 선 나무엑터스의 김종도 대표를 환한 양지로 잠시 불러냈다.

-무척 바빠 보인다. =매니지먼트 사업은 연초 비즈니스가 1년을 좌우한다. 상반기에 어떤 작품에 들어갈지 정해야 하반기에도 이어질 수 있다. 반대로 상반기에 삐거덕거리면 하반기에도 삐거덕거린다. 특히 1월은 3월에 들어가는 작품의 캐스팅이 많이 이뤄진다. 부지런히 뛰어다녀야 캐스팅 되지, 가만히 있으면 아무것도 못 얻는다.

-어디를 뛰어다니나. =영화사도 가고 배급사도 간다. 저녁때는 감독님들을 뵙는다. 지난해까지는 신인감독들과 작업을 많이 했는데, 조금 지쳤다. 그리고 우리 배우들 입장에서도 자신의 새로운 면을 발견해줄 노련한 감독이 필요해서 여러 감독을 만나려 한다.

-혹시 지난해 소속 배우들의 흥행성적이 유달리 나빠서 더 마음이 급한 것 아닌가. =나무엑터스가 1월15일자로 3주년을 맞았다. 그런데 우리 배우들은 창립 1, 2년 때까지 1800만명, 1500만명 정도를 동원했다. 그런데 지난해에는 저조했던 게 사실이다. 그렇게 많은 영화가 개봉했으니 어쩔 수 없다는 생각도 하지만, 올해는 대중을 좀 생각하려 한다. 우리 배우 이규한이 나오는 <마파도2>가 좋은 출발을 해줄 것 같아 기대를 한다. 그리고 지금 방송 3사에선 우리 배우들이 출연하고 있다. 조동혁은 SBS 월화드라마 <사랑하는 사람아>에서 주인공을 하고 있고, 박건형은 KBS 미니시리즈 <꽃피는 봄이 오면>에서 주인공이다. MBC <주몽>에서는 송지효가 주몽 부인으로 나오고 있다. 이 정도면 그래도 따뜻한 거 아니냐.

-그럼 영화쪽은 흥행작 위주로 캐스팅을 추진할 것인가. =그렇지는 않다. 내가 개인적으로 지난해 가장 좋아했던 영화는 김지수가 나온 <사랑할 때 이야기하는 것들>이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장가를 못 가서 그런지 와닿더라. (웃음) 흥행도 중요하지만, 그렇게 영화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는 작품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보면 지난해 우리 배우들이 선택한 영화는 대개 정극 분위기였다. 우리 배우들이 다 정극 배우여서 그랬던 것이다. 흥행이 안 된다고 삼류 코미디에 나갈 수는 없잖나.

-요즘 들어 스타들의 티켓파워가 약해졌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뻔한 얘기지만, 영화는 여러 사람이 만들어가는 공동작업이다. 스타의 필요성은 첫 관심을 끄는 것이고. 그리고 오해가 있는데 스타는 대개 연기 역량이 뛰어난 친구들이다. 그들이 스타라서라기보다 훌륭한 연기자라서 캐스팅이 된다고 본다. 그들이 캐릭터와 잘 만나면 시너지를 발휘하는데, 영화는 모든 게 완벽하지 않으니까 기대만큼 안 되면 실망감이 오히려 커지는 것이라고 본다. 결국 캐릭터와 어떻게 잘 어우러지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문근영, 김주혁, 김태희, 김지수, 김민정 같은 주력 배우들의 올해 계획은 잡았나. =아직 뚜렷하게는 없다. 2월 중순까지는 결정해야지. 지금은 손가락 빨고 있다. (웃음)

-올해 영화 투자가 위축됐다고 하던데 실제 돌아다녀보니 어떤가. =큰일났다. 큰 양극화 현상이 나타날 것 같다. 작품 수도 줄 것 같다. 물론, 누구는 일시적인 현상이라고도 한다.

-배우가 많으니 걱정이 되겠다. =그래도 영화사보다는 낫다. 게다가 우리에겐 방송이 있지 않나. 사실 올해는 뮤지컬과 연극쪽에도 관심이 많다.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내가 우리 매니저들에게 그랬다. <드라마 시티>나 <베스트극장> 같은 TV단막극 중에서 문근영이 할 만한 게 있으면 골라오라고. 그런데 정작 방송사에서 안 믿더란다. 설마 하면서. 그런데 우리는 정말로 할 생각이 있다.

-나무엑터스는 창립 3년 만에 매니지먼트 업계의 정상권으로 올라왔다. 그동안 어떤 경력을 갖고 있는가. =나는 동아대 금속공학과를 나왔다. 그런데 졸업할 무렵인 1992년, 내 전공을 살려 취업한다는 게 싫더라. 금속공학과를 나와서 하는 일은 제강회사에 가서 온도를 재거나 연구소에 틀어박히는 건데, 내가 노는 걸 좋아해서…. (웃음) 그러던 중 신문에 난 광고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그게 ‘MTM 대졸사원 공개모집’ 광고였다. MTM이 뭔가 보니까 ‘모델·탤런트·매니지먼트’더라. 이거다 싶어서 바로 원서를 냈는데 오라고 하더라. 그때 내가 한 일이 뭐냐면, 보조출연자 반장이었다. 새벽에 네다섯살짜리 아이들을 데리고 촬영장에 가서 여기저기 배치하는 게 일이었다. 그러다가 방송 드라마 조연급 캐스팅을 돕기도 했다. <마지막 승부> 때 이상아 여자친구 역을 찾던 장두익 감독님에게 심은하를 추천하기도 했다.

-배우 매니저는 언제부터 했나. =MTM에는 오래 안 있었다. 그 일이 별로 나에겐 맞지 않았던 것 같다. 매니저가 되는 데 있어 영향을 준 것은 돌아가신 배병수씨다. 어느 날 MBC 로비에 있는데, 어떤 사람이 걸어가더라. 그런데 100m를 걸어갈 때까지 2시간이 걸리더라. 아는 사람이 어찌나 많던지. 그래서 옆사람에게 누구냐고 물어봤다. 그랬더니 배우 매니저란다. 그 모습을 보고 ‘나 저거 해볼래’ 했던 거다.

-매니지먼트는 어디에서 시작했나. =칠월기획에 들어갔다. 김희선, 이창훈, 권오중 등 당시 잘나가는 배우가 있었던 곳인데, 지금의 나무엑터스쯤 된다. 내가 처음으로 로드 매니저를 맡았던 배우가 이창훈 형이었다. 로드 매니저인데도 길도 모르면서 다녔지만. (웃음) 그렇게 시작해서 얼마 있다가 김종학 프로덕션에 들어가서 매니지먼트 일을 하기도 했고, 다른 작은 회사에 가기도 했다. 혼자서 회사를 차려보기도 했다. 그리곤 아이스타즈에 들어갔고 몇년 뒤에 나무엑터스를 차리게 됐다.

-오늘의 김종도가 있게 한 배우는 누구인가. =우선 김주혁이다. 김주혁은 10년 가까이 동고동락한 친구 같은 존재다. 주혁이는 나 혼자 매니지먼트할 때부터 만났다. 그때는 차도 없었다. 아예 김주혁이 차를 운전했으니까. 최악의 환경에서 함께했던 존재다. 안 그래도 어제 3주년 기념일이라고 주혁이한테 “축하 안 해줘?” 그랬더니, “왜 내가 축하를 해줘? 받아야지” 하더라. 그러면서 “내가 나무인데” 그러는 거다. 말 되더라.

-그 다음은. =그 다음이 아이스타즈 시절에 만난 김민정과 권상우다. 민정이는 고등학교 졸업할 무렵 만났는데, 사실 어렸을 때부터 봐왔다. 어머님도 잘 알고 민정이가 나를 삼촌이라고 불렀다. 그렇게 오랜 시간에 걸쳐서 인연이 맺어졌다. 상우는 내가 아이스타즈에 들어가니까 이미 소속 연기자로 있었다. 첫인상이 소파에 측은하게 누워 있는 모습이었다. (웃음) 그런데 걔가 대단한 게 내가 하라는 대로 다 했다. 따라와라, 이런 준비를 해라, 몸을 만들어라 등등 그대로 하더라. 상우는 그렇게 신인 시절부터 <말죽거리 잔혹사> 때까지 함께 일을 했다. 그리곤 떠났지만.

-문근영과의 만남이 궁금하다. =근영이도 아이스타즈 시절에 만났다. 중학교 1학년이던 근영이를 누군가의 소개로 만났는데, 아주 똘망똘망한 눈빛이었다. 그때는 <가을동화>가 막 끝났을 무렵이었다. 사실 당시만 해도 아역 배우는 기성 매니지먼트사에서 잘 안 하려고 했다. 돈이 안 된다고 봤으니까. 하여간 맡게 됐고 드라마 몇개를 하다가 <어린 신부>를 하면서 완전히 정상에 올라섰다. 근영이는 내게 많은 것을 줬지만, 무엇보다 나는 근영이와 근영이 어머니를 나의 스승이라고 생각한다. 15년 동안 매니저 일을 하면서 난 그냥 앞만 보고 달렸다. 정말이지 나밖에 몰랐다. 그런데 주변을 보게끔 해준 사람이 그 두 사람이다.

-나무엑터스는 어떻게 만들게 됐나. =한참 잘나갈 때였는데 아이스타즈가 부도났다. 돈은 버는데 말이다. 결국 나와서 2004년 1월15일에 나무엑터스를 만들었다.

-‘나무’라는 이름은 어떻게 지었나. =근영이가 지었다. 배우들에게서 여러 아이디어를 받았는데, 근영이가 이름과 뜻을 잘 지었다. 한곳에 깊은 뿌리를 내리고, 무성한 잎을 내서 커다란 그늘에서 쉬어가면서, 또 열매를 맺자는 것이었다. 결국 그 뜻은 그대로 우리 회사의 기업이념이 됐다.

-창립 멤버들은 누구인가. =우선 이은주가 있었고 문근영, 김주혁, 김민정, 도지원, 김혜성, 신세경 등 9명 정도가 있었다. 그러고 보면 3년 만에 놀랍게 성장한 거다. 지난해만도 40% 정도 성장했으니까.

-현재 나무엑터스 소속 연기자는 모두 몇명인가. =지금 28명인데, 조만간 이름이 알려진 연기자 한명이 추가돼 29명이 될 것 같다.

-연기자를 선택할 때 어떤 기준이 있나. =열정을 본다. 열정이 좋다. 한여름 같은 경우 <> DVD를 들고 혼자 회사를 찾았다. 참 특이하더라. 그리고 눈을 본다. 사실, 외모는 연기지망생이면 다 웬만하다. 우리가 조금 다듬을 뿐이지. 김주혁은 옛날에 영화사에 가면 다들 나를 배우로, 걔를 매니저로 봤다. 걔는 SBS 공채 출신인데, 방송사에 가도 나는 들어가는데 걔는 잡힌다. 촌티가 나니까. 그런데 주혁이가 지난 3년 동안 패션상을 다 받았다. 그러니까 사람은 변한다는 거다. 그리고 눈빛에서 진지함이 보이는 배우가 있다. 이거 아니면 아무것도 못할 것 같은 무엇이 있어야 한다. 그런 친구들이 좋다.

-매니지먼트 대상 중에는 로보트 태권V도 있다. =그렇다. 매니지먼트 계약을 했다. 나는 태권V도 사람이라고 생각하면서 일한다. 이미지 메이킹도 하고 프로모션도 하고. 사실상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캐릭터 아닌가. 태권V를 놓고 여러 가지를 생각하고 있다. 디자인 공모전도 하는 중이고, 모 대학 산업디자인과에서 태권V를 주제로 강의도 개설할 계획이고, 모 대학 기계공학과에서는 태권V가 정말 만들어질 수 있나 따져보기도 할 것이다. 거기에 신철 신씨네 대표님이 추진하는 로보트 태권V 타워까지 지어지면 대단할 것이다.

-매니지먼트를 하면서 가장 곤혹스러운 게 스캔들 문제일 것 같다. =그거야말로 내가 조절할 수 없다. 그때그때 대처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요즘엔 인터넷이 발달해서 대처가 안 된다. 옛날에는 뭔가 터지면 매니저들에게 “자 뛰어가” 했다. 그러면 그냥 신문사 데스크 앞에 계속 버티고 있는 거다. 그런데 지금은 실시간이다. 그래서 우리 홍보이사는 직원들에게 “대표님 인터넷 못 보게 해”라고 한다. (웃음) 내가 인터넷 보다가 뭔 일이 있으면 “다 튀어와라” 하고 불러선 한바탕 하는 거다. 정말이지 요즘에 인터넷을 보면 혈압이 오른다.

-<뉴시스> 기사도 혈압을 올리겠다. =어느 정도 비판은 받아들이지만, 이건 너무한다. 그런데 근영이 어머니께서 참으라고 하신다. 다 사필귀정이라면서.

-그런 일이 터지면 근영이 어머니에게 안부전화를 드리는 건가. =아니, 오히려 어머니가 나에게 전화를 주신다. “대표님, 애가 워낙 이슈가 많아서. 또 대표님 머리 아프겠네. 염려하지 마세요”, 이런 식이다. 대단한 분이다. 배포도 크시고.

-매니지먼트 사업은 수익을 내기가 어렵다고들 하는데 어떤가. =우린 지난해 흑자를 냈다. 우리 배우들의 계약금이 거의 없어서 그런 것 같다. 문근영이나 김지수는 아예 계약금이 없다. 김태희를 영입할 때도 계약금이 다른 데서 제시한 것의 5분의 1도 안 됐다. 사실 매니지먼트는 수익구조가 괜찮은 사업이다. 그런데 지나친 계약금을 쓰고나서 그것을 뽑으려다 보니 배우들을 막 굴리는 구조가 되는 악순환이 생긴다.

-계약금을 안 주거나 적게 주는 게 어떻게 가능한가. =평소에 잘해야 한다. 이를테면 김태희는 신인 시절 괌에서 김주혁과 뮤직비디오를 찍을 때 처음 봤다. 그때부터 같이 일하고 싶더라. 그래서 맛있는 것도 많이 사줬다. 그러다가 나중에 매니지먼트를 고를 때가 됐을 때 우리를 선택한 거다. 그때 왜 우리 회사에 들어오냐고 했더니 “대표님 인상이 좋아서요”라고 하더라. 내 인상이 어디 좋은 인상이냐. (웃음) 첫 만남부터 좋은 인상을 남겼기 때문에 이 나쁜 인상에도 들어오는 거다. 그리고 내 입으로 하긴 무안한 말이지만, 우리에겐 가족 같은 믿음이 있다. 그러니까 근영이나 김지수, 도지원 누나는 아예 계약서를 안 썼다. 그러다 보니 아직도 매니저가 광주 근영이네 가서 어머니를 만나 자기들과 계약하자고 한다는데, 그럴 때면 근영이 어머니는 내게 연락을 해서 “대표님과 평생 한다고 했습니다”라고 말씀하신다. 그러니까 중요한 건 믿음, 의리다.

-지난해 매니지먼트사들의 우회상장 바람이 불었는데, 결과적으로 안정적인 구조를 갖춘 곳은 별로 없었다. 나무는 그 와중에 상장의 길을 택하지 않았다. =나는 일단 돈에 관해 잘 모른다. 그리고 배우를 팔아서 그런 일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우리 또한 우회상장을 할 수도 있다. 재무를 담당하는 이사가 고민하고 있다. 하지만 나중에 하더라도 나무엑터스의 시스템을 파는 거지 배우를 파는 건 아니다.

-성격이 불같다고 들었다. 사업적으로는 좋지 않을 것 같다. =오해를 많이 받는다. 나는 몰랐는데 신인감독이 내 앞에 있으면 주눅 든단다. 이를테면 내가 감독이 준 시나리오를 모니터하는데, 감독은 다 듣고 나서 우리 실장에게 “대표님 너무 무서워요” 한단다. 나는 경상도 촌놈이라 하고 싶은 얘기 다 한다. 감독 앞에서도 그렇고, 심지어 CJ엔터테인먼트의 이미경 부회장님 앞에서도 “CJ 그러면 안 돼요” 이런 얘기까지 한다. 요새는 남들이 ‘네가 편집기사냐’는 말도 한다더라. 나는 영화의 편집을 갖고 뭐라 한 적이 없다. 이러저러했으면 좋겠다고 의견을 제시한 것뿐이다. 하여간 욕 듣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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