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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우] 이번엔 성룡이나 주성치식 코믹 액션이다
최하나 사진 오계옥 2008-01-25

-많이 피곤해 보인다. 살도 좀 빠진 것 같고. =아니, 살은 오히려 쪘는데. 피곤한 거야 예전부터 그랬고. (웃음) 이제 좀 많이 지치긴 한 것 같다. 예전엔 차에서 한번도 자본 적이 없는데, 요새는 타기만 하면 완전히 기절한다.

-<조용한 세상> <뷰티풀 선데이>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 그리고 <원스 어폰 어 타임>까지 쉴새없이 작품을 했으니, 지칠 만도 하다. =특히 이번에는 밤샘 촬영이 많아서 육체적으로 굉장히 힘들었다. <지금 사랑하는…> 때까지만 해도 쉬고 싶다는 생각이 전혀 없었는데, 지금은 잘 모르겠다. 일단 이번 작품 홍보를 끝내고 쉬게 될지 말지를 고민할 것 같다.

-<원스 어폰 어 타임> 현장 기사를 보니 “우울 3부작 이후 첫 작품”이라고 했던데, 밝은 분위기의 작품이라는 게 아무래도 선택에 영향을 준 건가. =뭐, 모든 작품에는 각자의 재미가 있다. 슬픔에 대한, 우울함에 대한, 즐거움에 대한 재미 등 종류가 수천 가지는 될 거다. 우울함과 진지함에 대한 재미를 요 근래에 많이 접해봤기 때문에 이번에는 다른 재미를 찾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을 했던 건 사실이다.

-작품이 일제 말 경성을 배경으로 독립운동 같은 시대적인 요소 위에 액션과 코미디 등 여러 장르를 혼합시킨 느낌이 강하다. 그런 부분을 시나리오의 장점으로 봤나. =기본적으로 그렇다. 사실 영화에 대해 기자분들이 제일 먼저 하는 이야기는 이거다. 경성을 배경으로 한 영화들이 동시에 많이 기획됐고, 비슷한 시기에 개봉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들이 정말, 너무 나 많다. 하지만 일단 다른 작품 이야기를 하는 것은 예의가 아닌 것 같다. 내가 그 작품에 대해 뭘 알겠나. <원스 어폰 어 타임>은 기본적으로 퓨전영화인데, 재밌는 이야기와 볼거리를 활용하기 위해 시대를 선택한 것이지, 그 시대에 드라마와 연기를 맞추는 영화는 아니다. 사실 그 당시라는 게 총기류를 사용하더라도 자연스럽고, 큰 괴리감없이 양복을 화려하게 개량할 수도 있고, 현대음악이 섞여들어도 크게 이상하지 않은 유연함이 있는 시기인 것 같다. 영화도 그런 성격에 맞게 나왔고, 또 시나리오보다도 훨씬 잘 나왔다. 훨씬. (웃음)

-사기꾼 역할을 맡은 만큼 하나의 캐릭터 안에서도 변신이 잦은 편이다. =사실 변하는 장면마다 목소리 톤까지 완벽히 바꿔볼까 생각도 했었다. 하지만 감독님과 결론내린 건 의도적으로 큰 폭의 변화를 주지는 말자는 거였다. 관객에게 나 이렇게 변했으니까 대단하지, 하는 식으로 강요하기보다는 최대한 자연스럽고 쿨하게 가고자 했다. 신나고 재미있는 영화를 만들어야지, 웃기는 영화를 만들지는 말자는 생각이었다.

-예고편으로 살짝 본 것이지만, 봉구 역할의 말투나 발성 자체가 예전과는 많이 달라진 느낌이었다. =팔색조니까. (웃음) 농담이고. 잘 모르겠다. 관객의 평가에 따라 달라지겠만 의도적으로 변화를 주려고 노력한 적은 없다. 다만 쿨한 역할을 하는 게 처음이라 그 부분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말과 행동에 거리낌이 없지만, 누구에게 뻐기거나 과시하기보다는 자연스러운 솔직함에 가까운 느낌이랄까. 그런 식으로 편안하게, 툭툭 내뱉듯이 갔다. 관객이 쟤 참 귀엽다 하는 느낌을 받는 게 내 바람인데 좀 걱정이 되긴 한다. 여자분들은 좋아하실 것 같은데, 남자분들은 재수없어 할 것 같기도 하고. (웃음)

-액션 비중이 높은 편이다. 촬영 들어가기 전부터 액션스쿨에서 훈련을 받았다고 들었다. =신재명 감독님 팀과 연습했다. 주로 정권보다는 텀블링이나 와이어 같은 애크러배틱한 동작을 중심으로 훈련했는데, 독특한 재미가 있더라. <원스 어폰 어 타임>은 영화 속 중요한 순간마다 액션이 자리를 잡고 있다. 새로운 시도라 관객의 기억에 좀 많이 남지 않을까. 아직까지 한국영화 중에 이런 식으로 액션이 본격적으로 비쳐진 게 없지 않았나 싶은데.

-<짝패>같이 아예 액션영화를 표방하고 나온 작품도 있지 않았나. =짝패는 한국적인 느낌의 액션이고, 나는 조금 끈적끈적한 느낌으로 봤다. <원스 어폰 어 타임>은 코믹한 상황을 표방한 액션이다. 예컨대 성룡이나 주성치식이라고 할까. 대역없이 내가 90% 정도를 직접 했는데, 편집본을 보니까 너무 컷이 나눠져서 잘 모르겠더라. 좀 억울하다. (웃음)

-메이킹 영상을 보니, 신재명 감독이 근성이 좋다고 칭찬하더라. =그거 어디 가면 볼 수 있나. (웃음) 사실 재명이 형이라고 부르는데, 둘이 무명 시절부터 같이 운동을 했었다. 나중에 내가 잘되면 형이랑 꼭 작업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렇게 만나게 된 거다. 내가 발차기가 잘되거나 자세가 나오는 편은 아니지만, 원하는 파트너를 만나서 신나게 했던 것 같다.

-작품마다 캐릭터 변화가 커 보이는데, 그런 선택이 연기에 의외성을 찾고자 한 결과라고 했었다. 이번 작품은 어떤 의외성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았나. =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본 전제하에서, 나는 모험심이 굉장히 강하다. 작품에 임할 때면 항상 미개척지에 가서 생각지도 못한 보석을 얻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원스 어폰 어 타임>의 경우, 내가 이런 쿨한 남성상을 그려낼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도 있었고, 처음으로 본격적인 액션을 한다는 것에 대한 모험심도 작용했다. 또 예산 규모를 떠나서 그림의 느낌 자체가 큰 영화인데 내가 어울릴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있었다. 여러 가지 모험심이 있었던 거다.

-모험이 끝난 뒤 흥행 결과에 대해서는 골똘히 생각하는 편인가. =성적에 상관없이 내 연기에 대한 반응을 보는 편이다. 사실 흥행 안 된 건 할 말이 없다. 그저 그 당시에 관객의 사랑을 못 받았던 거니 그렇게 받아들이면 된다. 젊었을 때는 자책감도 크고 후회도 하지만, 그 과정은 금방이고 자연스레 마음을 비우게 되더라. 선을 넘어서 괴로워하고 원인을 찾아다니는 건 전혀 도움이 안 된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집착하거나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한국영화가 침체됐다는 말이 나온 지 오래됐지만 아직까지 상황이 크게 호전되지 않았다. 배우로서도 위기의식이 있을 듯싶다. =나랑 약속 하나 해라. <원스 어폰 어 타임>을 보고 재미가 있다면 그 부분에 대해 칭찬을 많이 해줬으면 좋겠다. ‘재밌다, 하지만…’ 이런 거 하지 마시고. (웃음) 내가 기대하는 건 웰메이드 오락영화다. 트집을 잡으려면 한도 끝도 없는 거지만 평면적인 코미디가 주를 이루는 영화는 절대 되지 않을 거다.

-차기작 계획은 아직 없나. =없다. 점점 성향이 변하는 것 같다. 10년 전에는 한꺼번에 음악 들으면서 밥 먹으면서 책 봤다면, 5년 전에는 음악 듣고 책 보는 정도였고, 이제는 음악 하나만 듣고 싶다. 지금은 일단 홍보를 하고 있기 때문에 시나리오를 읽을 시간이 없고, 솔직히 있다손 쳐도 나를 분산시키고 싶지 않다. 또 하나 분명한 건 정말 괜찮은 작품이 있어도 내 마음이 동하지 않는다면 하지 않을 거라는 점이다. 그건 내가 정말 지쳐 있다는 거니까. 최선을 다하지 못한다면 그건 자신에게도, 작품에도 민폐이지 않나.

-신년인데, 꼭 일이 아니더라도 올해는 뭔가 하나 해봐야겠다는 건 없나. =어떤 의도로 질문하는지는 알 것 같은데. (웃음) 사적인 면에서 뭐가 있겠나, 뻔하지. 내일 모레 마흔이다. 이제는 빨리 짝을 만나야 한다. 물론 그렇다고 의무적으로 결혼할 생각은 전혀 없다. 정말 제대로 된 짝을 만나고 싶다. 그러니까 운명이지 운명. 나는 그런 면에서 정말 운명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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