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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인] 획기적인 소년 [1]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의 유아인

좋은 배우의 얼굴에는 시간을 멈추는 권능이 있다. 아주 가끔, 신이 허락하면, 생의 시간을 되돌리기도 한다(그들이 매우 아름답다는 뜻만은 아니다). 최근에는 배우 유아인이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의 반골 걸오 문재신 역을 통해 그런 일을 했다. 성년이 된 자들이 겨우 갈무리해 궤짝에 못질해 넣은 새파란 열망의 시간을 쿵쿵 흔들어 깨웠다. 여자들은 소녀였던 내게 차마 말 걸어보지 못하고 거리에서 스쳐갔을지도 모르는 완전한 소년의 신기루를 보며 안타까움에 떨었다. 어쩌면 유아인이 그리워하도록 들쑤신 시간은 실제로는 우리가 누린 적 없는 청춘의 이데아다.

연예산업의 속성상 대다수 스타가 젊음을 연기하지만, 오늘 진행 중인 나의 청춘을 작품에 부딪쳐 서사와 기계장치만으로는 결코 창조할 수 없는 ‘초원의 빛’을 스크린에 던지는 아이콘은 드물다. 유아인은, 정우성과 류승범이 머물다 간 그 자리에 당도했다. 또한 표현과 삶이 동의어인 세대의 아이인 유아인은, 트위터와 미니홈피를 통해 들끓는 자신의 현재를 세상과 교신하며 청춘을 종단하는 전례없는 유형의 스타다. 촬영장에 몰려온 팬들이 셔터를 누르면 차창을 통해 그들을 사진 찍어 인터넷에 올리고, 기자가 녹음기를 꺼내면 “불공평해요. 나도 녹음해서 쓸래!”라고 말하는 배우. “나도 네티즌”이라 여기는 21세기 배우 유아인은 일방적으로 팬들이 그를 상상하고 욕망을 투사하도록 도무지 내버려두질 않는다. 뜻대로 알맹이를 채울 수 있는 이미지만 주는 게 아니라, 생각과 감정까지 바삐 타전한다. “너의 스타인 나는 이런 사람이니, 함께할 수 있는 한 잘해보자”라고 말을 건다.

정보망이 소통의 네트워크인 동시에 오독의 에스컬레이터이기도 한 현실에서 이건 실상 위태로운 게임이다. 그러나 그의 첫 영화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는 삶과 연기의 무람한 합류가 유아인의 숙명이 아닐까 하는 미신적 상상을 부추긴다. 이 영화 속 인물들은 특별한 설명없이 종대(유아인)를 “나의 꿈”이라 부르고 소년에게 각자의 방식으로 집착한다. 하나의 스토리라기보다 종대라는 소년이 먼저 존재하고 그 주변으로 영화가 가지를 치며 형성된 듯한 괴상한 구조다. 스물의 유아인은 거기서 연기를 한다기보다 앞으로 같이 갈 ‘영화’라는 세계에 온몸으로 인사를 보내고 있다. 나, 너에게 날 던지려는데, 우리 한번 맞춰볼래? 7년차 배우가 된 유아인은 지금껏 연기했던 아인, 종대, 용태, 기범, 흑산이란 이름의 소년들이 계속 살아가고 있다면 어디서 무얼 할까 상상하며 연결지어본다고도 했다. 그 애가 조금만 다른 환경에서 몇년을 자랐다면 이 아이가 되지 않았을까. 그렇게 쌓은 미완의 일대기는 곧 그의 스물다섯해이기도 하다. “내가 생판 다른 인물들을 연기했다고 생각하는 건, 싫거든요.”

유아인은 생성 중이다. 이미 이뤄놓은 성취보다 잠재된 재능과 배우의 생애와 대결하는 자세가 아름다운 그림을 예고하는 배우다.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의 노동석 감독이 “유아인이 나를 보는데 긴장하고 있었다”라고 말한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나는 주어가 불명한 이 인용의 진실을 확인하지 않은 채 긴장한 쪽은 감독이라고 믿는다. 잘생기거나 인기라는 권력을 가져서가 아니다. 유아인이 자아내는 긴장은 도가 넘치게 솔직하고, 삶을 하나의 예술품으로 만들 수 있다고 담대하게 믿는 젊은이가 범용한 어른에게 불러일으키는 한기(寒氣)다.

눈만 돌리면 금세 그림자로 화할 듯 깡마른 그의 몸은 궤적을 남기기 싫어하는 듯 살며시 움직였다. 하지만 이야기를 시작하자 머릿속에 아우성치는 생각이 벅찬 듯 그 겨울나무 같은 사지를 움찔움찔 떨었다.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의 민규동 감독이 말했다. “아인이와 있다가 헤어질 시간이 되어 그 애가 시선을 돌리거나 나로부터 멀어져갈 때면, 그 뒷모습을 왠지 한참 바라보고 있게 돼요. 시간이 곧장 끊기지 않고 점, 점, 점, 말줄임표 같은 게 생겨요.” 그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이 약동하는 배우와의 만남은 얇은 칼날에 살갗을 베인 듯한 이상한 통각을 남겼다. 그 자리에 점점이 돋아난 핏방울은 붉고 예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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