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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민] 그에게도 ‘허당’ 기질이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의 명탐정, 김명민

김명민은 피우던 담배를 얼마 전에 끊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인터뷰로 만났을 때 그는 담배를 피우지 않았던 것 같다. 그새 피웠고, 또 얼마 지나지 않아 건강을 염려했나보다. 그러나 이유는 다른 데 있었다. “영화 때문에 피운 거다. 극중 명탐정이 골초니까….” 순간 잊고 있었다. 그가 사소한 이미지 하나하나에도 자신을 적응하려 하고, 작업이 끝나면 그 흔적들과 철저하게 작별을 고하는 배우라는 사실을 말이다. 지난 만남과의 차이라면 웃음기 없었던 얼굴은 활짝 폈고 어딘가 여유가 넘쳐 보인다는 것. 담배를 끊어서일까, 아니면 코미디 장르에 출연해서일까. “하하하, 그때는 나에 대한 어떤 선입견 때문에 그렇게 느낀 게 아닐까. (웃음)”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이하 <조선명탐정>)에서 그가 연기하는 ‘명탐정’이 우리가 잘 알고 있(다고 믿고 있)는 그 ‘김명민’과 거리가 있는 건 분명하다. 극중 명탐정은 정조의 밀명을 받아 관리들의 공납비리를 파헤치는 조선시대 특별수사관이다.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그는 때로는 날카로운 식견을 보이다가도, 또 때로는 ‘허당’ 기질을 작렬한다. 예고편을 한번 보자. 조력자인 오달수와 함께 허둥지둥 도망다니고, 정체불명의 미녀를 앞에 두고 넋나간 표정으로 “완전 예쁘십니다”라고 말하는 그의 모습은 김명민의 필모그래피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것 같다. 정작 그는 “캐릭터는 진지한데 명탐정이 처한 상황이 웃음을 유발하는 것”이라며 “정조의 밀사인 만큼 명탐정은 자신의 신분을 철저하게 감춰야 한다. 허점을 드러내는 것도 그래서다”고 설명한다. 이는 그가 시나리오를 읽고 흥미를 보인 지점이기도 하다. “명탐정은 정약용을 모델로 했다. 정약용 하면 흔히 조선시대 실학자고, 거중기를 만든 사람 정도로 알고 있잖나. 실제로 그가 조정의 명을 받아 억울한 백성들을 위한 일들을 많이 했다고 하더라. 거기에 끌렸다.” 이리저리 뛰고, 구르고, 웃기기도 하지만 결국 명탐정의 목표는 하나다. 위기에 처한 나라와 억울한 백성들의 운명을 탐욕으로 가득 찬 관리들로부터 구하는 것. 그 점에서 명탐정은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2004)에서 김명민이 연기한 이순신 장군과 어딘가 닮아 있다.

늘 혼자서 고뇌하고, 극을 끌고 가던 전작과 달리 이번에는 든든한 조력자 ‘서필’(오달수)이 늘 옆에 있다. “명탐정과 서필은 티격태격할 때도 있지만 궁극적으로 하나의 목표를 향해 함께 달린다. 그 점에서 서필의 캐스팅은 ‘내가 이 영화를 하느냐, 마느냐’만큼 중요했다. (오)달수 형이 됐다고 들었을 때 정말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이었다.” 선수는 선수를 알아보는 법. 촬영 전 따로 맞춰보지 않아도 될 만큼 김명민과 오달수, 오달수와 김명민 두 사람은 현장에서 곧바로 서로의 호흡을 맞춰갔다. “어떤 액션을 하더라도 스펀지처럼 받아주는 동료” 덕분에 김명민에게 현장은 그 어느 때보다 즐거웠을 것 같다. “현장은 늘 즐겁다. 밝고 즐거운 즐거움이나 어두움에서 오는 즐거움이나 매 한가지다. 외람된 얘기지만 밝은 현장일수록 놓칠 수 있는 부분이 많다.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분위기에 붕 떠서 표현해야 할 연기의 디테일을 잃을 수 있다.” 이처럼 중심이 단단히 잡혔기에, 웃음을 유발할수록 명탐정은 자신의 정체를 꼭꼭 숨길 수 있었고, 모순 가득한 역사는 더욱 도드라져 보인다. ‘진지하거나 웃기거나’ 하는 명탐정과 달리 실제 김명민은 어떤 사람일까. “재미있는 편? 내 입으로 말하기에…. 마냥 진지한 편은 아니다. 그게 답인 것 같네. (웃음)”

김명민이 꼽은 오달수의 한 장면

“달수 형의 명장면은 한두 가지가 아니에요. 극중 저한테 본의 아니게 당하는 신이 있어요. 제가 ‘그동안 널 의심했는데, 서필이 너밖에 없다’하면서 갑자기 우리를 쫓는 무리에게 서필을 확 밀어버리고 혼자 도망가는 장면인데, 그때 달수 형의 표정이 정말 예술이에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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