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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달수] 뼛속까지 웃음유발자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의 서필, 오달수

“안녕하십니까. 캬아! 저 아우라…. (웃음)” 오달수가 스튜디오에 등장하자 김명민은 감탄사를 터트렸다. “허허. 아우라는 무슨…” 하며 멋쩍은 웃음을 지어 보이는 오달수. 아우라라, 최근 그가 맡은 역할들을 특정한 이미지로 묶어 설명할 수 없는 건 분명하다. 지난해 그가 연기한 작품을 열거해보자. <방자전> <해결사> <페스티발>을 비롯해 올해 개봉하는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이하 <조선명탐정) <그대를 사랑합니다> <푸른 소금>, 그리고 연극 <오구> 등 총 7편에 출연하면서 오달수는 현대와 과거를 넘나들었고, 저마다 다른 면모를 선보였다. “정말 눈코 뜰새없이 바빴다. 작품을 좋아서 하긴 했는데…. 육체적으로나 대외적인 이미지로나 여러모로 ‘나를 죽이는 게 아닌가’라는 고민을 했다. 근데 뭐 작품 좋은데 어떡하나. 해야지 그건.”

참 다재다능하다고 해야 할까. <조선 명탐정>에서 오달수가 맡은 개장수 ‘서필’ 말이다. ‘가만 있어’, ‘빵!(하면 꼴까닥 넘어가는 시늉을 하는) 같은 고도의 신호로 강아지의 마음을 현혹시키고, 어쩌다가 감옥 동기로 만나 함께 여정을 떠나는 명탐정(김명민)을 아주 가지고 논다(고 스스로 믿는다). 이리저리 왔다갔다하는 그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쉽게 종잡을 수가 없다. 오달수가 시나리오를 읽자마자 매력을 느낀 부분도 이 점이다. “이야기가 이리저리 튀면서도 막판에 반전이 있고, 캐릭터에게 맡기는 상황도 제법 많았다. 상상을 해보니 참 다이내믹하겠다 싶더라. 그러면서 이야기 전반에 정조시대의 분위기도 적절하게 조성하고.” 서필은 어떤 의미에서 복합적인 캐릭터라고 정의를 내릴 수 있으나, 또 어떤 의미에서 일관성이 없는 위험을 내포하고 있는, 양가성을 갖춘 캐릭터다. “그래서 처음에는 고민을 많이 했다. 아, 이 부분에서는 이렇게 했는데, 저 부분에서 저렇게 하는 게 말이 될까. 이런 식으로 그림을 그리다보니 이상한 그림이 되더라. 이상한 선들만 긋게 되고, 외려 캐릭터가 입체적이지 않게 됐다. 말 안되는 걸 믿게 하는 게 배우의 일이라면 말 안되게 밀어붙여보자 싶었다.” 로베르 브레송이 한 말이 떠오른다. ‘시네마토그래프에서는 이런 식보다 저런 식으로 몸짓을 하고 대사를 하는 게 더 자연스럽다고 여기는 것은 비논리적일 뿐이고 의미도 없다.’ 막다른 고민 끝에서 오달수는 어쩌면 이런 심정으로 서필에 접근하지 않았을까. 다만, 그에게도 원칙은 있었다. 홈스를 따라다니는 왓슨처럼 극중 서필은 항상 주인공인 명탐정을 따라다녀야 한다는 것이다.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등장해 마지막까지 명탐정과 함께하는 만큼 분량이 부담스러울 정도로 많았다. 한 영화를 혼자서 책임지거나 어떤 신에서 분명한 역할을 해야 했던 이전과 달리 그냥 김명민을, 그가 연기한 명탐정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위기상황일 때 명탐정을 구해내다가도, 서민과 양반의 계급을 넘어 명탐정과 말을 속사포처럼 주고받는 서필은 얼핏 보면 명탐정의 여자친구 같은 느낌도 든다. “아, 재미있는 생각이다. 티격태격하다가 갑자기 잘되는…. 허허허. (웃음) 그렇게 생각하니 (둘 관계를) 이해하기 쉬운데?”

극중 시종일관 뜀박질하는 서필처럼 오달수 역시 신년이라고 해서 쉴 틈이 없다. 현재 그는 2월10일부터 27일까지 대학로문화공간 이다에서 열리는 연극 <해님지고 달님안고>(극단 신기루만화경)를 연습 중이다. “지난해 많은 영화에 출연해서 그런지 연습할 때 기 모으는 게 힘들더라. (기가) 빠진 건가…. 슬슬 끌어올려야지.” 또, <푸른 소금>도 올해 중 개봉예정이다. 극중에서 그가 맡은 ‘육손’이라는 인물은 저격수 신세경의 학생 시절 코치이자 총기밀수판매상으로, 잠깐 등장한다고. 이전에 <씨네21>과의 인터뷰에서 늘 밝혔듯 그에게 ‘연기’는 정답이 없다. “해도 해도 알 수가 없다. 늘 같다. 답을 찾는 과정…. 그냥 가는 거다.” 올해도 묵묵히 걸어가는 오달수의 뒷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오달수가 꼽은 김명민의 한 장면

“한 2/3 정도 진행됐을 때였나. 김명민이 분진 창고에서 액션신을 찍다가 갈비뼈에 금이 가는 부상을 입었다. 이후에 액션신이 몇 장면 있었는데 직접 하더라. 살짝만 건드려도 아프고, 잠도 잘 못 자는 상황에서 그걸 하고 있으니 참…. 비주얼적으로 훌륭하고 안 하고를 떠나 김명민이라는 배우의 태도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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