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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종옥] 이별은… 그녀의 눈빛에
강병진 사진 오계옥 2011-05-09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배종옥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이란 제목은 남겨진 자의 바람일 뿐이다. 엄마가, 아내가, 누나가 죽는다는데 아름다움이 무슨 소용인가. 영원히 오지 않을 줄 알았던 엄마의 죽음은 배종옥을 통해 더욱 뜻밖의 사건이 된다. 지금까지의 배종옥은 엄마보다는 여자였다. <안녕, 형아> <허브> 등에서 연기했던 엄마보다 <굿바이 솔로> <그들이 사는 세상> 같은 드라마나 <러브토크> 같은 영화에서 보여준 여자의 내면이 더욱 강렬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심지어 시집보낼 나이가 된 딸을 둔 엄마라니…. “인희를 연기하기에는 내가 너무 젊은 게 아닌가 싶었어요. 그런데 영화가 담고 있는 평범하고 일상적인 부분에 많이 공감했어요.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중반 이후부터 눈이 퉁퉁 붓도록 울었어요. 비행기 안이었는데, 스튜어디스들이 이상하게 생각했을 거야 아마…. (웃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은 드라마 작가 노희경의 동명 작품이 원작인 영화다. <거짓말>부터 <그들이 사는 세상>까지 노희경이 쓴 대부분의 작품에서 눈과 귀에 박히는 표정과 대사를 연기해온 배종옥이지만 이 영화가 특별히 친근하게 느껴진 건 아니었다. 하지만 배종옥이 연기하는 인희는 그녀가 출연했던 노희경의 작품을 기억으로 불러들인다. 약 11년 전, 그녀가 연기한 <바보 같은 사랑>의 옥희는 옛 여자를 만나러 가겠다는 동거남을 위해 구두를 닦아주었다. 언제나 그 남자와 그의 아들만을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쫓아다니고, 그래서 짜증나고 귀찮은 여자였지만 상처를 주면 주는 이가 더 아플 수밖에 없는 여자. 적어도 노희경의 상상 속에서 <바보 같은 사랑>의 옥희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의 인희로 늙었을 것이다. 영화의 첫 장면에서 인희는 가족들의 식사를 챙기려 들지만 그녀의 목소리는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고, 당연히 대꾸도 없다. 그런데도 인희의 버킷리스트는 가족과의 이별을 위한 준비들로 채워져 있다. 딸에게 된장찌개 끓이는 법을 가르치고, 아들에게는 그의 여자친구를 만나 예쁜 사랑을 응원해주고, 사고뭉치 동생의 부부에게는 그들의 미래를 위한 선물을 남기며, 남편에게는 후회없는 사랑을 할 기회를 준다. 그처럼 답답하기 짝이 없는 인희의 행동이 배종옥의 눈길을 머물게 한 장면이었다. “극적인 몇몇 장면보다 병을 알고 있는 상황에서 가족을 바라보는 마음이 더 슬펐어요. 나도 그런 상황이라면 인희와 같을 것 같아요. 죽게 됐다고 평소에 하지 못한 걸 하기보다는 내 주변의 이별을 준비하는 것만으로도 바쁘지 않을까요?” 또한 연기를 하는 이에게 체력 이상의 고통을 안겨준 부분이기도 했다. “정말 많이 아팠어요. 극중에서 인희가 점점 말라가는데, 따로 살을 뺄 필요가 없었죠. 겉으로는 담담하면서 안으로는 심화하는 게 쉽지가 않아요.”

영화를 통해 가장 평범하고 아름다운 엄마를 연기한 그녀는 현재 드라마 <호박꽃 순정>을 통해 세상에서 가장 독한 엄마를 그리고 있다. 거의 매회 독설을 던지는 준선은 배종옥이 처음 맡는 악역이었다. “자기 욕망에 충실하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람은 어떨까가 흥미로웠어요. 그렇게 자기 생각을 다 말하고 사는 사람은 병도 안 걸릴 거예요. (웃음)” 인희가 흔히 생각하는 개념의 엄마라면 준선은 드라마에서 자주 보던 악역이다. 모두 배종옥을 통해서 보고 싶은 여성은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녀는 언제나 작품이 추구하는 데 집착해왔을 뿐이라고 말한다. “사람들이 나를 통해 무엇을 보고 싶어 하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내가 조금은 다른 배우인가, 생각하면 또 뭐가 다른가 싶어요. 새로운 걸 시도하고픈 마음은 크죠. 항상 로맨틱코미디를 하고 싶다고 말하는데, 정작 들어오지는 않아요. 내가 먼저 보여줘야지 안되겠어요. (웃음)” 어쩌면 그녀의 의지보다 관객의 바람이 더 클 것이다. 예전에도 그랬지만, 지금도 배종옥은 더 찾아내고픈 배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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