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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진웅] 액션과 웃음의 리듬을 탄다
송경원 사진 오계옥 2014-05-26

<끝까지 간다> 조진웅

“나름 열심히 사는 아이인데 정말 나쁘게 나오더라.” 평범한 직장인도 조진웅이 연기를 하면 괜히 악당처럼 보인다. 조진웅에겐 인물이 본래 가진 성향을 증폭시키는 큰 울림통이 있는데 이 울림통은 방향을 가리지 않는다. 그 거리낌 없는 태도와 뻔뻔함이 그를 대하는 사람들을 어딘지 위축시킨다. 형사를 맡을 때나 조폭 역할을 할 때도 그는 한결같이 크고 거대한 존재감으로 돌진한다. 이것은 선과 악의 문제라기보다 욕망의 크기에 관한 이야기다. 정의로운 역할이든 지독한 악당이든 관계없이 조진웅이 그간 맡았던 인물들은 모두 자신의 욕망에 솔직했다. 자신의 욕망에 대한 확고한 믿음 아래 목표를 향해 돌진하는 인물. 배우 조진웅은 그걸 두고 “열심히 산다”라고 표현한다. 확실히 조진웅의 페르소나들은 내적 갈등보다는 외적인 장애를 부수는 데 열심이었다. 그래서, 무시무시하다.

<끝까지 간다>의 박창민은 그 결정판이라 할 수 있는 인물이다. 목적을 이루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건 둘째치고 그가 그간 어떤 캐릭터를 소화할 때도 양념처럼 선보여왔던 웃음기를 쏙 뺐다. “이전 역할들에 비해 훨씬 더 깔끔하고 호흡에 여유가 있었다. 가령 <분노의 윤리학>에서 깡패 명록이 코미디를 위해 의도된 호흡으로 둘러싸인 인물이었다면 <끝까지 간다>의 창민은 어디에서 왔는지 알 수 없는 존재감과 차분함이 있다.” 그렇다고 마냥 심각한 것만은 아니다. 상황 자체가 웃기고 극의 호흡이 이완과 긴장을 반복하며 의외의 웃음을 안기기 때문에 일부러 캐릭터를 과장할 필요가 없었을 뿐이다. “동료들은 화면 구석에서도 깨알같이 개그를 시도하는데 나는 억눌러야 하는 역할이라 코미디를 하고 싶은 욕구를 참는 게 더 어려웠다”라는 그의 말이 괜한 너스레로 들리는 건 조진웅이라는 배우의 능글맞음이 <끝까지 간다>의 박창민에게도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언제 어디서 튀어나올지 몰라 무섭지만 한편으론 그가 등장하는 타이밍 자체가 웃음을 유발한다. 그가 늘 맡아왔던 캐릭터들과 비슷하지만 또 다르다.

“결혼하고 나서 더 바빠졌다”라는 동료들의 고자질처럼 그는 ‘정말 쉬지 않고 찍는, 충무로에서 제일 바쁜 배우’ 중 한명이다. <끝까지 간다> 이후로도 <명량-회오리바다> <군도: 민란의 시대> <우리는 형제입니다> 등 올해 개봉을 기다리고 있는 작품만도 4편에 달한다. 그러나 데뷔 이후 주로 강한 캐릭터를 도맡아왔음에도 캐릭터가 소모된다는 인상은 좀체 받을 수 없는 건 욕심 부려야 할 것과 포기해야 할 것을 구별할 줄 아는 영리함 때문이다. 그는 <끝까지 간다> 촬영현장에서 장면마다, 심지어 자신이 등장하지 않는 장면에서까지 아이디어를 내며 감독과 스탭들을 괴롭혔다. “찍고 나서 보니 재미없는 장면들이 있었다. 이건 아닌 것 같은데 뭔가 뚜렷한 해결책이 없어 난관에 부딪쳤는데 여러 버전으로 아이디어를 내고 다시 찍으면서 만족스런 장면들이 나왔다. 조명, 촬영, 음악 등 연기로 해결할 수 없는 부분까지 현장에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만들어나갔다. 현장 스탭과 배우들이 ‘동료’라는 걸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경험이었다.”

반면 완성본에서 그렇게 고생해서 찍은 장면들이 빠진 데 대해서는 크게 아쉬워하지 않았다. “영화를 볼 때는 워낙 재밌게 봐서 몰랐는데 나중에 혼자 밥을 먹으면서 정리해보니 잘린 장면들이 생각나더라. 그만큼 영화가 매끄럽게 잘 나왔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아쉬움이 없을 수는 없지만 속도감이 중요한 영화이고 전체적으로 조화로웠으니 현명한 선택이었다고 본다. 만족한다.” 그의 대답에서 맡은 역할에 갇히지 않고 영화 전체를 바라보는 넓은 시야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러면서도 마지막엔 “다음에는 연기를 더 잘해서 잘리지 않도록 노력해야겠다”라는 농담 섞인 다짐을 더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욕심 부릴 때는 부릴 줄 아는 남자. 현장에서는 최선을 다하고 결과를 받아들일 줄 아는 현명한 욕심이 조진웅이라는 배우를, 그가 맡은 역할을 점점 거대하게 만들어나간다. 연기도, 흥행도, 끝까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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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리스트 김보라/의상협찬 마시모또띠, 레더파크, 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