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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주의 TVIEW] 신파도 쿵짝이 맞아야…

MBC <운명처럼 널 사랑해>가 대만 원작 드라마에서 가지를 뻗는 방식은

한복을 입은 남녀가 흥겨운 <방아타령> 가락에 맞춰 떡을 치며 페이스북의 ‘좋아요’ 마크와 하트를 주고받는다. MBC <운명처럼 널 사랑해>(이하 <운널사>)의 주인공 김미영(장나라)과 이건(장혁)이 서로를 연인으로 착각한 채 잠자리를 하는 심각한 상황인데 섹스의 은유는 자못 경쾌하다. 원작은 어떨까? 2008년작 대만 드라마 <명중주정아애니>에선 천신이(진교은)와 지춘시(원경천)가 시트를 휘감고 껴안는 틈틈이 미사일이 발사되고 전차가 터널 입구를 들락날락한다.

대만 원작 역시 해학으로 성적 표현의 위험부담을 덜고, 자극적인 설정을 노련하게 컨트롤한다. 감기약 부작용으로 비틀거리다 방을 잘못 찾아들어간 신이와 (공장을 빼앗긴 섬사람들의 계략으로) 최음제를 탄 술을 마신 춘시의 정사 장면은 한쪽이 일방적으로 받아들인다는 뉘앙스를 지우려는 듯, 남녀가 번갈아가며 상위포즈를 취한다. 결혼을 약속하며 반지를 끼워주는 장면은 피임에 대한 책임도 피해간다. 이번엔 <운널사>를 비교해보자. 정답게 떡방아를 치고 서로 만족을 표시하는 장면은 어느 한쪽의 강제가 아니었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다만, 미영까지 최음제가 섞인 탄산수를 마시게 된 것. 그리고 미처 프러포즈도 하지 않은 건이 피임을 하지 않았던 책임이 좀더 무겁다.

서로 잘못된 상대와 일을 치렀음을 알게 된 원작의 신이가 ‘순결까지 잃었다고’ 한탄했다면, 미영은 (첫 경험인지 아닌지 애매하지만) 그에 대한 언급이 없다. 그녀는 구태의연한 가치에 얽매인 신이보다 현대적인 여성일까? 존재감이 없고 평범해서 사무실의 잡일을 도맡아하는 ‘포스트잇 걸’이란 별명은 두 사람의 공통점이다. 그런데 ‘손해를 보더라도 따지지 못하는 자신은 따돌림을 두려워한 탓에 억울해도 참고 비굴하게 살고 있다’고 고백한 신이와 비교하면 ‘내가 거절하면 상대가 민망할까봐 그걸 도저히 못 견디겠다’는 미영의 고백은 다분히 자기만족적이다. 그리고 그 성품은 같은 상황을 기이하게 바꿔놓는다.

임신한 신이 앞에서 본래 연인에 대한 애틋한 추억을 늘어놓던 춘시가 아이는 키울 수 없지만 병원엔 함께 가주겠다고 선을 긋자, 신이는 병원에도 혼자 가겠다고 말하는 장면이 있다. 복장이 터져도 간신히 납득은 가능했던 이 장면은 <운널사>에선 건이 배고픔을 달래려 미역귀를 오독거리는 사이, 미영쪽에서 먼저 당신은 사랑하는 사람이 있으니 아이를 낳지 않겠노라 결론을 내리고 산부인과도 혼자 가겠다는 상황으로 리메이크되었다. 원작이 그나마 쿵짝을 주고받는 신파였다면, 이 경우엔 남자쪽이 비정한 역할을 감당해야 할 순간을 여자가 앞질러 달려가는 일방적인 신파가 되어버렸다. 암만 들러붙지 않는 ‘포스트잇 걸’이라 해도 이쯤 되면 좀 무섭다.

+ α

‘원 나이트’의 규칙?

남녀 사이의 예기치 않은 하룻밤을 그린 드라마들은 묘한 규칙이 있다. <운널사>는 마카오, <원더풀 라이프>는 싱가포르, <온리 유>는 이탈리아. 모두 해외에서의 하룻밤이 임신으로 이어진 경우다. 그럼 <옥탑방 고양이>와 <온리 유> <아이두 아이두>의 공통점은? 술에 취한 남자주인공이 엄마와 얽힌 슬픈 기억을 털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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