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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주의 TVIEW] 공감이 부족해

tvN의 <황금거탑>, <푸른거탑>과 무엇이 다르고 아쉬운가

“여기는 강원도 평창의 한 농촌 마을. 목가적인 정취가 그득한 이곳에서 전 오늘 원초적인 에너지로 충만한 야수와 대면할 계획입니다.” 옥수수 밭을 배경으로 낡은 경운기에 기대선 남자는 김재우다. 천연덕스럽게 ‘프랑스의 수학자 파스칼’의 말을 인용하고 ‘이기적일 정도로 시크한’의 경운기의 스펙과 성능에 찬사를 늘어놓던 그는 2인승 로드스터와 경운기 중 어느 쪽이 더 많은 여자를 유혹하는지 대결을 제안한다. ‘농디컬 드라마’ tvN <황금거탑>의 자투리 코너 ‘농 기어’ 얘기다. <탑 기어 코리아>의 포맷과 진행자 김진표의 말투를 고스란히 패러디해 군용차를 소개하던 <푸른거탑> 시리즈의 ‘군 기어’를 기억하는 이라면, 저 오프닝 멘트부터 ‘풉~’ 하고 웃음이 터질 테다.

게다가 군대에서, 군인만 타는 차의 이모저모를 집요하게 파헤치던 ‘군 기어’처럼, 장소와 사용자를 한정하는 경운기와 오픈카의 헌팅 대결은 생각만 해도 흥미진진한 기획 아닌가! 이런저런 변수를 상상하다보니 문득, 미국 드라마 <오피스>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던더미플린 제지회사를 그만두고 동종업체 창업을 한 마이클 스캇(스티브 카렐)과 동료들은 거래처 종이 배달용으로 중고 봉고차를 구입하는데, 옆구리에 ‘스크랜튼 할렐루야 교회’라고 적힌 그 차가 잠깐씩 정차할 때마다 무표정한 한국 여자들이 하나둘 탑승하는 장면이다. 어쩌면, 김재우의 경운기 짐칸에도 머릿수건을 두르고 논으로 일 나가는 농촌 아낙들이 무심하고 당연한 듯 올라타서 오픈카를 이길지도 모를 일 아닌가?

물론 이건 그저 일방적인 상상이고, 결과는 경운기가 너무 느리다는 이유로 출발도 못하고 싱겁게 끝이 났다. ‘불가능을 모르는 다목적 유틸리티 머신’으로 한껏 띄웠다가 스포츠카를 만나 자조하는 낙차로 웃음을 만드는 극작은 보편적이지만, 이미 경운기가 느리다는 것을 밝혀둔 마당에 재차 같은 한계로 마무리하니 다소 아쉬움이 남았다. 타이어 고무로 칭칭 감아놓은 경운기 운전석을 슈퍼카의 가죽시트와 비교할 때처럼 농촌 현장에서만 관찰할 수 있는 디테일을 기대했던 탓이다. 그리고 아쉬움은 본편에서 더 크다. 말년병장 최종훈을 비롯한 <푸른거탑> 시리즈의 출연자와 캐릭터를 고스란히 옮겨와 농촌 무대에 이식한 것까진 좋은데, 군대 내무반의 좁은 인간관계와 군생활의 절차를 활용하던 것에 비교하면 밀도는 엷고 공감은 확연히 떨어진다.

또한 ‘거탑 마을’에서 빚어지는 대개의 유머는 <밀회>의 ‘사물 베드신’을 변형한 사물 고스톱, 이장선거전에서 고승덕 후보의 ‘미안하다!’ 샤우팅을 패러디하는 등 꼭 농촌이 아니어도 괜찮은 요소들에 기운다. 군대에서만 유통된다는 음료. 별거 아닌 ‘맛스타’ 한캔이 <푸른거탑>의 예비역 시청자에겐 강력한 공감을 불러오고 군대에 가지 않은 사람에겐 판타지가 되듯, <황금거탑> 역시, 유사한 디테일을 좀더 개발할 필요가 있다.

차이는 인정합시다

<태백산맥>을 즐겨 읽고, 난이도 높은 속담을 구사하는 등 한국인화된 ‘미모의 우즈베키스탄 아내’ 역의 구잘을 보다가, 역시 우즈베키스탄 결혼 이주여성으로 방송 활동을 하는 굴사남이 떠올랐다. 시어머니와 함께하는 토크쇼에 출연한 굴사남은 남편과 시어머니가 돼지고기를 소고기라고 속여서 먹게 했던 이야기를 털어놓더라. 그녀는 모슬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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