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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주의 TVIEW] 그는 미쳐 나는 웃어

tvN <삼시세끼>, 나영석-이서진의 콤비플레이가 진화하다

<삼시세끼>

어쩌다 KBS <해피선데이-1박2일>을 보는 날이면 십분을 못 견디고 절규한다. “아 왜 사람을 밥을 안 주냐고!” 원한다면 언제든 각지의 별미를 먹을 수 있는 유명 연예인들이고 ‘복불복’ 게임의 규칙 안에서만 행동의 제약이 걸린다는 것을 알지만, 배고픈 사람을 먹거리로 놀린다는 불쾌감 때문에 내게 <1박2일>은 채널 선택권이 없는 대중식당에서나 가끔씩 시청하는 프로그램이 되어버렸다. 불판의 고기를 타지 않게 뒤집으며 이미 KBS를 나온 지 오래인 나영석 PD의 연출에 불만을 늘어놓던 어느 날, 세끼 밥만 해먹으면 된다는 프로그램을 보게 되었다.

<1박2일>이 아웃도어 캠핑의 낭만을 제공하듯, 텃밭에 먹거리를 키우는 호젓한 강원도 정선의 시골 풍경을 배경으로 삼는 tvN <삼시세끼>는 도시 생활의 피로에 젖은 이들에게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귀농 예능이다. 지나친 BGM에 인스턴트 감성 터지는 자막, 연출자를 비롯한 스탭과 카메라가 자주 노출되는 스타일은 여전한데, 게임의 포상으로 밥을 주던 <1박2일>과 달리 여기선 밥 이 메인이다. 게임도 없다. 대신 텃밭에 없는 재료인 고기를 얻은 후엔 근수대로 수수 한 가마씩을 베는 중노동을 해야 한다. 처음엔 순서가 뒤바뀐 조삼모사인가 싶었지만 곧 이 프로그램의 이런저런 규칙을 수긍하게 되었다. 끼니를 전후한 절차만큼은 꽤 진지했기 때문이다.

매식으로 간단하게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도시인이 아궁이에 불을 피우고 무쇠솥에 밥을 해먹으며 벌어지는 단발성 해프닝은 여타 프로그램에서도 종종 다뤘던 소재다. <삼시세끼> 역시 호스트인 이서진택연이 이틀을 묵는 동안 게스트가 하루를 자고 가는 짧은 일정을 반복하지만, 첫날 담근 깍두기가 익고, 전날 구운 김이 반찬으로 오르고, 고추장아찌에 간이 배는 시간과 경험의 축적이 끼니와 끼니를 잇는다. 허술해서 ‘빙구’ 별명을 얻은 옥택연은 요리하고 먹고 설거지하는 과정을 반복하는 동안 설거지를 줄이는 습관이 몸에 배었는지 단 몇회 만에 마늘 다진 그릇에 찌개 국물을 부어 깔끔하게 털어넣는 수준으로 발전했다.

아침 먹고 나면 점심때요, 저녁을 다섯 시간씩 먹다보면 하루가 훌쩍 가는 느긋한 일정. 매 끼니 사이에 설거지가 있고, 쓰고 남은 재료가 다음날 메뉴에 영향을 미치는 당연한 인과. 매번 같은 장소에서 몸에 밴 일과를 반복하는 예능에 무슨 재미가 있을까 싶지만, 늦가을의 고비를 넘는 지난주와 이번주의 볕이 다르고 손바닥만 하던 똥강아지 밍키가 그새 반뼘 더 자란 것을 보고 있노라면… 나까지 덩달아 감수성이 터지려 한다.

이럴 땐 (표면상) 나영석 PD와 사사건건 각을 세우는 이서진의 불평이 절묘하게 브레이크를 건다. “힐링이 되는 게 아니라 미쳐가는 것 같아.” 아아, 덕분에 힐링된다!

감탄했어요

<삼시세끼>는 느긋한 재미가 있는 프로그램이지만 제작과정도 그런 것은 아니다. 유사 리얼리티 예능들이 관성으로 답습하는 연출과 편집 스타일, 이를테면 출연자의 갑작스런 실수처럼 웃음 포인트가 되는 순간을 서너번씩 리와인드하는 장면이 6회까지 단 한번도 없었다. 두번 반복에도 사이즈가 다른 화면을 쓰거나 위치가 다른 카메라의 영상을 붙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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