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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상의 TVIEW] 음악으로 말해요

<슈퍼스타K> 성공시킨 김용범 PD의 드라마 <칠전팔기 구해라>

기획이란 멋진 일이다. 상상력이 동반되는 기획이 실현되는 건 한층 멋진 일이고, 그 상상력이 화면에 옮겨지기에 지금도 전세계 수많은 사람이 TV 앞에서 자신들의 시간을 흘러가게 두는지도 모른다. 그 기획은 꿈을 바탕으로 만들어지고, 기획 안에선 다시 꿈을 본다. 그리고 우리는 화면에 옮겨지는 꿈을 보면서 꿈을 꾼다. 정지된 시간을 바꾼다.

Mnet에서 방송되고 있는 드라마 <칠전팔기 구해라>는 기획이 팔할이다. 그러기에 PD의 이름이 중요했다. 김용범 PD. <슈퍼스타K>를 런칭해 성공가도에 올려놓은 이름이다. 그가 수장이기에 이 드라마는 <슈퍼스타K> 시즌2를 배경으로 한다. 실제 <슈퍼스타K>에서 스타가 된 인물들이 초반에 줄줄이 등장한다. 존박, 허각, 장재인, 김지수, 김그림…. 그들이 다시 오디션장으로 돌아갔고, 화면에서는 그때의 시간이 흐른다. 그리고 그 오디션에서 자신의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었음에도 선택받지 못한, 그래 서 지금 우리가 기억하지 못할 이름이 된 누군가가 등장한다. 흥미 있는 지점이다. 무대 뒤에서 그들의 시간이 방송되고, 그들은 다시 무대 위에 올려진다. <칠전팔기 구해라>라는 무대다. 민효린이 연기하는 구해라가 그 최중심에 있고, 마치 운명 같은 쌍둥이 형제 강세종(곽시양)과 강세찬(진영)이 투톱 역할을 맡는다.

근데 그게 좀 그렇다. 쌍둥이 형제가 소꿉친구였던 한 여자를 두고 다툰다(아다치 미쓰루의 <터치>). 가수라는 꿈을 위한 젊음의 향연이 상당 부분 아름답게 그려진다(<하이 스쿨 뮤지컬>? <드림하이>?). 그럴 법한 대형 기획사가 나오고 그럴 법한 부조리가 등장하고, 그럴 법한 립싱크가 있다. 한물간 가수가 탈락한 젊음을 모아 부조리를 물리치고 최후의 승자가 될 준비를 한다.

두서없이 나열했지만, 뮤지컬을 TV의 네모난 박스 안에 옮겨놓은 작품들이 간간이 그러하듯 무대의 열기와 현장감을 TV로 가져오는 과정에서 그 이음매의 접착제는 녹아내리기 쉽다. 상당히 많은 음악이 드라마의 공간을 메우는 부분도 그렇다. 라디오 음악 프로그램의 선곡을 예로 들자면, 너무 뻔하면 식상하고 마니악하면 청자의 마음에 거부반응을 일으키기 십상이다. 그 둘 사이의 어느 공간에 의도한 듯 의도하지 않은 듯한 화학작용을 바라면서 배열할 수밖에 없고, 그것을 우리는 흔히 ‘연출력’이라고 부르는 것일 테다. 하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이 드라마, 매력적이다. 녹아내렸던 화학작용이 묘하게 다시 응집력을 발휘한다. 12부작이라고 하니, 아직 우리가 이 드라마를 즐길 시간은 꽤 남아 있는 셈이다. 절대 눈치채지 못할 화학작용을 기대하면서 말이다.

에바를 기억해

<건축학개론>이 2012년이고, <응답하라> 시리즈가 2013년에 완결됐다. 결락이 끊임없이 지속되는 사회는 복고를 부르고, 그 실체 없는 복고가 응답하는 패턴은 최근의 <무한도전-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에서 절정을 이루었다 해도 무방하겠다. <칠전팔기 구해라>도 그 맥락의 한 부분을 담당하고 있다. 강세종이 황제기획의 연습생이 되어 집을 떠나면서 동생에게 꺼내준 DVD, 무려 <네온 제네시스 에반게리온>이다. ‘시곗바늘 위로 올라가 초침으로 심장을 찔러서’ 지나간 시간을 되돌려보면, 우리도 꽤나 행복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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