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agazine > 칼럼 > TView
[김호상의 TVIEW] 문화를 먹는다

<수요미식회>가 여타 맛집 프로그램들과 차별화되는 지점은

성인 남자의 3대 취미로 흔히 언급되는 것들이 있다. 카메라, 오디오, 그리고 자동차. 이 취미들은 몇 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데, 개개인의 취향을 강렬하게 반영하면서도 깊은 곳에는 논리적인 연결점이, 또한 지적인 허영이 있다는 것이다. 불요한 소비의 정점이라는 것은 오히려 덤이 된다. 예컨대 ‘사진’이 취미가 아니고 ‘카메라’가 취미라면, ‘음악’이 취미가 아니라 ‘소리’에 집착을 보인다면, 끊임없는 분석과 탐구는 이미 감성적인 영역이 아니라 지적인 페이지로 넘어간다. 그리고 이건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해묵은 논쟁과도 맞닿아 있다. 구체적인 취미에 지적인 허영과 탐구심을 결합해서 결국 감성적인 만족을 얻는다면, 이건 그냥 첫눈에 반하는 것과 종국에는 머리를 맞댄다. 50mm 단초점거리 렌즈 하나만으로 예술적인 사진을 만들어내던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이 아니라, 초광각부터 초망원까지 렌즈를 갖추고 색수차와 주변부 해상도를 논하는 그 지점에서 그들은 또 다른 의미의 카타르시스를 얻게 되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취미로 ‘미식’은 어떨까.

수많은 음식 프로그램 사이에서 새롭게 도전장을 내민 TV프로그램이 있다. tvN에서 매주 수요일 밤에 방송되는 <수요미식회>. 프로그램의 로고나 브리지 음악처럼 카메라는 중간중간 미식회의 미팅장소를 격자창 너머에서 훑어낸다. 교양 프로그램의 그것을 보는 것 같은 패널들의 세팅은 진행이 전현무와 김희철이라는 점에서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든다. 맛집을 찾아가고, 시식하고, 푸드 스타일리스트가 세팅한 듯한 예술적인 식탁 차림과 냄새까지 손에 잡힐 듯한 음식을 수없이 클로즈업하며 셰프의 이야기를 듣는 흔한 음식 프로그램들. 그들과 <수요미식회>가 다른 점은, 이들은 음식과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그리고 지식을 쌓아올린다는 점이다. 롱 파스타와 숏 파스타에 대해 설명하다 영화 <그랑블루> 이야기가 오버랩된다. 듀럼밀의 ‘듀럼’이 라틴어로 ‘단단하다’라는 뜻이라는 지식에 덧붙여서 ‘소금은 끝까지 쳐야 한다’는, 어찌보면 삶을 돌아보게 만드는 스승의 한마디까지. 적절한 주제에 따르는 두곳의 맛집도 나오고, 분명 그것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지만 ‘아, 정말 맛있어요’라는 말은 그다지 잘 나오지 않는 음식 프로그램.

카메라도, 자동차도, 오디오도 대충 알 만한 모임들이 웹상에 존재한다. 그들은 한밤중에도 지식과 분석에 기반한 자신의 의견을 가감 없이 쏟아낸다. <수요미식회>가 꼭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리고 그래야 한다는 것 역시 아니지만, 왠지 맛집 프로그램이 색다른 옷을 입은 것 같아 반가운 것은 개인적인 기쁨이다. ‘손맛’이나 ‘어머니의 정성’ 같은 감성적인 표현도 나름대로 혼을 가지고 있지만, 우리가 음식이라는 문화에 대해 조금 더 많이 알고 그 배경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것은, 또 하나의 개인적인 바람이다.

+ α

먹거리의 다양성에 눈뜨기

확실히 통계로 입증된 건 아니겠지만, 어느 정도 이야기되는 것이 국민소득에 따른 소비재와 소비 행태의 변화다. 2만달러 시대에는 와인이, 그다음 단계로는 싱글몰트위스키가 소비된다는 따위의 이론 말이다. 맛집에 대해서도 우리는 과도기적인 시기를 지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음식의 맛도 중요하지만 그 역사와 재료의 효용성, 또는 다양성에 눈뜨게 되는 시기가 오고 있을지도. <미식의 테크놀로지>라는 책을 펴낸 쓰지 요리학교 교장인 쓰지 요시키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미식은 단순히 화려한 식사가 아니라, 식(食)에 있어서 문화적인 행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