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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상의 TVIEW] 역할 전도의 매력

<나도 영화감독이다>

매일 새벽 3시에 MBC 라디오에서 방송하는 <심야 라디오 DJ를 부탁해>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이름 있는 DJ를, 그것도 새벽 시간대에 구하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제작 여건상 실현된 아이디어일 수도 있겠지만, 여기선 DJ가 라디오를 사랑하는 청취자다. 그리고 매일 바뀐다. 라디오를 듣던 청취자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DJ로 역할 전도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요즘 방송가를 점령한 요리 프로그램도 그 한 예가 될 수 있겠다. 셰프들이 주문한 요리를 일반인이 만든다. 역할 전도란 고전적이지만, 매력적이고 유효한 포맷이다.

채널CGV에서 매주 목요일 방송되는 프로그램, <나도 영화감독이다>는 제목에서부터 이미 역할 전도를 하겠다는 뜻을 천명하고 있다. 다만, 일반 영화 애호가가 영화를 찍지 않고 영화배우가 영화감독의 역할을 한다. 한 배우가 시나리오 작업부터 캐스팅, 섭외, 촬영, 편집에 O.S.T 녹음까지. 감독의 권한을 가지고 현장을 통솔한다. 제작비와 제작 기간을 예능적인 장치로 제한하는 재미, 현장에서 벌어지는 좌충우돌의 상황은 물론 어느 정도 연출되기는 한다. 그러니까 연기해야 하는 배우가 연기자와 스탭을 지휘하며 한편의 작품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리고 그 첫 타자는 배우 한상진이다.

영화배우가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하며 성공적인 배우와 감독의 커리어를 동시에 쌓아가는 경우는 생각보다 상당히 많고, 그중에는 이미 거장의 반열에 오른 클린트 이스트우드 같은 배우 겸 감독도 존재한다. 그 때문일까. 이 프로그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의외성’으로 보인다. 캐스팅의 의외성, 현장에서의 의외성, 감독으로 선정된 배우의 의외성. 그리고 그 의외성은 치밀한 계산과 틀 속에서 나와야 한다. 그래야 우리가 눈치채지 못하고, 화면 속에서 우리의 역할도 한번 생각해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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