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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주의 TVIEW] 서른여덟에 다시 시작되는 삶

<두번째 스무살>

“연애나 결혼에서 비슷한 사람을 선택하는 경향을 사회심리학에선 유사성의 원리라고 하는데 우리는 이 원리에 맞지 않아. 유사성이 클수록 관계의 만족도가 큰 법인데 우린 태생적으로 다르네.” 십수년간 아침 옷 수발해줬던 대학교수 남편이 드라마 <아줌마> 속 장진구(강석우) 같은 소리를 지껄이며 이혼을 요구한다면 우선은 무슨 미친 소리인가 비웃으며 옷걸이로 후려치고 싶지만, tvN <두번째 스무살>의 하노라(최지우)는 그러지 못했다. 수준이 맞고 대화가 통하는 아내가 되면 이혼을 피할 수 있겠다 생각한 노라는 수능을 준비해 서른여덟에 늦깎이 대학생이 된다.

오랫동안 가정에 고립되었던 여자. 허울만 좋은 지식인 남편 곁에서 살아온 여자가 남편의 외도로 세상에 다시 나오는 이야기가 다루는 재활과 자립이 판타지 이상을 성취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기성세대가 대중매체를 통해 지나간 시간, 하지 못한 경험을 되살리는 시도 역시 퇴행의 혐의를 지우긴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 또래에 비하면 월등하게 아름답고 우아한 여성을 자식뻘 되는 대학생들과 함께 캠퍼스에 밀어넣은 결과물이 민망한 청춘 경쟁은 아니어서 다행이다.

목표와 이해관계가 다른 존재인 대학생들 사이에서 노라가 배척당하는 점도 자연스럽다. 우열을 가릴 수 없는, 다른 고민을 안고 사는 타인들 틈에 섞여 있기 때문일까? 노라가 느끼는 괴로움에 대한 묘사는 어딘지 산뜻하다. 울고불고하다가도 해야 할 일, 하고 싶은 일로 시선을 돌린다. 배우자의 외도와 이혼 요구로 괴로워하는 서른여덟의 여자를 우주에서 제일 고통스러운 존재로 그리지 않는 점도 무척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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