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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상의 TVIEW] 뻔한 로맨틱 코미디의 탄탄한 매력

<그녀는 예뻤다>

가정사적인 아픔은 있지만 미모의 커리어우먼인 하리(고준희). 100번이 넘는 낙방을 경험한 취업준비생 혜진(황정음)은 그녀의 베스트 프렌드이자 룸메이트다. 혜진은 초등학생 때 첫사랑인 성준(박서준)이 한국에 들어온다는 소식에 설렘을 안고 만나러 가는데, 훈남으로 변한 성준을 차마 만나지 못하고 하리를 대역으로 내보내게 된다.

MBC 드라마 <그녀는 예뻤다>가 이렇게 시작되고 있다. 빠른 전개를 앞세운 1화를 보면 이미 성준과 하리, 혜진의 삼각관계 구도가 충분히 예상된다. 이 드라마는 로맨틱 코미디의 기본문법에도 충실하다. 필요할 때 터져주는 분수의 시원한 물줄기와 혜진의 슬랩스틱 코미디를 슬로모션으로 잡아주는 화면. 만화적 상상력과 우연성, 과장스런 대사의 세트도 건재하다. 단지 이 뻔한 드라마가 시청자를 매주 화면에 잡아두는 이유는 뻔한 부분을 자연스럽게 처리하고 그 사이사이에 의외성을 끼워넣는 선 굵은 섬세함이 적중한 데 있다. 혜진으로 가장해서 성준을 대신 만나는 하리의 미묘한 감정 변화를 카메라는 놓치지 않는다. 성준이 혜진의 초등학생 시절의 첫사랑이기 때문에 자주 등장하는 회상 신도 스토리를 이어가는 중심축이 된다. 신호등, 비, 우산, (영화 <건축학개론>마냥 이어폰을 나눠 끼고 듣는) 카펜터스의 <Close to You>도 이들의 관계를 완성하는 퍼즐로서 기능한다. 이들의 주 무대인 패션지 <더 모스트> 편집팀이 3개월 시한부라는 긴장감을 부여한 후에, 혜진의 아역을 맡은 정다빈이 혜진의 동생으로 재등장하는 장면에 와서는 다음주에도 TV 앞에 와 앉게 되는 나를 상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게 되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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