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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주의 TVIEW] 좋기만 했을까

<응답하라 1988>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배경인 쌍문동 골목길은 저녁마다 아이들을 시켜 반찬을 주고받고, 형편이 어려울 때 서로 돕는 이상향으로 그려진다. 그리 멀지 않은 동네의 연립주택에서 십년 넘게 유년기를 보낸 나 역시 같은 심부름을 했던 기억이 있다. 동네 아주머니들끼리 음식을 나누고 살림살이를 공유하는 일이 일상이었지만, 가전제품 할부 외판원이 시연하는 녹즙기나 전기쿠커 따위는 집집마다 빠짐없이 구입했다고 한다(엄마 말에 따르면 그렇다). 일종의 경쟁이나 반드시 동참해야 하는 사교 활동이었을까? 이웃에서 음식이 오면 절대 빈 접시로 돌려보내지 않는 것도 아주머니들끼리의 교양이었고, 뭘 담아 보내야 하는지 고민하는 엄마의 모습도 꽤 여러 번 보았다. 맞벌이가 많은 동네의 분위기는 또 달랐을 것이다. 동네마다 조건과 필요에 따라 교류의 범위나 형식이 달라질 뿐 이웃끼리 가까우면 가까운 만큼 불편한 점이 생기는 것이 당연하다.

이웃간의 정이라 말해지는 대부분이 정말 그렇게 살았던 당사자들의 갈등과 불편은 삭제되고 이미지만 남아 아련한 추억의 재료가 된다. <응답하라 1988>이 보여주는 이웃사촌과 동네친구 판타지를 걸림돌 없이 받아들일 수 있다면 이번 시리즈에도 이어지는 ‘남편 찾기’ 게임을 좀더 즐겁게 시청할 수 있겠지만, 동네 사람들이 졸부네 거실에 모여 덩실덩실 춤판을 벌이는 장면이 나올 때마다 묻고 싶은 것이다. 이웃이 그렇게 좋기만 했냐고. 너무 쉬운 것 아니냐고. 가족이나 친구 관계의 미묘한 갈등이나 뭐라 이름 붙이기도 애매한 상태의 감정을 다루는 솜씨가 유별나던 ‘응답하라’ 시리즈라면 분명 이웃간의 관계도 더 보여줄 것이 있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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