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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상의 TVIEW] 가족 시트콤식 재미

<파파독>

우리나라에서는 <마루코는 아홉살>이라는 제목으로 방송됐던 <치비마루코짱>은 1990년대부터 현재까지 20여년에 걸쳐 방송되고 있는 일본의 국민 애니메이션이다. 초등학교 3학년인 마루코와 언니, 부모님, 할아버지 등의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이 부딪히며 일어나는 이야기인데, 아홉살 아이의 눈으로 본 세상과 가족의 모습이 꾸밈없이 그려진다.

KBS와 투니버스에서 방송되고 있는 <파파독>은 이 <마루코는 아홉살>을 떠올리게 한다. 한 소녀를 중심으로 캐릭터가 파생된다. 초등학생 유별이가 겪는 학교생활의 다양한 모습- 반장 선거, 왕따, 소풍 등- 을 그리고 있지만 그 중심에는 세 아이의 아빠이자 3인조 걸그룹 ‘큐티스’를 좋아하는 철없는 어른, 유봉구가 있다. 이들의 이야기는 그가 우연한 계기로 개(진짜 ‘멍멍개’다)가 되는 시점에서 시작된다. 이 프로그램의 제목이 <파파독>인 이유이기도 하다.

그림체가 어딘가 익숙하다면 캐릭터 디자이너의 이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정철연, <마린블루스>와 <마조 앤 새디>의 그 정철연이다. 그래서 캐릭터와 디테일은 그의 장기를 따른다. <마린블루스> 불가사리군의 이중적인 표정도 여전하고, 쌍둥이 동생 천하와 장사가 만들어내는 배설물을 의인화한 캐릭터의 솜씨도 살아 있다. 유별이가 신고 있는 나이키 신발이나 <파워퍼프걸>을 떠올리게 하는 3인조 걸그룹 큐티스의 포스터, 리락쿠마 캐릭터의 과자나 ‘LOVE & PEACE’가 선명히 찍혀 있는 모자 등도 애니메이션에서는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디테일이다. ‘가족 시트콤’을 표방한 만큼 이제 남은 것은 스토리텔링이다. 하지만 사실 이 정도 디테일과 캐릭터만으로도 보는 어른은 만족스럽다. 아이와 같이 본다면 설명하는 재미도 쏠쏠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