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agazine > 칼럼 > TView
[김호상의 TVIEW] <천하무림기행> 덕업일치와 핀포인트 마케팅

라디오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을 업으로 하는 사람으로서 최근 관심 있는 부분은 차세대 콘텐츠다. 제작자 중심 콘텐츠가 더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현재진행형의 위기감 때문이고, 조금만 눈을 돌려보면 웬만한 공중파보다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팟캐스트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곳의 기획의도와 정확한 타기팅에 매력을 느낀 마니아들이 그 콘텐츠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덕후가 그(또는 그녀)의 덕력을 직업에서 발휘한다는 뜻의 ‘덕업일치’ 또한 이미 흔히 볼 수 있는 경우다.

4월에 론칭했지만 이미 네이버 TV캐스트에서 120만뷰를 기록하고 있고 지금 이 순간에도 빠르게 뷰를 늘려가는 콘텐츠가 있다. 마운틴TV의 <천하무림기행>이다. 예능 프로그램이나 드라마가 아닌 다큐멘터리로 거둔 성적이라 더욱 놀랍다. 이 다큐멘터리는 지금 40, 50대들이 중•고등학교 시절에 보았음직한 <사조영웅문>의 ‘무림 오절’ 화산논검이라든지 아미파나 화산파 등 무림 대문파의 이야기를 자못 진지하게 풀어내고 있다.

팟캐스트에서도 최근 40, 50대 이상의 남성들을 타깃으로 한 ‘지식라디오-도쿠가와 이에야스’가 빠른 시간에 자리잡아가고 있다. 원작 소설인 <대망> 스무권을 다섯 차례나 완독한 나로서는 ‘내가 더 먼저 했어야 했는데’ 따위의 개인적으로 분한 기분도 없지 않다. 하지만 이젠 두루뭉술한 콘텐츠는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하루하루 더더욱 가슴 시리도록 알게 된다. CD가 더이상 앨범 단위로 팔리지 않고, 신흥 맛집의 줄이 언제까지나 계속되지 않듯이, 내가 가진 덕력의 빠른 콘텐츠화가 승부를 가른다는 것을 말이다. 물론 그 덕력의 타기팅은, 핀포인트가 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