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agazine > 칼럼 > TView
[김호상의 TVIEW] <오구실> 시즌2 72초

지난 5월17일부터 TV캐스트를 통해 방송되고 있는 72초 드라마 <오구실> 시즌2. 드라마라기보다는 만화 같다. 우리나라에서도 유명세를 탄 일본 작가 마스다 미리가 생각난다. 일본에서는 직업여성을 통칭하는 말로 묶여버린 O.L.(오피스 레이디의 약어)들의 이야기. 그녀의 책 제목 그대로 ‘지금 이대로 괜찮은 걸까’라는 20, 30대 미혼 여성들의 감정을 담담한 그림과 필체로 그려내는, 문고본 판형이 어울리는 만화.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고단한 몸을 전철과 버스에 기대며 직장과 집을 통근하는 수많은 O.L.들이 있고, 그들의 이야기가 있을 것이다.

내레이션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드라마지만, 인디 뮤지션 커피소년의 내레이션은 발음이 부정확하고 어미 처리의 떨림도 거슬린다. 하지만 오구실의 상황에 맞는 사랑스러운 어설픔과 왠지 우리 옆에서 흔히 볼 수 있을 것 같은 자그마한 따뜻함이 묘한 현실감을 불러일으킨다. 작은 순간들을 놓치지 않는 세심함, 현실 회사와 상황은 같지만 우리 마음을 위로해주는 소품들의 디테일, 현실을 닮았지만 현실 같지 않은 TV, 주인공의 말이 끝나자마자 바로 붙는 부정의 내레이션, 그리고 다시 세팅되는 상황은 72초 드라마의 전작에서 보는 반전의 느낌과 자유로운 시간차 다시 감기의 상황 복기로 우리를 다시 각성시키고, 재미를 느끼게 만든다.

우리네 O.L.들은 훨씬 더 고단한 삶을 살고 있을 거다. 그리고 그 현실은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의 현실을 그대로 TV에서 보고 싶은 사람은 없다. 동질감은 느끼되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 것, 현실과 닮아 있되 슬픔의 가장 깊은 감정은 감성으로 바꾸어 전해주는 것, 72초 드라마 <오구실> 시즌2의 미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