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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감인간의 music] 후지와라 히로시 《Slumbers》, 음악이라는 뿌리

패션계에서 훨씬 더 유명한 후지와라 히로시는 2017년을 바쁘게 보냈다. 자신의 회사 프래그먼트 디자인과 루이뷔통이 만든 캡슐 컬렉션을 출시했고, 교토와 나고야를 거쳐 도쿄로 돌아오는 라이브 투어를 마쳤다. 일본 디자이너 브랜드 사카와의 협업이나 나이키에서 나오는 후지와라 디자인의 스니커즈 발매 등 쉴 새 없이 움직였다.

사람들은 그를 패션 디자이너, 대학 교수, 현대 미술 수집가이자 영향력이 큰 인플루언서로 부른다. 하지만 그의 뿌리는 음악에 있다. 10대 시절, 펑크 문화에 심취해 런던으로 떠난 1980년대를 관통하여 뉴욕에서 힙합 문화를 경험하고 다시 80년대 후반, 일본에서 처음 힙합을 튼 디제이가 되었다. 앞서 언급한 루이뷔통 컬렉션 역시 가상의 록밴드 ‘Louis V and the Fragments’가 주제였다. 정규 앨범 성격의 음반은 오랜만이다. ‘잠’이란 뜻의 《Slumbers》를 제목으로 썼다. 강아지 인형이 숲속에서 곤히 잠든 표지를 보노라면 1994년, 풋풋한 후지와라가 비슷한 숲속을 거니는 《Nothing Much Better To Do》 음반이 떠오른다. 같은 일렉트로닉 장르이지만 《Slumbers》는 일본과 세계를 오가는 전천후 음악가의 더 성숙한 내면이다. <Ginza>에선 명랑한 멜로디로 오래된 거리를 노래하고, <Walking Men>처럼 다른 두곡이 교차하는 실험적인 음악도 있다. 4번 트랙 <Do You Like Japan?>은 2017년 초순 식도암으로 사망한 일본 뉴웨이브 음악가 나카니시 도시오가 1982년 발표한 곡을 커버했다. 헌정과 취향이 함께 녹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