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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 뮤지션으로서, 교육자로서 - 정원영밴드<Home>

정원영은 부지런하다. 평균 2, 3년의 간격을 두고 꾸준히 새 음반을 발표하고 있는데 이는 강단에 선 기간이 길수록, 나이를 먹을수록, 뮤지션으로서의 활동은 더뎌지리라는 통념과는 반대된다. 담당하던 프로그램에 한해에만 그를 두번 초대한 적이 있다. 첫 미니앨범에 담긴 곡을 들려주러 온 날 “다음 발매 때도 오겠다” 하더니 불과 6개월이 지나지 않아 재회했다. 그 추진력이 놀라웠던 한편 눈길을 끈 건 그사이 대동한 연주자가 바뀌었다는 점이었다. 전부터 제자들에게 세션을 맡기는 줄은 알았는데 멤버가 일정 기간 고정된 건 아니었나? 궁금해서 프로그램 홈페이지를 뒤져보니 2009년과 2012년에도 모두 다른 사람들과 출연했다. 그리고 흥미롭게도 불과 몇달 전 단독으로 출연했던 아티스트의 얼굴을 그 안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오래전 교수님의 음악을 반주하러 왔던 학생이 성장하여 자신의 이름을 내건 밴드를 끌고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한 것. 정원영이 만들어낸 선순환이란 게 이런 게 아닐까, 한명의 리스너로서도 자못 감격스럽기까지 했다. 그러니까 정원영은 현업 뮤지션으로서의 자신을 끊임없이 활동시키는 것으로 교육자로서의 이상도 실현한 셈이다. 제자들을 가르치는 대상으로만 바라보지 않고 프로페셔널로 존중하는 자세, 최대한 많은 이들과 기회를 공유하려는 노력 등이 학생들에게는 비약적인 성장을 그리고 자신에게는 든든한 동료를 만들어준 것이다.

지난 6월 발매된 정원영밴드의 세 번째 앨범 《Home》은 그 다정한 선순환의 결과를 귀로 확인하게 해주는 작품이다. 11년 전 1집 제작에 함께했던 멤버들이 다시 뭉쳐 만든 사운드에는 예의 조합이 주는 특유의 분위기는 물론 그사이 생긴 변화도 묻어난다. 어느덧 베테랑 뮤지션이 된 제자들에게 더 많은 지분을 나눠준 까닭이다. 세월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반영한 이 밴드의 음악이 10년 뒤에는 또 어떨지, 벌써 다음 앨범을 기다리게 된다.

PLAYLIST++

정원영밴드 《정원영 Band》

2005년 발매한 정원영밴드의 첫 번째 음반으로, 정원영이 작사와 작곡을 박은찬, 한가람, 임헌일, 박혜리, 홍성지, 최금비가 연주와 노래를 맡았다. 같은 멤버들이 만들어낸 음악이 11년 전에는 어땠는지 비교하며 들어볼 만하다. 드라마 <연애시대> O.S.T에도 실린 <YK259 Zipper>, 타이틀곡은 아니었지만 많은 사랑을 받았던 <내겐 천사 같은>에 귀 기울여보자.

임헌일 《Breathe》

올해 4월 발매된 임헌일의 솔로 정규 2집. 정원영밴드의 새 음악에 전반적으로 록 사운드가 강화된 건 공동 프로듀서로 활약한 임헌일의 몫이 크다. ‘브레멘’이나 ‘아이엠낫’ 등 이전에 들려준 밴드 사운드를 넘어서, 장르나 편성에 있어서도 더 큰 스케일을 능숙히 다뤄내는 임헌일의 역량을 보여주는 앨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