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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바레사운드 5주년 기념 음반 <안녕하세요 카바레사운드입니다>
2002-06-28

저속해도 나는 좋아

카바레사운드? 혹자는 음습, 퇴폐, 저속을 가리키는 ‘카바레’라는 기표를 두고 고개를 갸우뚱거릴지도 모를 일이다. 이는 여타 인디 레이블/뮤지션이 그렇듯, 아는 사람은 다 알고 모르는 사람은 모를 수밖에 없는 레이블명이다. 조금 더 부연하자면 한국 인디 신은 지난 1990년대 중반 생성·증식기를 지나 최근 하강기에 접어들었다는 게 중론인데, 그런 지난한 과정에서 목도되는 카바레 레이블의 존재는 독특한 것이었다. ‘인디=펑크’라는 강박 이데올로기를 깬 사례(다양한 음악 스타일 중 특히 모던 록 진영에서)가 속속 등장했지만 그 가운데서도 ‘인디 중의 인디’로 손꼽힐 카바레는 꾸준히 독보적인 행보를 이어왔다. 그 독특함은 때로 ‘뜨거운 감자’들을 낳기도 했다(뽕짝에 대한 희화화인지 오마주인지 불투명한 볼빨간의 <지루박리믹스쑈>처럼).

그들이 벌써 5주년이 되었다고 기념 음반을 내놓다니. 한국 인디 신에 드리워진 복마전 같은 터널 속을 끈질기게 통과하리라 누가 예상이나 했을까. 이 두장의 ‘음반’(record) 속에는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카바레 레이블의 역사이자 한국 인디 레이블의 ‘한’ 역사가 ‘기록’(record)되어 있다. 예전에 발매한 앨범에서 한곡씩 추출해 카바레의 과거를 축약한 한장과 카바레와 함께한/할 뮤지션의 신곡들로 미래를 구성한 다른 한장 속에.

키치(혹은 캠프)와 과장으로 유쾌·유치한 페이소스를 산출하고 구태의연한 복고로 청량감을 선사하거나(볼빨간, 오! 부라더스 등), 이런 파격과는 다소 상반되는 동화 속 소년소녀적 서정(은희의 노을, 메리고라운드 등)을 권유하기도 했던 이력은 신곡들(CD 1)에서도 여전하다. <와이키키 브라더스>로 은막에 등장한 바 있는 ‘유명’ 밴드 오! 부라더스는 넘치는 스윙감 속에 시원한 관악기가 출렁이는 예의 그 복고풍으로 <나의 케딜락>을, 버스라이더스는 쿵짝거리는 레게로 <Drive Reggae>를 노래한다. 부드럽고 속살거리는 감수성을 탑재한 카바레식 서정주의 영토에는, 플라스틱 피플의 어쿠스틱 포크 기타가 맛깔스러운 <She Said>, 경쾌한 ‘노을 팝’의 주인공 은희의 노을의 <I Want You>, 말랑말랑하면서도 소박한 로 파이 포크록 속에 냉소적인 가사를 읊조리던 카바레의 터줏대감 이성문의 <고자질>까지 착륙해 있다. 이와 다른 좌표축에서는 힙합 디제잉을 펼치는 타프카 붓다의 <Advice of Bigbird>나 포스트록/익스페리멘탈이라 할 만한 트위들 덤의 <그림자와의 산책>이 카바레식 실험주의를 표상한다(카바레 소속 뮤지션의 다양한 음악 장르/스타일을 일목요연하게 알고 싶다면 이를 도표화한 ‘속지’를 참고하길).

물론 이들에게 작동하는 논란들이 시효만료된 것은 아니다. 예술(작품) 근본주의자들은 풋풋하고 소박(빈약)한 곡들에 작품성 부재란 혐의를 씌울 것이고, 철저한 도덕주의자들은 서양음악의 뻔뻔한 전용(轉用)과 이를 공언하는 불손한 태도까지 그물망에 포획할지 모른다(그래서 도무지 ‘한국적인 것’ 같지 않다는 비난과 더불어). 그러나 이 모든 상이한 카바레 스타일의 공통분모는 언제나처럼 소박하고 투박한, 그러면서도 이색적인 사운드를 분출해내는 철저한 로 파이, DIY 인디 에토스에 있다. 그런데 이들의 음악은 때때로 기묘한 방식으로 인디를 위반한다. 창조성, 독창성을 위배하면서 다시 이를 분만하는 그 이율배반적인 동거. 뻔뻔스런 쌈마이 뽕짝과, 절제된 애수와, 희한한 실험 모두가 복류하는 그곳, 즐거운 논란과 매혹이 상주하는 카바레 입문서 <안녕하세요 카바레사운드입니다>를 말로 해 무엇하랴(드림비트 발매). 최지선/ 웹진 <웨이브> 편집위원 fust@nownuri.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