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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아시스의 신보 <Heathen Chemistry>
2002-08-01

말라붙지 않은 브릿팝의 샘물

오아시스(Oasis)가 돌아왔다. 2년 만에 내놓은 새 앨범 <Heathen Chemistry>와 더불어 말이다. 블러(Blur)와 함께 1990년대 브릿팝(Britpop)의 맹주 노릇을 했던 오아시스. 세월의 흐름과 트렌드의 변덕은 이들의 영광을 다소 퇴색시켰던 게 사실이다. 물론 여기엔 난폭하기로 소문난 노엘과 리엄 갤러거 형제의 악동 행각도 한몫 단단히 했지만.

<Heathen Chemistry>는 오아시스의 ‘심기일전’이 흘러 넘치는 음반이다. 이들 특유의 활력은 여전하고, 귀에 쏙쏙 잘 들어오는 멜로디 라인 또한 건재하다. 오아시스가 쌓은 명성과 스타덤이 한때의 요행수가 아니었음을 잘 보여준다.

그러나 <Heathen Chemistry>는 단순히 이들의 건재함을 입증하는 데 그치지는 않는다. 무엇보다 오아시스의 음악세계가 성숙해졌음을 느낄 수 있다. 예전에 보여줬던 다소 과하다 싶을 정도의 자신감이 대폭 절제되어 있는 대신, 좀더 느긋해지고 완숙해진 기량이 돋보인다. 물론 <The Hindu Times>나 에서 전개되는 거칠고 박력있는 하드 록 사운드는 첫 앨범 <Definitely Maybe>에서 이들이 보여준 ‘초심’으로 돌아간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렇지만 여기엔 훨씬 풍부한 ‘여유’가 깃들어 있다.

성마르고 핏대 세우던 이들의 캐릭터에 성숙의 징조가 불거진 것은 확실히 의외지만 한편으론 당연해 보이기도 하는, ‘양면’의 감정이 솟아난다. 오아시스가 줄기차게 보여준 혈기방장함은 언제까지나 계속될 것만 같은 이들의 ‘전매특허’였다. 반면, 이들은 활동한 지 10년이 다 되어가는 ‘중견’ 밴드이기도 하다. 이렇게 서로 상반된 요소의 전면적인 충돌의 분위기가 <Heathen Chemistry> 전체를 드리우고 있다. ‘이단적인 요소들의 화학작용’쯤으로 풀어 해석할 수 있는 앨범 타이틀은 그래서 의미 깊어 보인다.

물론 과거 이들의 뻔뻔스러움과 무례함에 강한 매력을 느꼈다면, 두드러지게 차분해진 오아시스의 현재 풍모에 적잖은 실망을 느낄지도 모른다. <Stop Crying Your Heart Out>이나 <Little By Little> 등을 통해, 예전 <Don’t Look Back In Anger>나 <Champagne Supernova>로 구축한 ‘록 발라드의 황제’라는 자신들의 이미지를 재탕하려는 ‘술수’가 엿보이기도 한다. 그렇지만 능란하게 전개되는 사이키델릭 록 넘버 <A Quick Peep>나 묵직한 블루스 록이 만개하는 <Better Man>을 들어보면, 오아시스의 ‘발전’이 감지되는 것도 사실이다. 노련함과 새로움을 애써 결합하는 이들의 의지와 야심이, 간혹 ‘오버’할 때도 있지만, <Heathen Chemistry>를 흥미진진한 앨범으로 만들어주고 있다. 브릿팝이 한물간 유행으로 치부되는 요즘, 그럼에도 오아시스가 이 음반을 통해 뽐낸 ‘현재진행형’의 저력은 이들의 ‘스타 파워’가 아직 녹슬지 않았음을 충분히 증명한다. 물론 이들이 영원히 마르지 않는 영미 대중음악의 ‘오아시스’가 될지는 조금 더 두고 봐야겠지만.(소니뮤직 발매)오공훈/ 대중음악웹진 <weiv> 편집위원 aura508@unite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