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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평론> 1-13호
2002-11-14

`좌파`가 잡지를 만든다는 일

뭐, 누가 돈을 주겠어요. 그냥 발기인 1천명이 10만원씩 걷어서 1억원쯤 만들기로…. 마르크스 사망 150년 기념 코뮤날레 기획을 맡은 심광현(미술평론가. 그는 80년대 방식을 2천년대에도 유효화하는 신기한 재주를 갖고 있다. ‘세계적’을 두루 섭렵했으면서도 ‘민족적’을 여전히 관철시키는 그의 ‘썰’을 들다보면 신기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이 ‘재정’에 대한 나의 질문에 그렇게 대답했을 때 나는 다소 걱정을 덜었지만(왜냐하면 부황하지 않은 자급자족형이었으므로. 이렇게 말짱한 정신으로 기획되는 행사는 적자를 보거나 자리가 텅텅 빌 확률이 상대적으로 낮다) 걱정이 완전히 가신 것은 아니었다(왜냐하면 ‘좌파’ 지식인, 특히 ‘고생한’ 경험이 있는 지식인들은, 나를 포함해서, 돈 내는 것을 거의 수치로 생각한다. 그만큼 고생했으면 됐지…뭐 그런 심사와 언더 조직도 아닌데…뭐 그런 심사의 복합감정 때문이다. 어쨌거나 며칠 뒤 다시 확인해보니 벌써 상당 부분 할당액이 채워졌단다).

1회성, 혹은 ‘이슈 파이팅’성 행사는 그래도 낫다. ‘한방에’ 해결하는 ‘비상수단’을 동원하면 되니까.

정기적으로 돈을 걷어야 하는 잡지 경우는, 정말, 황망결에 창간호 준비하고 내고 남 보기에 민망치 않을 정도로 창간 리셉션 하고 어리부리 축하받고 나면 호수를 이어간다는 것 자체가 고역을 넘어 깜깜절벽이다. <진보평론>의 문패는 좌파 지식인들을 총망라한, 우리나라에서는 이상하게도 힘없는 좌파 지식인들이 우파보다 더 유명하고 유명세를 더 타는 점을 감안하면 참으로 화려한 명망가들의 총집합체지만(더군다나 편집진이라기보다는 조직틀이 완연하다. 대표 3명, 총무 1명, 편집위원장 1명, 편집부위원장 4명, 편집위원 27명, 해외편집위원 3명, 발행인 1명 등등…), 좌파를 지향하는 나는 이 계간지가 13호까지 나왔고 곧 14호(겨울호)를 낼 것이라는 그 ‘숫자’에 무엇보다, 무지 감격할 밖에 없다.

내가 보기에 <진보평론>은 80년대 사회주의 논리를 현실 사회주의 멸망 ‘너머로’ 유지시키는 일에서 점차 현실 ‘속으로’ 발전시키는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낡은) ‘이론적’과 ‘언론적’의 절충에서 바야흐로 이론의 현실-구체로의 상승쪽으로 전개되고 있는 것. 다만 한 가지. 문제영역을 좀더 과감하게, 정말 혁명적으로 넓히면서 문제의식을 파격화하면 어떨까, 그런 생각은 든다. 한번쯤 현실 속에 스스로를 내팽개쳐보면 어떤가. 그래서 영문명을 ‘radical review’로 했음직한데…. 아니면 말고.김정환/ 시인·소설가 maydapoe@thrune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