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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노동자를 돕기 위한 명동문학카페
2002-11-25

만난다는 것

외국인 노동자를 돕기 위한 명동문학카페

2002. 9. 6∼11. 27

밀리오레 백화점 전무이사 장달수는 독립투사 후손이고 독립운동의 연장이 70∼80년대 민주화운동이라고 믿으며 예술과 술을 구분없이 좋아하고, 더 중요하게는 술값을 아끼지 않는 사람이다. 그가 어찌어찌 운동-예‘술’권을 휘젓고 다니다가 술과 시와 운동권 냄새를 풀풀 풍기는 강형철(민족문학작가회의 상임이사)을 만나 의기투합, 데모(음모) 회고전쯤으로 착안한 것이 바로 위 행사다.

강형철은 성질깨나 깐깐한 KBS 라디오 <문화읽기>의 서현숙 PD를 꼬셔서 행사가 매주 금요일 녹음 방송되게 주선했고, 장달수는 ‘너무 많은’ 예술가들 앞에서 다소 제 페이스를 잃는가 싶더니 10월 말 갑자기 겨울 추위가 닥치니 반(半)노천 공연장에 60년대식 열풍기를 돌렸고 그것도 여의치 않자 백화점 직원을 (강제) 동원, 뚫린 위 벽과 지붕을 6·25풍 천막으로 틀어막고 ‘도라무깡’ 4개의 배를 갈라 숯을 피워댔다. 바비큐 파티 분위기가 섞여들었지만 그는 정말 여전 사령관 같았다.

한국의 대표적인 문인들과 가장 ‘아티스틱’한 가수들의 만남을 빛나는 신예 여성 평론가-소설가-시인들이 꾸려가는 광경은 양의 동서를 막론하고 전례가 없지만 막상 겪고보니 당연히 있어야 할 행사고, 오히려 너무 늦은 감마저 들었다.

기록으로 생명을 보장받는 문학과 단지 노래가 아니라 단칼에 생명의 불꽃을 발하고 사라지는 ‘공연’이 충돌한다는 것, 아니 상대방 속에 처한다는 것이 양쪽에 공히 충격적일 것은 예상했지만(이제까지 출연자들은 모두 쑥스러워하거나 두려워했다, 상대방과 상황 자체를) 순간순간 짜릿한 감동까지 자아냈다. 오래되어 희미해진 삶의 우여곡절을 닮은 클래식 선율에 실린 시와 소설 낭독, 심지어 외국인 노동자 수기 낭독까지 이미 고전에 달한 명품 노래와 명품 가창력의 ‘공연성’에 달하기를 바랐고, 문학을 만난 가수들의 ‘발언’이 섬광 같은 ‘음악의 시’에 달하기를 바랐다. 그것은 단 한번의 행사 혹은 출연으로 가능하지 않지만, 몇번의 기적이 있었고, 출연자들은 모두 그 바람을 공유하게 되었을 것이다. 막간 춤패불림이 춘 막간 2인무 <만남>(의 아름다움)이 그 바람을 이어주는 동시에 육화했으므로 더욱 그렇다. 이제 11월22일 고은-이은미-김선우 팀의 ‘공연’(서현숙 PD는 여전히 ‘토크쇼’를 주장하겠지만)이 남았고 11월27일 강은교-윤선애-김수이팀이 주재()하는 쫑파티쇼가 있을 예정이다.

장달수와 강형철은 숯불 도라무깡에다 최소한 감자를 굽거나 돼지고기 바비큐 잔치를 ‘획책’하고 있다. 그것 참. 김정환/ 시인·소설가 maydapoe@thrune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