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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5-17

리눅스가 개발되기까지의 과정 담은 <리눅스*그냥 재미로>

<리눅스*그냥 재미로> |한겨레신문사 펴냄| 1만원

모든 기술발전에 사람이 관여하지 않는 경우는 없겠지만, 컴퓨터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둘러싼 정보기술의 발전과정만큼 사람 냄새가 물씬 풍기는 분야도 찾기 힘들 것이다. 우선 100여년 전에 이미 오늘날 컴퓨터의 먼 조상에 해당하는 해석기관이라는 기계식 컴퓨터를 설계한 찰스 배비지와 최초의 프로그래머로 평가받는 러블레이스 백작부인에서 1970년대에 퍼스널 컴퓨터 애플을 탄생시킨 스티브 워즈니악에 이르기까지 컴퓨터 기술을 발전시킨 일등공신들이 거의 모두 아마추어들이었다. 특히 컴퓨터를 대중화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개인용 컴퓨터의 출현 과정은 흔히 해커라 불리는 열광적 애호가들의 집단적 산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컴퓨터 기술만큼 이용자 또는 소비자들의 피드백에 의해 기술혁신이 진행된 경우도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이 점은 요즈음 정보기술과 함께 21세기의 가장 중요한 기술로 꼽히는 생물공학과 비교해보면 쉽게 수긍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특성은 리눅스라는 새로운 운영체제가 등장하고 단기간에 전세계에 확산되는 과정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난다.

이 책 <리눅스*그냥 재미로, 우연한 혁명에 대한 이야기>는 리눅스를 개발한 리누스 토발즈가 직접 썼기 때문에 독자들은 리누스의 개인사와 리눅스가 개발된 과정에 얽힌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노키아와 같은 세계적인 휴대폰 업체가 출현할 수 있었듯이 신기술에 대한 친화력이 높은 핀란드의 문화 속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외할아버지 덕에 일찍부터 컴퓨터에 눈뜬 리누스가 프로그래밍에 빠져들게 되어서 결국 리눅스라는 새로운 운영체제를 개발하기까지의 과정은 여느 해커들의 성장과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 리눅스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채택했던 원칙들도 60년대에 최초의 해커들이 프로그램을 공동으로 개발하던 과정에서 세웠던 해커의 원칙과 같다. 해커의 원칙은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운영체제의 소스 코드를 포함해서 정보를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자유롭게 정보를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정보에 대한 자유로운 접근의 보장이다. 둘째는 정보를 이용하는 사람은 그 정보를 통해 프로그램을 향상시켜야 하고 향상된 내용을 공유해야 한다. 따라서 이 원칙에 의하면 정보의 공개와 공유를 통해 불필요한 중복 개발을 피하고 여러 사람의 창조성을 기초로 프로그램을 한층 더 향상시킬 수 있게 된다. 리눅스의 오픈소스 프로젝트가 전세계의 수많은 지지자들의 공동 작업으로 진행될 수 있었던 것은 이러한 원칙에 대한 폭넓은 공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컴퓨터와 프로그래밍의 역사에 깊은 뿌리를 둔 문화이기도 하다.

백만장자의 유혹을 뿌리치고 공유의 문화를 지킨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해커 출신이었지만 이 공유의 문화를 가장 먼저 버린 대가로 세계 최고의 갑부가 된 빌 게이츠와 비교하면 리누스가 겪었을 어려움을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 책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리누스가 새로운 운영체제를 개발하는 과정 자체에서 공유의 문화 이상의 철학이나 신념을 찾으려는 것은 무리이다. 제목에서 암시하듯이 리누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재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즈음 많은 논란을 부르는 지적재산권 문제에 대한 리누스의 태도는 지극히 어정쩡하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무엇이 리눅스를 현재의 리눅스로 만들었는가이다. 그것은 분명 리누스라는 개인도, 우스꽝스러운 펭귄 로고도 아닐 것이다. 엉성한 시험용 버전을 마이크로소프트에 맞서는 운영체제로 이끌어올린 힘은 리눅스를 중심으로 형성된 수많은 사람들의 공동작업과 그들이 한결같이 품고 있던 변화에 대한 갈망이었을 것이다.

김동광|과학평론가·과학세대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