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간 단식 경험이 있는 모 전직 대통령이 먹는 일의 결정적 중요성을 강조한 명언 아닌 명언을 한 적이 있다. ‘굶으면 죽는다’그토록 중요한 일이기 때문인지 음식을 둘러싼 금기도 참 많다. 음식 전문 저널리스트가 쓴 이 책에 나오는 금기들 가운데 몇 가지를 살펴보면 이렇다. 먼저, 17세기 중반 파리에 등장하여 인기를 모으기 시작한 ‘몰레’라는 빵은, 벨기에 맥주에서 추출한 효모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외국 효모를 쓴 비애국적인 빵’으로 지목되어 탄압받았다. 그러나 몰레 지지자들의 큰 반발에 시 당국이 손을 들었다.
콜럼버스가 유럽에 처음 들여온 토마토는 특유의 붉은색에 즙이 뚝뚝 떨어지는 모습이 음흉스럽다는 이유로 성욕을 자극하는 음식으로 지목됐다. 초콜릿 역시 유럽에 처음 들어왔을 때 성적 능력을 증진시켜주는 음식으로 여겨졌고, 특히 18세기 유럽인들은 여성이 초콜릿을 먹으면 성적으로 방탕하게 된다고 믿었다. 여기에서 엉뚱한 생각 하나. 천하의 바람둥이 카사노바가 애용하던 음식이 핫초콜릿이었다고 하니, 밸런타인데이 때 여성이 남성에게 초콜릿을 건네는 데도 혹시 수상한(?) 뜻이?
음식에 관한 금기에는 일종의 자민족중심주의 혹은 다른 민족에 대한 편견도 영향을 끼쳤다. 18세기까지 영국인들이 감자를 게으름의 상징으로 여기면서 ‘게으른 뿌리’라 부른 예를 들 수 있다. 영국인들은 아일랜드인들이 감자나 먹기 때문에 게으른 족속이 되었다고 여겼던 것이다. 오늘날에도 필자처럼 소파에 앉아 감자칩 먹으며 TV 볼 때 가장 행복하다는 사람은 ‘카우치 포테이토’족이라 조롱당한다.
에덴 동산에서 이브가 먹은 금단의 열매가 사과가 아니었다는 사실도 흥미롭다. 성서학자들도 열매의 정체를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사과가 누명을 썼는가? 로마제국을 통해 켈트족을 정복한 지중해 인종은 켈트족을 업신여기면서 그들이 즐기던 사과도 함께 업신여겼다. 더구나 4세기 초부터 기독교가 로마제국의 국교가 되면서, 교회는 이교도인 켈트족이 신성시했던 사과를 몹쓸 것으로 깎아내렸다. 이 책을 읽고 얻은 교훈이 있으니, ‘나와 입맛이 다르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을 백안시하지 말라’는 것이다. 거창하게 말하면, 여러 사람이 즐겁게 음식을 나누어 먹는 일이야말로 인류 평화의 지름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