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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음의 고속도로 함께 달려요
2001-07-20

오! 부라더스의 복고풍 데뷔음반 <명랑 트위스트>

오! 부라더스 <명랑 트위스트>/카바레 발매

7월 7일 토요일 저녁 6시. 경복궁 지하철역에는 난데없는 복고풍 음악 파티가 벌어졌다. 복숭아뼈쯤까지 올라가 있는 바지도, 상의도 좀 짧은 듯한 진하늘색 양복 차림에, 기타, 베이스, 색소폰, 드럼을 쿵짝쿵짝 신명나게 연주하는 다섯명의 젊은 남자들 때문이다. 순전히 지하철역을 지나려다 발길을 멈춘 아저씨, 아주머니, 아기들, 젊은 언니, 오빠들이 하나둘 모여들면서 역사 내 무대 주변은 슬슬 들썩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와~ 와와와와~”하는 옛날스런 코러스로 시작되는 <명랑 트위스트>, “신나는 트위스트 함께 흔들어, 돌리고 다시 찍고, 같이 돌려요, 흥겨운 트위스트 모두 춤춰요”하고 노래가 흐르자 흥에 겨운 아저씨가 트위스트 스텝을 밟고 나눴다. 출장밴드 아저씨들마냥 능청스럽고 친근하게 50~60년대풍 음악을 들려주는 그들. 바로 `오! 부라더스`다.

오! 부라더스? 이름이 좀 촌스러운 것 아닌가? 그나마 `브라더스`도 아니고 한참 옛날 표기법으로 `부라더스`라니. 그런 생각이 스쳤다면 맞다. 어딘가 복고스런, 어쩌면 의도된 촌스러움. <명랑 트위스트>라는 데뷔음반 제목에서부터 감을 잡을 수 있듯, 이들의 음악은 그들의 부모세대에 익숙한 옛날풍이다. 비치 보이스 같은 서프 음악과 트위스트를 섞은 타이틀곡은 물론, “터질 것 같은 내 맘. 어떻게 말을 하나”하고 익살맞게 읊조리는 르듬 앤 블루스풍의 <잡아요>도 그렇고, 발라드풍의 <Losing You>도, 밝은 화성에 비트가 경쾌한 초기 비틀스를 연상시키는 <Thank you, girl>도 그렇다. 초기 로큰롤과 서프 음악을 기본으로 리듬 앤 블루스, 재즈, 차차차 등 다양한 음악들을 맛깔스럽게 혼합한 `복고적인 댄스음악`. 듣는 사람도 쉽게 따라부르고 춤추며 파티 같은 흥겨움으로 끌어가는 음악적 `절정에의 인도자`가 그들이 생각하는 밴드다.

그래서 원래 이름도 `오르가즘 부라더스`였던 그들은 98년에 처음 결성됐다. 베이스이자 맏형격인 이성문, 보컬 겸 기탕에 주현철, 리드기타에 임잔희, 색소폰에 이성배 등이 홍익대 거리 공연부터 지금까지 함께해온 `부라더`들. 드러머만 군입대문제로 인해 지금의 안태준으로 바뀌었다. 서프 음악과 로큰롤 경음악만 연주하는 밴드를 구상한 것이 출발이었고, 청중과 가깝게 만날 수 있는 곳이면 어디든 그들의 무대가 됐다. 그리고 “헬로, 나와 춤추지 않을래요? 혹시 이런 리듬 좋아하나요? 솜사탕같이 부드러운 리듬 앤 블루스”라는 <부드럽게 달콤하게>의 가사처럼 수줍고 소박하게 손을 내민 것이다.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사이, 자신만의 내면과 우울 속으로 함몰하는 것도 젊음이지만, 괜스레 힘주지 않고 고단한 일상의 하루 만이라도 축제로 만들어가려는 이들의 건강한 에너지 또한 젊음이다. 인디레이블 카바레에서 낸 첫 음반에 무려 17곡을 실어놓고, 이들은 7우러 한달간 매주 금요일 대학로와 홍대 앞 클럽에서 `명랑 트위스트 파티`를 벌인다. “무엇이 이토록 우리들을 열정적으로 만드는 것일까? (중략) 아름다우면서도 구김살 없는 우리들의 청춘이... 사람의 실패와 인생의 어두운 유혹에 가슴 아파하기 때문이어라. 젊음이라는 고속도로가 있다면 그대들 젊은 청춘들과 무작정 달리고 싶으다”고 음반 속지에 써놓은 말처럼, 마음이 젊은 이들과 함께 달릴 무대를 만들어가기 위해서 말이다.황혜림 기자 blauex@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