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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술과 추리의 행복한 만남, <마술사가 너무 많다>
이다혜 2006-02-17

‘다아시’라는 이름은 두 가지 울림을 가지고 있다. <오만과 편견>을 아는 사람이라면 진지하고 유망한 신랑감을 떠올릴 테고, 랜달 개릿의 다아시 경 시리즈를 아는 사람이라면 품위있고 지적이며 냉철한 논리로 무장한 다아시 경을 떠올릴 것이다. <마술사가 너무 많다>는 후자, 그러니까 다아시 경 시리즈의 유일한 장편이다. 다아시 경 시리즈는 SF 미스터리물로, 과학적 마법 문명을 영위하는 가상의 영불제국을 무대로 펼쳐지는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귀족 탐정의 이야기를 그린다. 다아시 경 시리즈의 특별한 점은, 마술사들이 공식 인정을 받고 마술을 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아시 경 역시 마술사인 마스터 숀 오 로클란의 도움을 받아 사건을 해결한다. 마술적 재능, 즉 탤런트가 없는 다아시 경은 논리로 수수께끼를 풀고 마스터 숀이 마술을 사용해서 사건을 증명한다.

<마술사가 너무 많다>는 영불제국의 마술사 컨벤션이 열린 호텔 객실에서 런던 후작의 주임 법정 마술사가 살해당한 사건 및 영불제국과 폴란드의 이중 스파이가 살해당한 사건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마술을 사용한 흔적이 보이지 않는 두 사건 현장은 불가사의하게도 밀실이고, 폴란드와의 첩보전까지 더해 사건은 점점 복잡해져간다. 제목 <마술사가 너무 많다>는 미식가 탐정 네로 울프 시리즈 중 가장 유명한 <요리사가 너무 많다>를, 마술사 길드의 장인 서 라이언 갠덜푸스 그레이라는 이름은 명백히 <반지의 제왕>에 등장하는 갠덜프 더 그레이를 패러디한 이름이다. 이외에도 책 곳곳에 등장하는 다양한 대중문화 아이콘 패러디는 더없는 팬 서비스다. 불가능해 보였던 각 사건들이 통합되고,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드러나며, 미스터리가 명쾌하게 설명되는 것은 SF와 추리, 스파이물을 능숙하게 요리한 랜덜 개릿의 빼어난 재능 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