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Culture > 초이스 > 도서
술술 넘어가는 와인 이야기, <신의 물방울>
이다혜 2006-05-12

<신의 물방울>은 와인 고수들의 이야기이다. 주인공 칸자키 시즈쿠는 국제적인 와인 평론가 칸자키 유타카의 하나뿐인 아들. 그는 와인 고수가 되도록 키워진 인물이지만 단 한번도 와인을 마셔본 적은 없다. 그가 받은 교육은 뜰에 있는 허브에 산딸기에 산사나무, 아카시아 같은 꽃 냄새, 연필과 허리띠, 모닥불 냄새를 맡는 것이었다. 와인을 마시고 양조장의 이름을 외우는 훈련을 제외한 와인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을 영재교육처럼 받은 것.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은 칸자키는 아버지 집으로 가는데, 아버지의 유언이 특이하다. 아버지가 소장한 20억엔 상당의 와인을 상속받기 위해서는 아버지가 사망 1주일 전 양자로 입적한 유명한 와인 평론가인 토미네 잇세와 대결을 펼쳐, 아버지가 고른 12병의 위대한 와인과 그 정점에 있는 ‘신의 물방울’이라는 1병의 와인이 묘사된 말만으로 정확히 몇년에 만든 어떤 와인인지 알아맞혀야 하기 때문이다.

<신의 물방울>은 칸자키가 와인에 관해 배워가면서 아버지의 유언을 풀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이 토미네와의 대결 구도로 펼쳐지는 작품이다. 각 권 말미에는 와인에 관한 정보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어 읽는 재미를 더한다. 와인에 관해 약간이라도 알고 있거나 좋은 와인을 마시기 위해 노력해본 일이 있는 사람이라면 <신의 물방울>을 손에서 놓기 힘들 것이다. 술 한잔을 마시면 다음 한잔으로 자연스레 손을 뻗게 되듯, 만화책을 술술 넘기게 되기 때문이다. 주인공이 좋은 와인 한잔을 마시면 “신비한 섬의 밤이야. 강렬한 열기와 울려퍼지는 악기 소리, 달콤하고 관능적인 에스닉 향이 떠다니는…” 식의 문구와 함께 맛을 묘사하는 그림이 어우러진다. 읽는 것만으로 목구멍이 촉촉히 젖어드는 환상을 느끼면서 와인을 간절히 마시고 싶게 만드는 즐거움이 <신의 물방울>에 차고 넘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