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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무가내 코믹 상상, <극락 청춘 하키부>
이다혜 2006-06-09

아이 모리나가 지음 | 대원씨아이 펴냄

하나는 열심히 공부해 동경하던 명문 메이린칸 고등학교에 입학했다. 이 학교를 동경한 이유는 오직 하나, 걸어서 3분이면 등교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잠이 유독 많은 하나는 등굣길에 반쯤 졸며 걷다가 차에 치인다. 차 뒷좌석에 타고 있던 부잣집 도련님 이즈미는 오히려 고급차가 망가졌다며 하나에게 하키부에 나오라고 명령하고, 하나는 울며 겨자먹기로 남자 하키부의 유일한 여자 부원이자 골키퍼가 된다. 시작부터 말이 안 되는 이야기가 제멋대로 펼쳐지는데, 그게 <극락 청춘 하키부>의 가장 큰 매력이다. 하키부라고는 해도 하키를 하는 데 관심이 없는 부잣집 도련님들은 그저 마음 내키는 대로 헬키를 타고 놀러가거나 맛있는 음식이나 먹을 뿐이다. 하키부의 홍일점 하나는 그저 맛있는 음식을 먹여준다는 말에 침을 질질 흘리며 녹아내린다(눈에 커다란 별 모양이 그려지는 것은 물론이고 가끔 강아지 꼬리와 귀가 돋아나 살랑거리며 애교도 부린다). 현실적이기를 포기했으니 상상은 끝없이 이어진다. 커다란 동물에 폭 파묻혀 자보고 싶었던 하나는 집에 들어온 야생 곰을 끌어안고 잠이 들고, 하나를 좋아하는 이즈미는 곰을 하키 골키퍼로 세운다는 식이다.

명랑순정물인 <극락 청춘 하키부>의 작가 아이 모리나가는 <타로 이야기>의 작가다. 찢어지게 가난한 나머지 누가 먹을 것만 주면 강아지 같은 얼굴로 변해 꼬리를 흔드는 타로와 그의 가족 이야기를 코믹하게 그렸던 솜씨 그대로 <극락 청춘 하키부>는 명랑의 힘을 보여준다. 이즈미와 하나의 관계는 <타로 이야기>의 조미진 선생님과 윤정원 교수 이야기의 확장판 같은 느낌을 주고 꽃미남 5인조는 <꽃보다 남자>의 F4를 연상시키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만화는 시종일관 막 나가며 웃긴다. <극락 청춘 하키부>는 개연성이나 현실성을 따지지 않고 웃긴 대로 그려버린 데서 오는 막무가내의 즐거움을 안겨준다.